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태훈 기자] '라이언 긱스, 벤치신세로 밀려나 우울하다.'
영국 언론들이 박지성(24)을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베스트 멤버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권위지인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라이언 긱스가 벤치로 밀려나 우울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같은 날 <데일리 미러>지도 "라이언 긱스, 찬밥 신세가 되다'라는 제목 아래 같은 호흡의 기사를 실었다.
영국 언론들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을 토대로 박지성이 프레미어리그 데뷔 2경기만에 맨유의 주전 중 주전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퍼거슨 감독은 20일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박지성과 반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등 4명의 공격수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퍼거슨은 "앨런 스미스,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등도 공격 일선에서 뛸 수 있지만 주공격진은 이들 4명이다"고 못박았다.
퍼거슨은 지난 91년부터 맨유의 왼쪽 날개로 공헌을 한 긱스를 의식해 "긱스는 다재다능하다"면서도 "그의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라이언 긱스가 '제5의 공격수'임을 분명히 했다.
박지성이 라이언 긱스를 밀어낸 결정적 요인은 맨유 팀 전술의 획기적인 변화. 퍼거슨 감독은 4-4-2 시스템을 애용했으나 이번 시즌 들어 4-3-3을 들고 나왔다.
4-4-2의 경우 윙플레이가 강조되는 반면 순간적으로 가운데 공격수의 숫자 부족(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포함 3명선)을 가져온다. 지난 2년간의 부진이 이것이다고 판단한 퍼거슨 감독은 반 니스텔루이를 정점으로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박지성을 공격일선에 포진시키는 스리톱 체제를 들고 나왔다. 측면 공격은 스피드와 공격운영력이 좋은 게리 네빌 등 사이드 백을 전개시키는 것으로 많은 부분을 대체했다. 이 경우 공격 숫자는 스리톱,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 2명, 사이드 백 등 6~7명선으로 늘어나게 된다.
퍼거슨 감독은 호나우두를 선발 출장시킬 경우에도 박지성을 공격형MF(20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선발 출장했던 폴 스콜스 자리)로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웨인 루니가 위치에 관계없이 돌아다니는 관계로 루니의 반대편 쪽(좌우 혹은 아래 위)을 재빨리 맡아 줄 기동력을 갖춘 선수는 박지성뿐이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 라이언 긱스, 맨유 팬들은 물론이고 프레미어리그 전체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박지성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지성 앞에 남은 숙제는 '놀랍다'가 아니라 '당연하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일뿐으로 1% 부족한 것, 즉 약간의 세밀한 플레이와 득점이다.
박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