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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 등짝 좀 보자...
게시물ID : humordata_729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크남
추천 : 11
조회수 : 110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2/10 19:16:45


살면서 지옥같이 고통스러운 경험 한번 쯤 해보셨을겁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바로 그 지옥같은 경험을 써보려고 하는데요...

하아아~



때는 99년....

1월 5일 살을 애는 듯한 강추위 속 군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폐급 보급품으로 훈련소에서 맞게 된 겨울은 정말로 추웠지요.

훈련병 거의 대부분이 가벼운 감기를 달고 6주 훈련을 버텼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고 내무생활을 하면서 이 가벼운 감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더니

급기야는 목소리가 걸걸해지다가 잠잘 때마다 가슴에서 쇳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의무반에 몇번 가긴 했지만 감기약 한두알의 처방이 전부인건 아시죠.

그렇게 저렇게 정신없이 이등병의 군생활을 하니 어느새 100일 위로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몸이 아무래도 이상한 듯 하여 휴가 나온 김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니

늑막염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병을 앓고 있더랍니다.

늑막염이라니 뭐지?

쉽게 말해서 폐에 물이 찾단 말이지요.

훈련소에서의 가벼운 감기가 폐렴을 거쳐 늑막염으로 진화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훈련소든 자대든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가 될리 만무 하잖아요.

기침 좀 하고 목소리 쉬어있어서 그냥 감기약 몇알로 시간을 끌었던게 화근이었습니다.

자대 복귀 후 의사 소견서를 의무관에게 보여주자 그제서야 군 병원으로 후송 되게 됩니다.

파주 근방 군병원으로 갔다가 상태가 심각했는지 덕정의 군병원으로 다시 후송이 되었습니다.



아...... 지옥같은 그곳....

바로 저의 지옥같은 경험은 바로 이곳에서 겪게 됩니다.



한창 이등병의 힘든 자대 생활을 하다가 군병원으로 후송 오니 이거 왠지 엄청 편했습니다.

늑막염의 원인 중 결핵성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격리 병동에서 생활을 했는데

자대생활에 비해서 정말 천국같은 곳이었지요.

몇주간 입원 해 있다가 어느날 군의관이 그러더군요.

만약 결핵성 늑막염이라면 의가사 제대를 해야 한다고.....


제대라니!!


이등병 때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 쯤 할겁니다.

재대만 시켜준다면 영혼이라도 팔겠어. 

어떻게든 나의 숨겨진 병력이 발견 되어서 제대만 할 수 있다면....

그런 저에게 의가사 제대란 정말 솔낏한 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군의관 한마디 덧붙입니다.

결핵이 원이이란걸 밝히려면 "조직검사"를 해야만 한다....


조직검사? 그게 뭐지? 

아..... 피부표피를 살짝 떼어내는 뭐 그런식의 검사인가?


저는 당연히 알겠다고 했지요.

집에 보내준다는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격리병동으로 돌아온 저는 그 얘기를 병실 선임들에게 했습니다.

잘하면 의가사 제대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조만간 조직검사를 할거라고...


순간 병실 내 공기가 묘하게 멈춰진 듯 하면서 약간의 긴장감이 돌더군요.

지금 생각해 봐도 뭔가 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뭐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그날도 마찬가지로 병실에서 선임들과 노닥거리고 있는데

간호장교가 들어오더군요.


"검사하러 가자"


그리고 군의관실로 가게 됩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따뜻한 온기라고는 없는 차가운 그곳 군의관실을 말이죠.

제가 오자 군의관은 감정없는 무뚝뚝한 말투로 그 검사에 관한 설명을 해줍니다.


조직검사를 할텐데 니 폐에서 조직을 살짝 떼어낼꺼다.

그냥 집게가 달린 쇠 관을 너의 등 뒤 늑골과 늑골 사이로 집어 넣는거다

많이 아프진 않다 

누구나 다 하는거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쇠꼬챙이를 내 몸에 넣는다구?

마취도 없이 그냥 등에다 꽂는다구?

폐를 떼어낸다구?


아.... 머리속이 마구 뒤엉키더니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생에 살면서 그렇게 불안해 본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죠.

의외로 군의관과 간호장교는 덤덤하더군요.


자 여기 의자에 등받이를 가슴쪽으로 감싸고 앉아라.


웃도리를 벗고 철제의자에 뒤돌아 앉았습니다.

차가운 느낌이 몸을 감싸더군요.

옆을 흘낏 봤는데 책상 위에 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무슨 의학서적 같은 것이었는지 해부학 그림이 그려져 있는것도 같고...


철제의자의 차가운 냉기와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제 등뒤에서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무슨 얘기를 조용히 나누더군요.


