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ㅣ김지혜기자] 일전에 김태호 PD(MBC)는 예능의 덕목을 웃음이라 말했다. 버라이어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으면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느새 그는 웃음 위에 의미를 입히고 있었다. 이번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 또한 마찬가지였다.
▲ 남산시민아파트, ▲ 연예인아파트, ▲ 오쇠동 삼거리, 그리고 ▲ 300만원. 이번 특집에 등장하는 '미션' 키워드다. 극 중 탈주범으로 분한 '무한도전' 주요멤버들은 300만원이라는 돈을 찾기 위해 남산시민아파트, 연예인아파트, 오쇠동 삼거리를 헤맨다.
돈가방의 단서가 되는 이 장소들은 거의 폐허나 다름없다. 남루한 아파트는 탈주범이 일을 꾸미는 장소로 더할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로 보인다. 그러나 김 PD는 같은 화면 속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었다. 바로 '강제철거'에 대한 고민이다.
우선 남산시민아파트와 연예인아파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재개발 예정지다. 오쇠동 삼거리의 경우 이미 강제철거가 시작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진통이 있었다. 영세 세입자의 삶의 터전이 일순간 빼앗겼고, 특히 오쇠동의 경우 강제철거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죽음도 발생했다.
김태호 PD는 '여드름 브레이크'를 구상하며 사회적 약자의 삶을 화면 속에 심었다. 이번에는 용산참사로 대두된 강제철거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잔인한 세입자 이주비 문제도 언급했다. 방송 중 탈주범이 찾는 돈 300만원이 바로 그것. 오쇠동 강제철거 당시 세입자에 대한 보상비 300만원과 일치한다.
김 PD의 이런 문제 의식은 자막 속에서도 드러난다. '석호필'을 패러디한 문신에서 '남산시민아파트'를 설명하고 있으며, 제 8의 멤버 길의 이름을 '이주길'로 정했다. 재개발과 세입자 이주를 뜻하는 것이다. 게다가 300만원이 숨겨진 오쇠동 현장에서는 '철거'와 '몸싸움' 등의 자막을 삽입했다.
예능프로가 '웃음'과 '공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적어도 이번 특집은 의미있는 웃음을 던진 게 사실이다. 실제로 방송이 끝난 뒤 수많은 시청자들이 자본논리 속에서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삼성동에 살고 있는 여대생 김지현(19) 양은 "무도를 보고 300만원이 묻혀있는 '오쇠동'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인터넷을 뒤졌다"면서 "그곳에서 강제철거가 진행됐고, 세입자 이주비가 겨우 300만원이었으며, 또한 철거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죽음도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경악했다.
이것이 바로 '무도'가 추구하는 공익성아닐까. '무도'의 주 시청자층은 10대 청소년. 만약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강제철거와 비합리적인 이주비 문제를 거론했다고 치자. 그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사회적 문제를 돌아볼 10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도'는 웃음을 통해 현실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쥐박이 뒷끝으로 봐서...태호가 얼마나 갈런지..걱정이네... 태호야...부디 장수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