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유 유저는 아니었고 딴지에서 오랫동안 눈팅만 하다가 총선 계기로 많이 구경온 네티즌입니다. 지난 글이 없다는 점 먼저 알려드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알바도 아니고, 분열을 조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생각을 쓰고 싶었습니다.(그때문에 가입했습니다.)
정청래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회색분자들의 투표도 이번 더민주가 제 1당이 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선명성을 지향하는 정청래는 아마도 소수의, 훌륭한 의인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는 그처럼 행동하지 않는 회색분자(그의 표현에 의하면)들을 설득할 태도도, 존중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호되게 야단을 칠 뿐이지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회색분자(혹은 중도, 혹은 이중개념자, 스윙보터, 비적극적지지자 등)들에 대한 설득과 존중 없이는 정신승리 이외의 그 어떤 결과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아Q의 태도에 빗대 조롱하려 정신승리라는 단어를 쓴 것은 아닙니다. 허나 그의 강직한 모습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도, 정신적 고양감이외의 실질적인 보답을 전혀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 그의 딜레마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은 꽤 비겁하기 때문에, 조금 타협하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의 승리가 더 소중합니다. 물론 오유의 많은 분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며 존중하려 합니다. 저보다는 순수한 야성을 가지신 분들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그의 길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의 과거로 비추어 볼 때, 그의 비판 역시 때와 상황에 따라 선택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인간인 이상 어쩔수 없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이 지금 그가 하는 방식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도 됩니다.
총선 국면에서의 내려놓음으로 올라간 스스로의 가치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또한, 소위 회색분자들에 대한 통찰을 갖추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천사와 악마.. 사이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 있을 뿐입니다. 존중하는 태도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문재인을 존경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p.s 저는 오유가 선비들의 커뮤니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상과는 조금 괴리가 없지 않더군요. 이 글은 최대한 제가 상상해 왔던대로 예의바른 태도를 견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시간 내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