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한대 두대 지나가기 시작합니다. 언젠가는 서주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10대를 보내고 20대를 보냈습니다. 차가 단 한대도 서지 않습니다. 30대쯤 보냈을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위험을 무릎쓰고 차 앞으로 걸어가려는 제스쳐를 취하자 그때서야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여기는 어린이 보호구역인데다가 차가 많아 차의 속도가 끽해야 20 정도입니다. 브레이크 살짝만 밢아도 정지하는 수준이죠.
어찌되었든 브레이크를 밟아준 차 덕에 저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합니다.
반 정도 건너갔을때 이번엔 반대편 차들이 서질 않습니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보행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들은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갈 길을 갑니다.
한 10대쯤 보냈을까. 단 한대도 서는 차량은 없었고 저는 차의 흐름이 끊긴 뒤에야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까지 무려 40여대의 차를 보냈네요.
거리는 성인 남자가 15보~20보 정도 걸으면 닿는 거리를 무려 40대나 차를 보내고 서야 건널 수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는 정지선이 있습니다. 아니, 정지선이 없다 하더라도 횡단보도 자 체가 이미 정지선이나 마찬가지인 효력이 있습니다. 보행자가 있으면 신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정지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주는 차는 드뭅니다. 아니 거의 없습니다.
차를 몰고다닐땐 잘 몰랐던 풍경을 보면서 참 우리나라 운전자들 이기적이지 싶습 니다. 보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오직 차 위주의 사고방식뿐입니다.
얼마전에 횡단보도 앞에 보행자가 건너려고 하는게 보여 정지한 적이 있었는데 보행자분이 저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감사의 제스쳐를 보내더군요. 전 이거보고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보행자가 있어서 정지했을뿐인데 그게 고맙다고 할 정도면 얼마나 차들이 양보를 안했다는걸까요? 당연한걸 고맙다고 할 정도면...
걸어가도 되는 횡단보도 위를 뛰어다니는 보행자들...그리고 차가 보행자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보행자가 차가 없기를 기다리는 풍경들... 이런거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