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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조개
게시물ID : panic_63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윤진
추천 : 15
조회수 : 3881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1/31 00:42:38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qwGsf

출처 - 웃대의 '초록환타'님



아주 머나먼 곳, 지성을 가진 생명체라도 쉬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멀고도 멀게 떨어져 있는 심해.

그 바다는 원시의 바다였다.

드물게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투박한 비늘을 가진 고대어들이었다.

그나마도 굉장히 적어서, 지금 내가 설명하려 하는 '어느 것'에게 그나마 가끔 영향을 끼치는 대수로운

존재였다. '어느 것'은 물고기가 자신의 위를 헤엄칠때마다 껍질을 벌려 잠시 숨을 다시 고르곤 했다.

그랬다. '어느 것' 은, 조개였다.



조개는 매우 오래 살았다. 쭈글 쭈글한 분홍빛 살들은 그녀가 살아온 나이를 반증하는 좋은 증거였다.

그녀는 고요하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홀로 존재하는 이였다.

가끔 그녀 위를 스치듯 헤엄치는 물고기와, 그녀가 가끔 껍데기를 벌리면 올라오는 공기방울들이

고요한 심해속의 정적을 잠시 훼방하는 유일한 것들이었다.


무척 커다란 그녀는 항상 자신의 껍데기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녀의 껍질은 매우 아름다웠다.

빛한점없는 어둠의 바다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뿜는 발광체였다.

그녀는 이 아름다운 장신구를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흙을 삼키고는 분비물을 모아 덩어리를 만들었다.

영양분이 그녀의 껍질을 더 윤택하게, 더크게 해주었다.

거무죽죽한 모래 사이에서 가끔 발견되는 반짝이는 돌만은 그녀도 뱉지 않고 가슴 켠에 꼭 꼭 모아두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해왔을까.

이제 둥글게 뭉쳐 만들어진 그녀의 보물은 그녀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기쁨이기도 했다.

흙을 삼킴으로써 영양분을 공급받고 살아가는 그녀는, 가끔씩 특별한 것이 먹고 싶을 때에

미끈 미끈한 미생물들이 살고있는 진흙 바닥으로가서 흙을 먹고는 했다.

그 흙에서는 반짝이는 이물질은 없었지만, 씹는 맛이 더 좋았고 거기서 서식하는 미생물 덕에

더욱 영양가 풍부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못되어도 한달에 한번은 꼭 그곳에 갔다.

행복한 그녀의 삶이 어느 순간 불행해 지기 시작한건, 이미 수억년을 살아온 그녀의 나이가

조금 더 먹었을 때였다. 매우 아름다우면서 또한 거대한 그녀의 껍질또한 점차 빛을 잃고 바래졌다.

이상했다.

그녀가 아파진 이유는 단 하나였는데, 뱉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하고

부터 느끼는 복통과 스트레스였다. 살아온 수억년간 한번도 이런 고통을 느껴본적이 없었다.

풍요롭고 따뜻한 심해에는 그녀의 적수가 없었다. 조용하고, 또 아름다운 삶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녀는 매우 걱정스럽고 또 괴로웠다.

배속에서 움직이는 것의 정체는 세균이나 뭐 그 비슷한 것들인듯 했다.

점차로 그녀의 뱃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녀는 끊이지 않고, 또 미묘하게 계속 느껴지는 고통을

힘겹게 참았다.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고,

또 그 이상의 수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치이익-!

"아, 아.. 여기는 아서러스 호, 아서러스 호이다.

우리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고향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기 때문에,

지금 전송하는 메시지는 정확히 1275년 후, 우리들의 고향으로 도착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좌표는 Vbn-12345-568785-97668 이다. 반복한다, 우리의 좌표는

Vbn-12345-568785-97668 이다!

우린 지금 상상할 수도 없는 것과 마주하고 있다.

아마 이 메시지를 들을때즈음엔, 우리는 소멸하여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놀랍고 경악스런

비밀과 마주했단 사실만으로 충분히 영광스럽다.


광속이상의 속력으로 천문한적인 시간의 우주 항해 끝에, 우리는 드디어 우주의 끝에 도달했다!

계속해서 팽창한다는 과학자들의 이론과는 달리 우주 벽의 끝은 단단한 암석체 같았다.

우리는 벽을 파괴했다. 그리고 서둘러 밖으로 항해했다.

우리는 현재 고향에서 부르는 '바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아니.. 아니다!

'바다'와 비슷한 상황? 그렇지 않다. 우주 밖은 '바다' 그 자체다!

함선 밖의 액체의 정체는 소금물이다! 지구의 것과 조금 다른 비율과 구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바닷물이라는 것에는 일말의 의구심도 없다!


우리의 근원은 바다였다! 우린 조개 안에 품어진 진주에서 살아온 것이다..!.."









한 인류에 의해 죽은 조개, 조개를 뚫고 나온 인류.

신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바다와 그 바다를 품고 있는 거대한 지구.

그 지구를 품고 있는 또 다른 조개.


is there an end to it? (어디가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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