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너무 재미나게 보던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기도 하였지만, 사실 그 것보다는, 드라마가 끝나가면서, 뭐라고 딱히 비유할 말이 생각 나진 않지만, 논문 쓸 때, 서론, 문헌, 방법론까지는 논문 쓰기 전 일년 전부터 생각해 놓은 것, 자료 모아놓은 것, 그리고 열정까지 보태서 알차게 쓰고서는, 점점 힘이 딸리고 지치고 논문 쓰는 당사자가 자신의 논문의 주제를 헷갈려하기 시작하면서 결론부분은 그래도 겨우 겨우 쓰다가 마지막 discussion부분은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하면서, 아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빨리 끝나면 좋겠어, 하면서 마무리 짓는 느낌? (그러면서 스스로를 매우 자책하고 자괴감에도 빠지지만 힘이 너무 빠져서 더이상은...).
물론 이것이 핑계가 될 순 없죠.
큰 줄기가 쓰레기와 나정이의 사랑 이야기 (와 그들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외 등장 인물의 캐릭터들을 다 살리는 드라마라 특히나 더욱 좋아하였는데,
월드컵, 저도 뜨거운 열정으로 보낸 시간이었지만, 거기에 마지막 30분을 할애하는 대신에,
성동일화와 나정 쓰레기 부부, 그리고 혹은 3아들까지있는 훈훈한 분위기를 조금은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고,
이건 제 욕심이었지만, 드라마의 처음 부분에 나정이가 회상하는 태훈이와 재준과 함께 한 어린 시절이 나왔던 것 처럼, 쓰레기 시점에서의 나정이와의 어린 시절이 보여주기를 기다리기도 했는데 나오지 않아 아쉬웠고,
쓰레기와 칠봉이의 관계가 편안해지는 경위를 쓰레기가 치료중인 칠봉이의 병실로 직접 집반찬까지 곁들여 밥을 가져다 주는 장면외에도 한 장면 정도는 더 넣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고,
외로움을 대하는 칠봉이의 성숙도 조금 보여주었더라면 쉽고, (칠봉이의 병실과 집으로 친구들이 방문하는 장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영향이고-좋은 영향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본질적인 자각과 대처를 하는 모습은 보여주질 않아서 아쉽...다른 캐릭터들의 내면의 성숙을 하는데, 칠봉이에겐 그것이 없어서 아쉬웠음)
응칠에서 윤제의 형이 워낙 특별한 인격의 사람임을 내세움으로서 시청자로 하여금 윤제형, 윤제, 시원의 사이가 자연스러울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한 것처럼, 칠봉이가 2년도 안 되어 나정이를 잊을 수 있을 만한 점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그들의 사이가 더 이해가 쉬웠을 것 같고,
칠봉이의 짝사랑 내용을 2회에 거쳐 보여주는 대신에 대학을 졸업한 빙그레, 해태, 윤진이, 삼천포가 사는 모습도 조금 보여주었더라면, 하고요.
엄청 재미나게 읽던 시리즈의 만화나 책이 중간에 작가가 바뀌어서 분위기가 약간 산으로 갈 때의 느낌....을 저는 가졌고, 그래서 안타까웠네요.
18회부터는 배우들의 힘으로 (특히 성동일씨과 정우씨) 드라마의 커다란 줄기를 끌어간 듯한 느낌조차 받았습니다.
막판에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극본에 촬영에 편집에 방영까지...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김여진씨가 맡았던 드라마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나데요, 소원이 원고를 다 마치고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 거라고.
드라마 제작 환경이 지금보다 더 좋아져서, 작가와 피디, 그 외 관계자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저 예쁜 배우로만 알고 있던 고아라씨, 그리고 볼 때마다 인상적인 성동일씨, 그리고 우리 나라 또래 남자 배우중 가장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기초가 너무 튼튼한 배우라고 보여지는 정우씨 (등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니, 게다가 내 눈엔 우리 나라 배우중에 제일 멋있는 듯), 앞으로 또 좋은 극본, 연출로 무장된 드라마에서 보길 기대 기대 또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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