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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소설) 귀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안되는 이유
게시물ID : panic_727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밍
추천 : 36
조회수 : 392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9/16 22:39:28
귀신때문에 인생퇴갤한 얘기 해주마

절친이 귀신이 되어 나타난다면 너흰 어떨거 같아?
그냥 절친도 아니고 양아치들에게 같이 괴롭힘 당하던 친군데 먼저 자살해서 가버렸거든. 


그친구랑은 10년지기였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집이 앞집뒷집이어서 절친이었고 중학교 고등학교도 같은데로 배정됐어. 
고등학교 1학년땐 같은반이어서 둘이 항상 붙어다녔지. 가명으로 상수라고 할게. 

상수랑 나는 건강해 보이는 편은 아니었어. 나는 여자애들이 싫어할정도로 멸치였고 상수 그녀석은 한마디로 안경여드름돼지였다. 중학교땐 귀여웠는데 고등학교들어가면서 갑자기 스트레스때문에 살이 찌더니 그렇게 되더라고. 

암튼 그 두명이 붙어다니니 되게 만만해 보인 모양이야. 고2 1학기때부터 양아치가 집적거리기 시작했어.  조금 무서웠지만 우린 처음에 웃으면서 무시하고 지나가기도 했어. 
그때만 해도 우리가 타겟이 될 줄은 몰랐거든. 
다른 후배들 삥뜯는것만 보고 어휴 저것들 언제 사람되나 하면서 한심하게 쳐다보고 지나가곤 했지. 
어느날 한명이 뭘 쪼개냐며 시비를 걸더니 어깨를 굉장히 아프게 치더라고. 
그때 차라리 세게 나갔으면 나은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나 그걸 바라보는 상수나 되게 겁먹은 표정이 되어버렸어. 

그 이후는 다 아는 대로 요즘 말하는 빵셔틀 신세가 됐다. 우리가 비웃으며 지나쳤던 그 많은 애들처럼. 
심심하면 끌려나와 맞고 돈 뺏기고 먹을거 사다 바치고. 

일단 상수한테는 수능때까지 참자고 말했어. 어차피 선생님에게 말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없고 녀석들의 화만 돋울 뿐이고 부모님께 말하면 걱정하실테니. 
혼자였으면 서로 다독일수조차 없었을텐데 이럴땐 그나마 우리 둘이 같이 당하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 그리고 때론 우리에게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덜떨어진 애들을 타겟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괴롭힘은 거의 반년동안 계속되었어. 그사이 여름방학기 끝났고 슬슬 수능을 준비해야 했어. 집에서도 공부하라는 압박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맞고 다니는건 비밀로 했으니까.
하지만 독서실비와 학원비까지 고스란히 그놈들에게 바쳐야 했어. 독서실 간다고 뻥치고 그냥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상수의 상태가 이상해진건 그때쯤이었어. 고2올라가고 나서 두번째 모의고사가 끝났을 때 녀석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일어나지를 못했어. 

"야. 가자. 집에."

내가 불러도 듣지 않았어. 내 말을 무시한 적은 없는 놈인데. 시험이 끝났고 일찍 귀가하기 때문에 오늘은 그놈들을 보지 않고 갈 수 있었거든. 난 마음이 다급해졌어. 

"야. 지금 빨리 가야해."

"난...못가겠어."

"지금 안가면 그새끼들 만난다."

"먼저 가..."

그때 먼저 가지 말았어야 했어. 

하지만 난 짧은 인사를 남긴채 교실문을 나와버렸지. 


집에 가서 오랜만에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 하지만 다음날 그놈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쉽싸리 잠을 잘 수 없었어. 

새벽 2시정도였다. 집으로 전화가 왔어. 

엄마가 방문을 벌컥 열고

"상수가 죽었댄다."

라고 짧게 말씀하셨어. 




장례식장에서 들은 바로는 학교 옥상에서 투신했다고 했어. 상수 부모님은 내 손을 잡고 우셨어. 요즘 이상했다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제말 말해달라고 하셨지만 난 학업 스트레스 때문일거라고밖에 할 수 없었어. 

