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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호구잡히면 끝까지 호구잡혀요.
게시물ID : gomin_9878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enC
추천 : 6
조회수 : 60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1/31 21:58:44

제 어머니는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7남매의 장녀입니다. 

그럭저럭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급격하게 기울면서, 어머니는 12살 되던 해에 남해를 떠나
부산으로 상경하였고, 간호조무사 일을 하시면서 집안을 부양했습니다.

동생들도 모두 어머니가 키우다시피 하셨죠. 고생도 많이 하셨고...

뭐 여튼, 어머니의 셋째 여동생, 그러니까 제 이모의 큰딸과 저는 나이가 같았습니다.

그 사촌은 공부를 잘했죠. 항상 상장을 받아왔고, 우수상 최우수상 등등을 휩쓸었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게임을 좋아했고, 허구헌날 쌈박질만 해대는 문제아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 사촌은 좋은 대학에 갔고, 저는 그냥 그저그런 대학의 중어중문과에 갔습니다.

뭐 흔한 스토리죠. 그 뒤로 정신차려서 공부를 했다- 뭐 이런건데, 아무튼 저는 중국 유학을 가고 싶어서
한겨울에 계속 막노동을 했습니다. 겨울에 막노동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참 다치기 쉽죠?

몸이 얼어있고 하다보니 가볍게 스쳐도 찢어지기가 일쑤여서 잘 다칩니다.

여튼 그렇게 중국 유학비를 벌었고, 조금 남은 여윳돈으로 어머니 파카를 하나 샀습니다.
그 파카를 드렸을 때 어머니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렇게 설에도 일하러 갔다오니 친척들이 그새 다녀갔는데, 어머니가 이상하게 제 눈치를 보시길래 뭔가
느낌이 쎄해서 캐물었더니, 그 사촌 여자애가 어머니 파카를 가져갔대요. 

이모가 입기엔 옷이 너무 신세대적이라고, 자기가 입겠다고 그러면서요.

피가 꺼꾸로 솟더군요. 그 때도 손등이 찢어져서 붕대 칭칭 감고 일하러 갔다온 거였는데, 그렇게 번 돈으로
사드린 파카를...

너무 화가 나니 눈에 핏발이 다 섰나봐요. 그 눈을 하고 이모집에 뛰쳐가려니 그렇게 만류를 하시더라구요.
아들 니 마음만 받았으면 됐다고 괜찮다고, 하도 말리시니 어쩔 수 없이 제가 참았죠.

그 뒤로 몇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노력해서 제 전공을 살려 게임회사에 해외사업PM(당시엔 물론 어시스트PM)
으로 들어갔고, 그게 상당히 유명한 회사라 친척들 사이에서도 좀 이슈가 됐겠죠. 공부도 못하고 싸움만 하던 놈이
번듯한 회사에 들어갔으니까요.

근 2년 가까이 중국에 체류하며 일하면서 미치도록 돈을 모았습니다. 평생 고생만 하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
명품이라도 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귀국하면서 면세점에서 어머니 백과 아버지 지갑을 샀습니다.

그 좋아하시던 모습도 아직 기억에 선합니다.

그 이후 추석 때 그 사촌 여자애도 저희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어머니 백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여자애가 백을 짚는 순간에 말했죠.

그거 가지고 이 집 나서는 순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내가 어머니께 선물한 물건이니 난 그 소유권을 어머니께 양도한 것 뿐이다,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 허락을 받으려면 내게
받고, 정 갖고싶으면 그걸 나에게 사가라. 대신 백 가격과 몇년 전에 니가 "훔쳐간" 파카 가격도 같이 쳐서 받겠다고.

예상대로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친척 사이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그래 말 잘했다. 친척 사이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묻는다면, 난 너한테 친척 사이에 무슨 행동거지를 그따위로 하냐고.
내가 그 겨울에 막노동 해서 손등이 찢어져가며 번 돈으로 사온 파카를, 어디 되먹지 않은 핑계나 대면서 그걸 가져갔냐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묻기 전에 넌 왜 행동을 그따위로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그 친척이랑은 지금은 안보고 지냅니다. 

근데 그게 더 낫습니다. 친척을 친척으로 안보고 호구로만 보는데, 그게 어디 친척입니까?
지금은 저도 결혼해서 어머니 모시고 잘 삽니다. 제 앞가림 제대로 하면서, 곧 나올 제 딸아이 기다리며 어머니와 아내와
제가 나란히 앉아 웃으면서 전도 부쳐먹고 명절음식도 해먹고 그래요.

옛날에나 친척들이 같은 동네 사니까 싸우면 불편하고 그랬죠. 지금은 안그래요.

내가 피같은 돈주고 구입한 물건이면 당연히 소유권은 나한테 있는 거죠. 친척이니까 나 좀 줘~ 친척끼리 왜그래 ㅎㅎ

베오베에 물건 뺏기고 고민하시는 분들 많은데 그러지 마세요. 이미 뺏겼으면 돌려달라고 전화를 하세요.

친척이라고 도둑질이 허용되는 거 아니거든요.
그런 친척은 그냥 남보다 못한 거에요. 

그냥 살아도 별 불편한 거 없어요. 안보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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