음... 그렇지 여기..... 이쪽으로 넣어서 이렇게..... 아니아니, 관을 이렇게 넣는거야.....


아까 제 눈에 띄었던 책상 위 의학서적을 보면서 어떻게 검사를 하는지 얘기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설마 날 대상으로 처음 해보는 검사는 아니겠지....


아... 뭔가 엄청나게 불안하더군요.

정말 그 순간의 불안감은 심장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등 뒤에서 군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 관을 넣기 위해서 등을 조금 쨀텐데 여긴 살짝 부분마취를 할꺼야.

아프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관을 넣을 땐 기분이 좀 이상할꺼야.

내가 지시를 하면 "아~~~" 소리를 내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전 그저 묵묵히 대답을 했습니다.


이윽고 등에 따끔한 느낌이 났고 잠시 뒤 펜으로 등을 살짝 긁는 느낌이 났습니다,



'음... 등을 째는건가? 다행히 아프진 않네?'


그리고 잠시 뒤


"자 이제 관을 넣을꺼다. 좀 이상하더라도 참아라."








"..........."















"우아아아그기그긔긔기어어가으가~~~~~~~~~~~~~

으그긔기이그그그이이이이이긔긕이이이이이긔이이이~~~~~~~~~~~~~~~~~~~~"







아,.....

그때를 다시 생각하면 정말....

아... 그 기분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정말 태어나서 그런 기괴한 고통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10살 때 고래잡은 실밥이 풀려 피칠갑이 된 채 어기적 병원에 갈때도,

친구와의 장난으로 왼쪽 팔꿈치 뼈가 부러져 살을 뚫고 튀어 나올때에도,

부엌에서 주방칼을 꺼내다가 손바닥의 2/3을 도려낼 때에도,

느껴보지 못한 바로 그 지옥의 경험....


단연컨데 제 생에 최고로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으깨지는 듯 한 고통

분명히 아프면 "아!!" 하고 비명소리가 나야 정상인데

제 입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나더군요.



"으그긔기이그그그이이~~~~~~~~~~~~~~~~~~~이이이긔긕이이이이이긔이이이~~~~~~~~~~~~~~~~~~~~"




눈에서는 눈물인지 핏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리고

어금니를 악 문 채 배속에서인지 가슴에서인지 목에서인지 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그 쇠꼬챙이가 등을 뚫고 늑골을 지나 가슴 깊숙히 들어오는 동안

아... 정녕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없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 살에 쇠꼬챙이를 쑤셔넣다니....

반쯤 넋이 나가 의식이 가물가물한 생태에서 어떤소리가 들려옵니다.



"xxx 이병~ xxx 이병~

자 이제 "아~~~" 소리를 내봐."



아니 소리가 나지 않는데 아~~ 소리를 내라니!!

온 힘을 쏟아서 소리를 내봅니다.



"아....아아.....아....."


"좋아~ 잠시~   .................  자 다시한번 아~~ 해봐~"



"아....아아.....아.....!!!!! 긔긕이이이이이긔이~~~~~~~~


으그긔기이그그그이이~~~~~~~~~~~~~~~~~~~이이이긔긕이이이이이긔이이이~~~~~~~~~~~~~~~~~~~~"



그렇게 영겁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제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등뒤에서 간호장교는



"xxx이병 조금만 참아 거의 다 끝났어"


라는 도무지 동의할 수도 없고 이해 할 수도 없는 말을 하더군요.



잠시 뒤 몸에서 쇠꼬챙이와 함께 제 영혼도 쑤우우우우우우우우~~~욱~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탈수도 하지 않고 널려진 이불마냥 힘없이 의자 등받이에 걸쳐진 채 



"어긔기기이이이이긔이이긔그그긔이이기......"



이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숨을 쉬었습니다.



"고생했다 병실 가서 누워있어."


간호장교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로 돌아온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살아있구나..... 이제 살았구나.....

다른 선임병들은 저에게



"야 괜찮냐?" 

"다죽어가는 사람마냥,  남자새끼가"

"그렇게 아프냐?"


이런 위로아닌 위로의 말들을 건내었습니다.

그 중 병실에서 유일하게 저와 같은 쇠꼬챙이 시술(?)을 받은 상병이 

조용히 제 귓가에 속삭여주더군요.


"잘 참았다..... 이제 집에 갈 수 있겠구나"


저는 참 기뻤습니다.

비록 지옥같은 고통을 맛보았지만

집에 간다니...

앞이 안보이던 군생활 접고 집으로 간다니....

제 스스로 내심 대견하고 감동스럽더군요.















아 물론 검사결과는 결핵균..............


은 개뿔 단순 늑막염으로 

폐에서 물 두통 빼고 2개월 요양하다가 자대 복귀해서

24개월 군생활 꽉꽉 채우고 제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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