이유는 모르겠다. 그때 '학교에서 불량배들에게 같이 괴롭힘당하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뭔가가 가로막은 거 같아.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라던가 왜 우리아들을 도와주지 않았느냐 같은 말이 나올 것 같았거든. 
같은 피해자인데도 난 살아있다는 이유로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될 것 같았어. 

아무튼 한동안은 학교에 경찰이나 기자가 들락날락거리더니 다시 잠잠해졌어. 그리고 상수가 죽은 이후로는 괴롭힘이 점점 줄어들더라고. 그리고는 다른 타겟을 잡은 듯 했어. 상수에게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 

그때쯤이었을거다. 상수가 꿈에 나온건.
꽤나 깔끔한 모습이었어. 옥상에서 투신했으니까 만약 꿈에 나오면 너무나 끔찍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진 않더군. 
꿈에서 상수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어. 그놈들을 만나기 전. 같이 학교를 다니고 오락실을 다니고 독서실을 가던 시절.  마치 행복했던 과거를 되짚는것 같았지. 
꿈에서 깨면 그 기억이 생생했다. 그리고 그렇게나마 나를 찾아온다는 사실이 기분나쁘지는 않았어. 워낙 친했던 애니까. 

근데 꿈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있더라고. 꿈에서 우린 2학년이 됐고 일진들과 마주쳤어. 그놈들이 슬슬 시비를 걸어왔지. 
꿈에서마저 이래야 하다니 하며 난 괴로웠어. 무슨 일인지 꿈에서도 꿈이라는 인식은 계속 하게 되더라고. 
근데 꿈의 환경은 바꿀 수 없어도 생각을 해내서 도망쳐야돼 라고 집중했더니 몸을 움직여지더라고. 그래서 겨우 도망칠 수 있었어. 
내겐 귀신인 상수보다 날 괴롭히던 양아치 새끼들이 더 무서웠어.  이놈들을 피해 도망치는 꿈을 꾸면 아침에도 온 몸이 아팠어. 

며칠간은 일진을 피해서 다닐 수 있었어. 그놈들 동선은 이미 내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매일같이 찾아오는 상수의 꿈에서 결국 일진들에게 붙잡히고 말았어.  혼자 학교 교문을 나서는데 따악 하고 별이 튀더군. 몽둥이같은걸로 머리를 때린거같았어. 그리고 막 발로 밟더라. 꿈속이었지만 그놈들의 괴롭힘 때문에 수치심과 고통때문에 진짜 죽고 싶었어. 
아마 상수는 내가 남겨두고 간 날 학교에서 그놈들에게 잡혀서 더 맞았을 거야. 지금 꿈의 나처럼. 
꿈인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너무 아팠어. 그리고 마음도 아팠어. 

그렇게 한참 맞고 있는데 상수가 내 곁으로 와서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어. 조각도였어. 이런게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걸 조용히 가져오더니 내 손에 쥐어줬어. 일진들은 이상하게 상수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지.  난 용기를 내고 나를 발로 찍어내는 일진 중 한명의 다리를 있는 힘껏 그었어. 

"으악."

새된 소리를 나며 그놈은 정강이를 붙잡고 쓰러졌어.  그리고 난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지. 

중요한 순간 내게 칼을 꺼내 쥐어준 친절이 고마웠어. 아무리 악몽을 꿔도 상수가 도와주면 이겨날 수 있을 것 같았어.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일진들이 등장하는 꿈을 꾸었지. 하지만 죽을것 같은 고통의 순간에 항상 상수가 나타나 구원해 줬어. 무기도 다양했는데 커터칼. 송곳. 샤프. 나중엔 부엌칼도 나왔다. 

