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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당첨자로 산다는 것. . .
게시물ID : gomin_984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Fpa
추천 : 24
조회수 : 24185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4/01/28 04:54:28
야심한 밤에 잠은 안오고 . . 마음속에 있는 고민이나 좀 털어놔 볼 겸 이 늦은시간에 글을 하나 적어 올려봅니다.
아마 시간대가 이래서 베오베가긴 힘들테니 안심하고 써도 되겠지요. 일단 술도 몇잔 마신 상태라 두서없는 글이 될테지만 양해바랄게요^^
 
제목에도 그렇듯이 저는 로또 1등 당첨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 만큼 인생역전이 되지는 않았어요. 옛날에 비해 당첨금이 줄었을 뿐더러
제가 1등에 당첨됬던 회차에 당첨자가 조금 많았거든요.
 
그래도 제가 평생 일해서 만져볼 돈보다 감히 큰 액수의 수령금을 받았지요.
 
젊은나이에 로또1등에 당첨되어 주변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로또 당첨됬던 해의 제 나이가 스물여덞이었습니다)
안정적이고 너무나 여유있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뭐 일단 대학 졸업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기때문에 직장은 있는 상태였거든요.
 
살짝 딴길로 새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 . 로또 1등 당첨이 된후 한동안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상태였어요.
꿈꿔왔던 것 과는 다르게 붕뜨지도 않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무덤덤하더군요. 사실 실감이 안났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아무튼 정말 태연하게 회사도 문제없이 다니고있었지요. 당첨금을 받으러 가는 날에도 그냥 회사에 가볍게 연차를 쓴다고 말하고 받아왔거든요.
수령금을 받고 난 후 회사에 이번달 말 까지만 출근하고 퇴사를 하겠다고 말한 뒤부터 그제서야 '아 내가 로또 1등이 정말 된거구나..'
싶었어요.
 
회사에 말했던 퇴사까지의 시간은 정말 너무도 길었습니다. 마치 군생활 이등병의 시간처럼...
 
퇴사를 한 뒤 그동안 로또 맞으면 뭐해야지 뭐해야지하고 다짐했던 것들을 차분히 하나씩 시작해 나갔습니다.
하루에 두시간씩 헬스[좀 더 어렷을적엔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나름 자부심을 갖고있던 몸매였지만 회사생활하며 망가지더군요..]
그리고 그동안 하고싶었던 공부. 여러가지 외국어와 컴퓨터 등 이런저런 자격증에 관한 공부를 조금씩 시작했지요.
 
당첨금이 엄청나게 큰 액수가 아니여서 이 돈만 가지고 평생을 먹고살긴 힘들다는 판단하게 직장생활은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거든요.
그 준비를 일을 쉬는 동안 계속했습니다.
 
또 정말 친한 저의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몇번 다녀왔었구요. 좀 나중이지만 정말 평생을 함께갈 녀석들이기에 당첨 사실을 알려줬었는데
첨엔 농담조로 얼마얼마 내놔 이러기만했지 저를 봉으로 보지는 않더라구요. 그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늘에 너무 감사했어요.
그래서 학자금 대출이 아직 남아있던 한녀석에게 그 돈을 다 갚을 금액을 주었고, 차가 필요했던 한녀석에겐 차를 한대 선물했고
학교를 아직 졸업하지 않은 녀석에겐 남은 학기의 등록금과 전세원룸을 얻어주었어요.
 
아무튼 1년정도의 시간을 너무나 만족스럽게 저와 제 지인들에게 투자를 하고 저는 새 직장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살아가다보니 정말 마음이 맞는 너무나 참하고 저에게 과분할정도로 아름다운 지금의 저의 아내를 만나게되었어요.
지금도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제가 로또당첨자라는 사실을 아내는 모릅니다. 그저 집안에 돈이 조금 있었고 학생때부터 악독하게 돈을 모아와서
젊은나이에 자기명의로 된 집과 차가있는 알뜰한 남자로만 알고있지요.
 
제가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뭇 젋은 여성들과는 다르게 경제적 책임감도 뚜렷한 사람이었고 예의범절도 바르고..뭐 칭찬하자면
너무나 할게 많은 사람이라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만 . . 어쨋건 저를 경제적탈출구로 보지않았기 때문인..그런 이유가 조금 컸어요.
 
