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맨날맨날 햄스터를 가져오던 애가 있었다. 나름 깔끔하게 입고 말주변이 좋고 공부도 잘하며 부티도 나서 인기가 좋았었다. 게다가 고 귀여운 햄스터를 들고 다니니 초딩들한테는 얼마나 엄청나 보였겠는가. 우리반에는 강아지 고양이 싫어하는 애는 있어도 햄스터를 싫어하는 애는 한명도 없었다.
여튼 어느날 그아이가 아주 새끼 햄스터를 데리고 온적 있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털도 안난 붉은게 꾸물거리니 조금 징그러웠었나보다. 나뿐만아니라 우리반 애들까지도.. 우리가 별반응도 없고 징그럽다고 치우라 하니까 그애는 표정이 굳더니 그 조그마한 햄스터를 필통에 넣고 그냥 지퍼를 잠가 버리는 것이었다. 여자애들이 놀라서 그렇게 해도 되냐고, 죽는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가관이었다.
우리집에 이런거 많아. 괜찮아.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아이의 태도에 우리는 할말을 잃고 그러냐며 대수롭지 않은 척 대꾸했었다.
사실 그때 좀 이상했던건 그 아이는 집에, 그렇게 햄스터가 많다는 애가 학교앞에 파는 이천원짜리 사슴햄스터(?)를 맨날 사가는 것이었다. 그 애가 가지고 오는 햄스터는 초등학교때 보기 힘든 펄햄스터 었는데 솔직히 보기 쉽고 구하기 쉬웠던 사슴 햄스터를 돈들여서 사가는것이 너무나 궁금했었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지나고 그 애의 햄스터자랑도 시들했었을때 그애는 또 신기한걸 보여준다고 이상한 통을 꺼냈었다. 우리는 또 그애가 엄청 신기한걸 가지고 왔나보다~ 생각하며 왁자찌걸하게 그 애곁으로 모였다. 통안에서 나온건 하얗게 말라붙은...지금생각으로는 가죽..? 같았던 그것. 햄스터 뼈댄가 하는것에 햄스터털만 말라붙었던... 사실 그때 그 허연것을 보고 너무 놀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나는 눈과귀를 막고 내 자리에 꼭붙어 앉아있었다. 듬성듬성 들리는 말로는 이게 바로 햄스터 미라라던가 만져보면 딱딱한 거라던가 그런 이상하고 징그러운 얘기 뿐이었다..
고게에서 여기로 옮겨왔습니다.. 사실 맘으로만 품고있던 걸 여기에 써보려니 무섭네요.. 그냥 초등학교때 무력했던저, 제스스로 그런건 안된다는 개념이 생기면서 너무나 무서웠고 끔찍했고 제스스로 한심했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