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호남에서 벌어지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대혈투가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특히나 선거 막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은퇴하고 대선 불출마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지면서 호남의 선거 결과에 더욱 더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호남지역 선거 결과는 ‘더민주 3 대 국민의당 23’으로 끝이 났다. 국민의당의 완승이자 더민주의 대참패였다.
더민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의 총 28석(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가운데 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 등 총 23석을 획득했다. 더민주는 전북 익산갑과 완주진안무주장수,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3곳에서만 겨우 승리했다. 심지어 전남 순천시와 전북 전주시을은 새누리당에 내주는 수모까지 겪었다.
총선은 끝났지만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호남이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를 버린 것일까. 또 문 전 대표는 호남지역 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정계에서 은퇴하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하는 것일까.
‘폴리뉴스’는 그 누구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비례대표 당선인의 생각이 궁금했다. 더민주에 입당하기 전 날카롭고 심도있는 정치 분석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이번 총선을 이끌었던 이 당선인은 19일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대담형식으로 이뤄진 ‘정국진단’ 인터뷰를 통해 호남 민심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 당선인은 “왜 총선 결과를 보고 (호남이) 문 전 대표를 버렸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한 뒤 “그러나 호남이 더민주에게 회초리를 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저는 (호남의 총선 결과는)대선주자로 문재인에 대한 불신임이 아니다, 그리고 반대로 안철수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이냐,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열려 있다고 본다. 두 세력 모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두고보자, 어느 쪽 정당이 더 잘하는지 보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은 “그런데 호남 민심은 두 사람이나 두 당이 호남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너희들 가운데 누가 얼마나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능력을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호남지역에서 완패한 만큼 문 전 대표가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문 전 대표가 (호남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이같은 분석을 하는 근거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총선 이후) 어디에 가면 정당득표율을 보면 국민의당이 제1야당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 논법으로 따지면 지역구 득표수든 정당득표수든 득표수만 따지면 실제로 국민의당과 우리 당이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호남이 (두 개 정당의)경쟁체제로 들어간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대선후보로서 호남에서 지지를 받는 안철수라는 유력 주자가 있다. 문 전 대표가 그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호남에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당도 국민의당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라는 숙제는 엄밀하게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희 당선인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1993년 국회의원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현재 국민의당에 있는 김한길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더민주에 입당하기 직전까지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이 당선인은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썰전’과 TBS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등 다수의 시사방송에 출연해 정치평론가로서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 1월 20일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에 입당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됐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일부분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완승을 거두고 더민주는 완패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이전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은퇴하고 대선 불출마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남에서 더민주가 참패한 것은 호남이 더민주와 문 전 대표를 버린 것이므로 문 전 대표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문 전 대표가 (호남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 더민주가 호남 전체 28석 가운데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우리 당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총선 이후) 어디에 가면 정당득표율을 보면 국민의당이 제1야당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구 득표수든 정당득표수든 득표수만 따지면 실제로 국민의당과 우리 당이 별 차이가 없다. 지역구 후보들끼리의 당락은 국민의당이 23곳을 승리했지만 득표수를 따지면 별 큰 차이가 없다. 그(안철수 대표의) 논법으로 따지면 두 당의 차이가 크지 않는 것이다. 다만 어쨌든 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특정 지역에서 거의 90%를 넘는 지지를 받다가 지지가 반토막 또는 그 이하를 받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한 두가지 액션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문재인 전 대표만의 숙제만이 아니라 우리 당의 숙제이기도 하다. 당이 그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누가 나온다고 해서 금방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는 호남이 (두 개 정당의)경쟁체제로 들어간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특정 정당을 계속 찍어왔던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흐름 자체가 나쁜 흐름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대선후보로서 호남에서 지지를 받는 안철수라는 유력 주자가 있다. 문 전 대표가 그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호남에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당도 국민의당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라는 숙제는 엄밀하게 풀어야 한다.
-문 전 대표가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완승’을 거둔 총선 결과에 대해 호남민심이 자신을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힌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그 노력이라는 것도 어떤 의미 있는 노력인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중요하다. 정치는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문 전 대표가 아프게 받아들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저력을 보여준 것도 문재인 대표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호남에서는 밀렸다는 것은 본인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안철수 대표도 똑같다. 안 대표도 호남에서 의석만 놓고 보면 압승을 했지만 수도권에서는 달랑 2석만 얻었다는 것을 보면 전국적 기반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하는 대선주자로서는 큰 숙제를 안은 것이다. 문 전 대표도 숙제가 있고 안 대표도 숙제가 생긴 것이다. 두 분 모두의 앞에 큰 숙제가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호남이 문 전 대표를 버린 것이 아니라 회초리를 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인가?
왜 총선 결과를 보고 문 전 대표를 버렸다고 생각하나. 호남이 더민주에게 회초리를 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호남에서 안철수 대표를 (대선주자로서) 택했다고 보나?
그것은 아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정당득표수와 지역구 후보들이 얻은 득표수를 보면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저는 (호남의 총선 결과는)대선주자로 문재인에 대한 불신임이 아니다, 그리고 반대로 안철수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이냐?,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열려 있다고 본다. 두 세력 모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두고보자, 어느 쪽 정당이 더 잘하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호남 민심이 두 사람이나 두 당이 호남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너희들 중 누가 얼마나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능력을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재인 전 대표나 더민주가 집권가능성을 더 높게 보여주면 이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보고 반대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 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그쪽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가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졌지만 수도권에서 압승했다는 것이 나름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호남 민심이 볼 때는 ‘더민주를 우리가 혼을 내기는 했는데 다른 동네 가서는 또 잘 했네’ 하고 기특하게 볼 대목이 생긴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총선을 앞둔 두 차례의 호남 방문이 집토끼 결집에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그렇다, 호남에서도 그랬고 호남이 아닌 지역도 전국적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킨 역할을 했다.
출처 |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2713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