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을 해야할 드라이브에는
추억이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하드속의 파일을 다 헬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파일을
이제 다 못 지우는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내가 정신을 못 차린 까닭입니다.
폴더 하나에 그림과
폴더 하나에 음악과
폴더 하나에 게임과
폴더 하나에 야동과 야짤.
어머님, 나는 파일 하나에 아름다운 이름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처음 토렌트로 다운을 받았던 작품들의 품번과, 소라 아오이, 사쿠라 코코미.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은퇴해 잊혀진 배우들의 이름과, 가난하여 나에게 외장하드를 건네던 후배들과,
도쿄핫, 프레스티지, "Soft On Demand" 이런 제작사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봄이 아스라이 멀 듯이.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윈도우 설치 디스크를 삽입해 봤다가
포맷스크린까지만 보고
그만 꺼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잉여는
부끄러운 과거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도 취업을 하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새로 맞춘 시스템 위에도
자랑처럼 파일이 무성할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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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정으로 컴퓨터를 포맷해서 팔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실패하면 한국으로 가야겠지요.
10년넘게 미국에서 살았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한치앞도 안 보이네요 ㅎㅎ
부품 하나씩 사서 자식처럼 아껴온 컴퓨터를 포맷하다보니
야밤에 감성포텐이 터지네요.
괜히 그래서 써봤습니다. 수위가 약간 높지만 용서바랍니다 ㄲㄲㄲ
취업하게되면 새로 컴퓨터 맞추고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여 ㅇㅅㅇ//
다른 게시판에 올릴까하다가 아무래도 컴퓨터 관련이니 컴게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