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초서는거야, 혹시나 모를 북한군 침투나 뭐 잠수함, 수상한 사람들 있는지 없는지 주시하는거야.
그런 걸 매일 밤마다 나가, 그 때가 겨울이었어
제주도 겨울이 그렇게 안 춥다고 생각하지만 바닷가라서 바람 때문에 그런지 너희들이 생각하는거보다 엄청 추워 ㅋㅋ
그리고 눈이 자주 오진 않는데 또 올 때는 꽤 오더라구..잡소리가 길었네 ㅋㅋ이제 얘기해줄께
암튼 그 날도 눈이 펑펑 오던 날이였다.
한창 꿀잠자다가 새벽에 그 사건 때문에 오대기 출동하고 5분대기조라고 먼일 생기면 후딱 출동하는 그런게 있어, 암튼 그냥 난리가 났었다.
그때 나는 초번근무라서 일찍 근무서고 들어와서 자고 있었지,,갑자기 막 다 깨우더니 사망사고 발생했다고 하더라고,
난 진짜 북한군이 쳐들어온 줄 알고 깜짝 놀랐어..암튼 오대기만 출동하고, 우리는 내무실에서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바짝 긴장한 상태로 완전군장하고 대기하고 있었지,
곧 행정반으로 전화가 오더라고, 결론만 얘기하면 같은 내무실쓰던 김병장이란 애는 죽고, 권일병이란 애는 실신해서 병원으로 실려갔대,
사고를 당한 김OO병장이랑 권OO일병이라는 애들은 새벽2시였나? 그때 근무였어..
초소내부에 별다른 특이사항도 없고, 누가 침투한 흔적도 없고, 공격한 흔적도 없고해서 현장조사는 그걸로 마쳤나봐, 김병장의 사인은 심장마비였나? 동사였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튼 자다가 그냥 죽었다고 나왔나봐
그래서 그 현장에 있었던 권일병이 이 미스테리를 풀어줄 유일한 사람이었지,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간 권일병이 깨어나기만을 모두들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하루쯤 지나자 권일병이 깨어났어..근데 애상태가 영 안좋았다고 하더라고, 뭘 본건지 충격을 먹어서 실어증에 걸렸다고 해야하나? 물어봐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대답을 못했다하더라고
우리 부대사람들, 헌병대들, 그 사건을 아는 모두가 어떻게 된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근데 권일병이 뭔가 결심을 한듯이 얘기를 시작했다고해, 그의 첫마디는...
"조사관님,..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무조건 믿어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정작 답답한 사람은 조사관이었으니 다 믿어줄테니까 겪은 일 그대로 다 얘기하라고 했지..그렇게 권일병은 끔찍했던 그 날을 기억하는듯이 표정을 찌푸리며 몸이 떨려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어
늘상 그렇듯 김병장이랑 권일병 둘이 앞번초 근무자들이랑 근무교대를 하고 근무를 서고 있었대
원래 그러면 안되지만..ㅋㅋ보통 병장급 정도되면 후임병만 세워놓고, 일 있으면 바로 깨워라하고 구석에 쳐박혀 자거든
그 날도 김병장은 권일병이랑 잠깐 노가리까다가 잔다고 하고 구석에서 잠들었대, 권일병 혼자 근무를 서고 있었대
그래도 일병때쯤엔 군기가 바짝 들어있을 때라서 열심히 근무를 섰겠지?, 그렇게 한 20여분이 지났을까,,
내 그날의 기억으론 참 이상하리만치 눈이 많이 왔었어..아무튼 권일병은 평소처럼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대, 근데 저 멀리서..거리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곳에서 이상한 형광색의 빛이 뿌옇게 보이더래
그때까지는 별거 아니겠지 하고 계속 그 형광빛을 주시하면서 다른곳도 경계하는데 그게 정말 눈치채지 못할만큼 아주 조금씩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대
김병장을 깨울까말까 고민하다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자하고 기다렸대..근데 진짜 그 형광빛이 나는 물체가 조금씩 다가오는게 눈으로 보였다는거야
그제서야 권일병은 김병장을 깨울려고 불렀다하더라고..김OO병장님!....김OO병장님 일어나십시오... 라고 불렀지만 김병장은 안 일어나더래..그래서 속으로 시발시발거리면서 그 빛에서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대
이게 조금씩 점점 다가오니까....점점 형체가 보였다더라고...그 형체는 사람이었다 그러더라고,
꿈지락...꿈지락....사람이 엎드린 상태로 얼굴까지 바닥에 파묻은 상태에서 눈밭위를 꼼지락....꼼지락...거리면서 기어오던게 보이더라는거야...