암튼 그런 꿈이 반복되니까 이제 꿈에서는 두려움도 없어졌어. 그냥 상대를 다치게 하고 도망가는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서 찌르고 베고 소리를 지르며 난도질할 수 있었어. 막 필살기도 쓰고 그랬다. 
그 순간은 나 자신이 악귀가 된 것 같았어. 꿈속에서라도 인간이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꿈인데 뭐 어때. 하는 식으로 

내 마음은 극도로 삐뚤어지고 있었던거같아. 

그리고 꿈에서 그렇게 베고 죽였던 일진들을 현실에서 만나니 그렇게 우습게 보일 수 없었어. 저녀석들이 내 밑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녀석들이라니. 하지만 실제로 맞붙으면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침착한 척. 아직 두려워 하는 척 연기를 하며 살았지. 

상수가 나오는 꿈은 거의 한달 반동안 지속되었어. 꿈에서 복수를 하는 것이야 통쾌했지만 비정상적인 꿈을 계속 꿔오는동안 몸이 계속 쇠약해졌고 가뜩이나 마른 몸이 더 말라버렸어.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자기 일쑤고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 애들도 슬슬 피하는거같았고 성적은 더 떨어지고 부모님의 나에 대한 마음도 걱정에서 실망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어. 나중엔 한숨만 쉬고 말도 안걸더라고. 

그날도 한참 맞고 있는데 꿈에서 상수가 나타났어. 이번에도 커터칼을 주며 용기를 북돋아줬지. 하지만 난 그것을 쥐지 않았어. 문득 의문이 든거야. 내가 왜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지? 혹시 상수가 멈춰줄수 있지 않을까?

상수한테 말했어. 

"이제 제발 그만하면 안되?"

상수가 빙그레 웃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만 힘내."

난 결국 그 칼을 받고 전과 마찬가지로 나를 때리던 녀석들을 사정없이 찔렀어.  상수는 그 모습을 보더니 쓴 웃음을 짓고 떠났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 그말이 그렇게 신경쓰일수 없었어. 그래 상수는 한이 많이 맺혀서 그놈들을 내 꿈에서나마 죽이고 싶은거야. 열번을 죽인들 이십번을 죽인들 한이 풀릴까. 

하지만 좀더 노력하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으니 곧 상수도 만족하고 떠날 거야. 그렇게 되면 더이상 악몽을 꿀 일도 없고 상수도 편히 눈감을 수 있고 나도 그동안 당한것의 몇배를 꿈속에서 갚아 주었으니 그걸로 된 거다. 

라고 생각했지. 


어느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자고 있었어. 

밤에 꾸는 꿈과 똑같은 꿈을 꿨어. 일진들이 나오는 꿈. 턱을 괴고 가만히 있는데 그 새끼들이 시비를 걸더니 갑자기 머리를 팍 치더라고. 그러더니 내 멱살을 잡고 교실바닥에 굴리더라. 뭐 눈빛이 이상하니 어쩌니 하면서. 내 눈빛이 뭐 어떻다고? 라고 했다가 더맞았지. 

평소처럼 무기를 주러 상수가 나왔고 나는 어제와 같은 질문을 던졌어. 상수가 말했어. 

"이젠 정말 마지막이야."

그때는 다정하게 칼을 손에 쥐어주지 않았어. 
마음대로 하라는 듯 커터칼을 내 앞에 던지고는 웬지 슬픈 눈을 하고 사라졌어. 

난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상수를 배웅했어.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친구와 나의 복수를 하기 위해 커터칼을 휘둘렀지. 


이상했어. 

여자아이들의 째지는 소리가 들렸어.  그전과는 다르게. 
왜 꿈의 환경이 바뀌었지?
하지만 내 손은 이미 그놈중 한명의 눈을 커터칼로 찍고 있었어. 
평소보다 좀 더 내리치는 팔이 무거웠어. 
평소보다 좀 더 찔리는 부위가 뻑뻑한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주변이 이상하게 시끄러웠어. 

푸직 푸직 하고 반복적인 음을 내며 내가 찌르고 있던 나는
갑자기 주변이 윙윙 돌고 붉게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 

얼른 꿈에서 깨었으면... 

