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더빙을 고른건 최고의 선택이였다. 초반부엔 조금 어색했지만 이내 집중을 할 수 있었고 성우의 가창력도 훌륭했다. 자막을 봤다면 자막과 음성의 싱크를 신경쓰느라 대략 좋다가도 좋지않은 내 머리로는 영화의 감동이 조금 덜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별 생각 없었다. 심지어 정거장에서 내려 극장까지 걸어다던길 왜 점포들이 오늘 이렇게 많이 쉴까? - 라고 의문을 가졌었다. 단순한 토요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설 연휴 첫날의 극장. 전체관람가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더빙. 극장 입구부터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미취학아동들의 향연에도 나는 알지 못했었다.
내 자리는 뒤에서 세번째. 자리에 앉고나서 주변을 탐색해봤다. 꽉 찬 상영관 안에는 50%이상의 비율로 미취학아동들이 점거해있는 상태였고 웅성거림은 영화가 시작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울먹거리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는 결국 중간에 엄마와 함께 나갔다.)
모든것을 포기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한번 더 보면 되니까.. 라고 생각했었다. 휴대폰 카메라의 비프음을 자랑하고 싶은것일까 어두운 극장을 핸드폰 액정으로 밝히고 싶었던 것일까 사진과 동영상을 쉴 새 없이 찍어대는 사람이 있었고, 딸과의 대화를 통해 딸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아버지도 있었다. 평소의 목소리는 모르겠지만 극장이 집이고 집이 극장인것처럼 모든것을 초월한 목소리는 지금 이 장소가 영화관이 아니였다면 참 자상했을 아버지였다.
두줄 앞에 있던 사진과 동영상을 찍던 모녀는 내가 핸드폰을 꺼내 플래쉬를 켜서 수초간 비추고 나니 비로소 그 행동을 멈추었고 내 바로 옆에 있던 자상한 아버지는 내 얼굴로 그 아저씨의 시선을 가로 막고 호프집에서 친구에게 대화를 하듯 '좀 시끄러운것 같지 않으세요' 라고 물어보고 나니 딸에게 건네는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딸은 여전히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자랑했지만 그래도 한결 나았다.
사실 생각 같아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를 돌아다니며 '내 옆자리 아저씨가 시끄럽게 해서 영화 못보겠어. 어떤 아줌마가 자꾸 사진 찍고 핸드폰 액정을 흔들어대서 신경쓰여서 영화못보겠어' 라고 소음의 발생지를 찾아다니며 공손하게 그들과 시선을 맞추고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일행이 있어 차마 그러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