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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은 제 가슴을 찢고 나와 핀다
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절벽이다
(두엄, 화엄 中, 반칠환)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조바심이 입술에 침을 바른다
입을 봉해서, 입술 채로, 그대에게 배달하고 싶다는 거다
목 아래가 다 추신이라는 거다
내가 덥다고 말하자 그는 문을 열었다.
내가 춥다고 말하자 그는 문을 꼭꼭 닫았다.
내가 감옥이라고 말하자 그는 꼼짝 말고 서 있었다.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
화살나무,
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어느 때인가는 너무 아름다워서 만져보면
모두가 조화造花였다
또 어느 때인가는 하염없이 흔들리는 게 이뻐서
만져보면 모두가 생화生花였다 조화造花보다 이뻤다
이제까지의 내 인생에서
'이쁘다'는 '기쁘다'의 다른 이름이었다
입을 닥치고 있어
바람은 불지 못해
너는 너무도 깊은 江들을 건넜어
하구에서 하구로
상류에서 상류로
너무도 깊은 江들
무너지는 것을 견디기 위해서 무너질 수밖에는 없었다 차가운 맥주에도 입천장은 쉽게 벗겨지고 한 무더기 독초를 뜯어먹고 온 저녁이면 해독 불가능한 언어의 노래를 들으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그리워할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없는 날들 속에서 난 그저 온몸으로 세상의 치수를 재는 한 마리 자벌레일 뿐이었다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지렁이, 이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