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애니매이션 감상을 '김밥을 먹는다' 라는 행위에 비교해 봅시다.

성우 더빙의 경우 이렇습니다.

자주 가는 좋아하는 김밥집이 있습니다. 수수하시고 실력 좋은 아주머니가 깁밥을 만들어 주시고 나는 돈을 내고 맛있게 먹고 나옵니다.

연애인 더빙의 경우 이렇습니다.

자주 가는 김밥집에 갔는데 그 김밥집에 아주 예쁜(또는 멋진) 알바생이 일하고 있습니다. 나는 돈을 내고 김밥을 시킵니다.

근데 먹은 김밥의 맛이 지난번보다 다소 떨어집니다.

일부 사람은 '김밥 맛이 별로다'라며 불평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넘어갑니다. 왜냐하면 김밥의 맛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 게 아니고, 또 근본적으로 김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치더라도 예쁜(또는 멋진)알바생이 김밥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썩 불쾌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개그맨 더빙의 경우 이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밥집에 왠 요란스러운 사람이 자기가 주방장이라며 호들갑을 떱니다. 늘 메인에 있던 아주머니는 다소 구석진 곳에서 소소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김밥을 시켜 먹었는데, 맛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합니다. 밥은 쉬었고, 김은 눅눅하며 재료조차 재대로 구미되어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평 불만을 터뜨립니다. 초보 요리사한태 천상의 김밥같은거 요구 안 할 태니 최소한 김밥다운 거라도 나왔으면 하고 사람들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