권일병은 씨발, 좃댔다 뭐야저게 하면서 김병장을 다시 깨웠대 원래 선임병을 깨울때 몸에 손을 대고 깨우면 개갈굼건이었는데 그 따위것은 생각도 안나고 너무 무서워서 눈은 그 얼굴까지 땅에 박고 꼼지락꼼지락거리면서 오는 그걸 보면서 김병장을 막 발로 찼대
김OO병장님..!!!김OO병장님...!!일어나십시오. 일어나라고 씨발새끼야.. 공포 때문에 뒷일 따위 생각나지도 않았데 그렇게 해도 김병장은 안 일어났다고 하더군
그래서 초소안에 있는 전화로 상황실에 전화를 걸려고 했대...근데 전화기를 든 순간...무감...안됐다는거야..;;
앞에서는 얼굴을 땅에 박은 인간이 팔다리를 꼼지락꼼지락거리면서 오고있지...전화는 안되지..김병장은 발로 차대도 일어나지도 않지...완전 미칠 거 같았대...
어쩔 수 없이 혼자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그 수상한 새끼가 기어오는 동안 속으로 몇 백, 몇 천번을 시뮬레이션을 했대, 가까이 왔을때 수하하고 불응 시에는 발포할려고..
이제 눈으로 정확하게 그 존재를 식별할 수 있는 곳까지 왔대..근데 얼굴을 땅에 박은 상태로 꼼지락꼼지락거리며 기어오는 모습은 똑같은데 그 수상한 새끼가 같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거야....
권일병은 씨발뭐지?뭐야이게 무슨상황이지 씨발내근무때하필....이란 생각을 하면서 조정간 연발로 놓고 방아쇠에다 손가락을 올렸대
꼼지락꼼지락거리며 기어오던 그 새끼는 결국 초소 근처까지 왔고, 권일병은 심호흡 한 번 내쉬고 수하를 했다는 거야
"손들어!!!!움직이면 쏜다!!!!화랑!!!!화랑!!!!!화랑!!!! 이 씨발새끼야대답해"
화랑이라는건 암구호라는건데 야간에 신원확인이 어려우니까 같은 편끼리 정해놓고 쓰는거야, 예를 들어 화랑!!하면 반대쪽에서 담배!!라고 오면 아군이라 간주하고 신원확인을 하러 나가는거야...
그래서 권일병이 수하를 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새끼가 동작을 갑자기 딱 멈추더래...
원래 수하 3회 불응 시 발포가 원칙인데 막상 총을 쏠려니 망설여져서 한번 더 수하를 했대
"손들어!!!!움직이면 쏜다!!!화랑!!!화랑!!!하는 순간.....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을 박고 있던 그 새끼가 몸은 엎드린 상태로 얼굴만 스윽....하고 들기 시작했다는거야....
권일병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얼굴을 보려고 했지.....근데 권일병은 그 새끼 얼굴을 확인하자마자....기절을 해버렸대....
그 인간같지도 않던 그 새끼의 얼굴은....바로 옆에서 자고 있던 김병장이었다는거야.....입이 아주 찢어질만큼 끔찍하게 웃고 있었다더군.....
그 모든 얘기를 듣던 조사관은 권일병의 상태로 봐서 도저히 거짓말같지가 않아서 일단 권일병은 병원에서 쉬라고하고, 우리 지역에서 유명한 무속인에게 물어봤다는거야
조사관은 그 무속인에게 모든 걸 이야기해줬더니 그 무속인이 하는 말이 충격적이었어
"그 김병장이라는 사람은 아마 권일병이 봤다던 그 형광색의 빛이 보였던 시점부터 이미 죽어있었을게야....원래 이승에 미련이 많던 사람이 죽거나 자기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 생각되면...같이 저승갈 사람을 찾거나, 아니면 살아있는 사람 몸 속에 들어갈려고 한단 말이여...아마 김병장이란 사람은 권일병 몸 속에 들어갈려고 했나벼...권일병이 기절한 게 천운이었지....사람의 혼이 드나드는 통로가 눈 사이의 미간에 있는데 사람이 기절한다는게 혼이 빠지는거여...육체랑 혼이 분리되는거지.....그래서 그 혼이 육체를 못 빠져나가도록 스스로 그 통로를 막아버리는게지...조금만 더 늦게 기절했더라면 김병장이 권일병의 몸속으로 들어갔을거여...."
그 후에 그 무속인은 김병장이 죽었던 곳에 와서 천도제를 지내줬고 권일병은 얼마 못 있다 정신쇠약이었나...아무튼 복무부적격 판정받고 의병제대했어...이 일은 내가 평생가도 못 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