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정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슨 일이 발생해서 계획했던 일을 방해한다. 이런 것으로 날마다 해야 할 것을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 이틀 건너 뛰게 되면 결국 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인내심의 가장 큰 적은 방심이다. 마음을 놓아 버리는 것, 시간의 흐름속에 망각을 가져온다.
나에게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것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책을 읽을때 이런 일들이 많이 나타난다. 도서관에 가서 앉아 있다 보면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이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피곤하면 공부를 중단하고 서가에 있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읽는다. 2~3시간 훌쩍 지나간다. 이런 방법은 많이는 읽은 것 같은데 막상 책을 덮으면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읽었던 책들과의 연관성을 찾기도 힘들다.
그런데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2~3개월이 지나 읽었던 것을 다시 떠올려 보면 제목과 함께 중요한 메시지나 키워드가 신기하게도 맞추어진다. 차를 타고가거나 길거리를 걸어 갈 때에 흩어져 있었던 것이 순간적으로 종합이 되는 것을 체험한다. 그래서 아 그게 이런 뜻이 었고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하고 깨닿든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이다. 앉아 있을 때는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걸어 다니면 생각이 멈추고 큰 생각이 그림과 같은 이미지로 떠오른다.
책의 글자가 이미지로 떠오르면 머릿속의 잡념이 비교적 정리가 잘 된다. 글을 읽을때 행간의 뜻을 파악하고 앞뒤 문맥을 따져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그 같은 학습행동이 이미지와 같은 그림으로 저장이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어지러이 널려 있는 생각의 조각들이 퍼즐로 맞추어 지듯이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
나의 경우, 글을 읽으면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래서 갖가지 잡념이 머리를 지배한다. 혼동 그 자체이다. 그러나 생각을 멈추고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사물들을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거기서 얻은 감동이 잡념을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들이 더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특히나 모든 것을 내려두고 무작정 걷는 것, 이것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이다.
망각은 새로운 것을 저장하기 위한 뇌의 생리현상이다. 그러나 뇌로 들어온 정보는 그 어디엔가 저장되어 일정한 시간이 지날때 까지 숨어 있다가 갑자기 떠오른다. 그것이 의식중이든 무의식 중이든 말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우리는 리셋(reset)버튼을 누른다. 두뇌 역시 마찬가지 이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깡그리 잊어 버릴때 시간의 마법속에서 머리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새로운 내용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