하고 바랐지.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이었어. 그리고 정신병자들이 입는 그런 옷을 입고 있었어. 

귀를 기울여서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고 있는데 밖에 간호사였는지 여자들이 수군거리더군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그것도 매우 잔인하게. 

마지막의 그것은 꿈이 아니었던거야.  현실이었지. 
상수녀석도 꿈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어. 귀신이었거나. 아니 어쩌면 내가 상상한 환각이었을수도 있지. 

내 손을 보고 싶었어. 하지만 뒤로 묶여 있어서 도저히 알 수 없었어. 
그제서야 눈물이 나더군. 내가 대체 왜 그랬지?
결국 꿈이 문제였어. 꿈에서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 복수를 내가 현실에서도 저질러 버린 거야. 

그리고 그날 밤 상수만 꿈에 나왔어. 일진은 등장하지 않고.  상수만 그저 그 사람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어. 

그리고 

"복수해 줘서 고마워."

라고 말했어. 
하지만 난 화가 단단히 치밀었어.  소리를 질렀어. 

"야이 개새끼야. 니가 계속 꿈에서 나타나서 난...난!! 너가 한거지? 니가 일부러 내 꿈에서 못된 짓을 시킨거지?"

"키키킥. 으흐흐."

그때의 상수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해. 
기분나쁘고 비릿한 표정으로 날 보던 상수는 갑자기 눈을 치켜뜨고 웃기 시작했어. 

"으흐. 흐흐흐."

"그...그만."

"히히히."

"그만 웃어."

"크하하하하하하."

"그만웃으라고!"

마치 악귀와 같이 변하며 웃는 상수의 모습을 더이상 바라 볼 수 없었어.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어. 어쩌면 좋을까. 제발 앞으로 꿈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그때 상수가 말했어. 

"복수해 줘서 고마워. 키키."

그렇게 웃고 나서 사라졌어. 그리고 그 후 꿈에서 나타나는 일은 없었어. 




재판을 받고 난 미성년자인데다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 소년원 5년 송치로 감형되었지. 
수법은 매우 잔인했지만 그동안 괴롭힘을 당한 것이 참작되었던 거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자유의 몸이 되자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있었어. 이렇게 스마트폰이란게 생길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나를 괴롭힌 녀석 중 한명은 죽어버렸지만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아. 오히려 날 괴롭혔던 그 녀석들보다 상수에 대한 미움이 더 커. 그래서 너무 밉지만 지금 상수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간단해. 피해를 입고 한이 맺힌 귀신이라는 건 무섭기도 하고 동정심이 갈 거야. 그리고 가해자와 비교하여 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그리고 그 복수를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결국 그런 것 또한 하나의 고정관념인 거야. 귀신도 결국 한때는 사람이었고 사람의 잔혹함이라는것은 때론 도를 넘거든. 
그리고 복수는 어떻게 하더라도 정의로운 것이 아냐. 하물며 귀신이 사람을 시켜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 어떤 상황이라도 귀신에게 마음을 허락해선 안되. 한을 풀어준단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복수를 해주면 홀가분해져서 좋은 곳으로 가겠지. 하는 그 알량한 배려심은 나를 완전한 악귀로 만들어 버렸어. 

나는 사실 두려워  

내게 죽은 그 일진 녀석은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그런거 있잖아. 맞은놈은 발뻗고 자도 때린놈은 그렇게 못한다고. 

그 녀석도 분명 한맺힌 악귀가 되었을 거다. 조각도로 눈이 찢겨지며 처참하게 갔으니 말야. 

그리고 복수를 대신 해줄 상대를 아직도 찾고 있을지 몰라. 나처럼 마음을 허락할 마음 약한 인간을. 



그러니 모두. 

조심해. 







fin

by 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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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심해지는 학원폭력 사건들을 접하다보니
이런 글이 쓰여지더군요. 
하지만 복수는 결국 피해자의 파멸을 부르죠. 
피해자가 굳이 복수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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