음.. 이야기가 너무 많이 엇나간거같은데 . .여기서부터 제 답답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오래기다리셨죠 쭉 읽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일단 고민 중 하나는.  . 대인관계의 불안감이랄까요. 정말 친한 친구들에게만 밝힌.. 부모님도 모르고 제 아내도 모르는
'나는 로또1등 당첨자다' 라는 사실. 그것이 알려지게 되면 왠지 사람들이 나를 돈으로만 볼 것 같은 불안감.
'나'라는 사람이 아닌 '나 라는 사람이 가진 큰 돈'으로 저를 보고 제 인간적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과는 다르게 활발하고 폭 넓었던 대인관계가 급격히 줄어들어 친구들도 걱정할 만큼 폐쇄적인 인간이 되어갑니다 . .
이게 안그럴려고해도 은연중에 사람과의 인연을 맺는게 꺼려지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결혼을 하기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주변의 가정이야기, 육아이야기 등 대부분의 이야기는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납니다..
요즘 애 키우기 너무 힘들다, 분유값 유치원에 학원비 거기다 집을 사야되는데 어디는 얼마더라, 집을 사려면 10년동안 매달 얼마를 내야된다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아, 이사람들이 내가 로또당첨자라는 것을 알면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않을까.. 안주면 떠나가버리겠지.
그것도 못주냐고 쪼잔하다고 욕하겠지 등등의 헛걱정을 시작합니다.
네.. 피해망상이겠지요 .. 하지만 두려운걸요..
 
그리고 또 하나의 답답함은 . .
 
저와 제아내 사이에는 쌍둥이 아이가 있어요. 세상에 나온지 얼마안되는 너무나 예쁜 작은 천사들입니다.
속도위반으로 결혼했지만 후회는 없었어요. 애초에 지금의 제 아내와 결혼을 할 생각이었거든요.
아무튼 젋은 나이에 집도 있고 차도있고 거기다 나름 안정적인 직장에 여윳자금이 평균적으로 보통사람보다 많게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살기가 너무 빠듯합니다. 제가 당첨금이 없었으면 절대 이렇게 살지못했겠구나 . . 대체 어떻게 살았어야 했을까 . .
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 . 제 연봉이 세후 약 2800정도 됩니다. 제 월급통장을 아내가 들고있어서 가계에는 제가 신경을 좀 덜 쓰는 편이지만...
월급날만 되면 아내의 한숨소리와 걱정이 들려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조금 덜하지만 초등학교에 보내고, 중고등학교에 보내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참 힘들겠다고 얼른 맞벌이를 다시 해야겠다는 아내의 웃음섞인 농담을 들을때면 조금 힘이 빠지는건 사실이예요..
 
왜 결혼할 아내에게까지 로또 당첨자라는 사실을 숨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분명 계시겠지요.
 
사실...이제 남은 돈이 얼마 없어요. 쉬는 기간 놀면서 쓴돈과 부모님에게 다달이 드렸던 용돈. 그리고 제가 조금 욕심과 사치를 부려서 샀던 차.
그리고 가장 큰 지출이었던 집을 사고나니까 . . . 솔직히 말씀드려 이제 남은 당첨금이 1억원이 조금 넘게있어요.
 
당장에 아내에게 이걸 주면 가계에 숨통이 좀 트인다고 좋아라하겠지만 이건 정말 급하게 필요할때를 위해 남겨둔 제 마지막 비상금이자 보험이예요.
그래서 말하기도 힘들도 말할 수도 없어요.
 
차도있고 집도있는놈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실분들 많으실거예요. 하지만 답답한건 어쩔 수 없네요...
 
내일부터..아니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이구나.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설이라고 연차+설연휴인데 . . 이런 답답한 걱정에 잠못드는 밤입니다.
 
아 칵테일이나 한잔 더 마시구 자야겠어요.
 
칵테일 마시려고 찬장을 열었는데 안에서 엘사가 튀어나오더니 문닫아 열지마!! 하고 문을 쾅 닫아버리더니
 
다시 빼꼼 열고 얼음장으로 귓방맹이를 때리더니 꿈깨셔!! 라고하고 들어가네요.
 
 
 
 
 
 
 
 
 
 
 
 
 
 
Ps. 아 로또 당첨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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