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새누리당이 사라졌다. 5명의 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주요 이슈를 다 삼켜버리자 여당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지난 4·13총선 이후 새누리당은 부산 현안에 대해서 말 한마디 없다. 총선 참패 직후 "시민들과 동떨어진 생각에 사과한다"며 "모든 사고와 생각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불과 두 달 남은 신공항 입지선정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눈치만 보며 묵묵부답이다. 김무성 대표는 참패의 책임, 박민식 시당위원장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지도력이 와해됐고 구심점도 사라졌다. 민심의 혹독한 심판에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그 사이 부산에는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5명이 독수리 5형제로 날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확실한 이슈를 선점했고 부산발전에 대한 선제 포문을 열었다. 발목잡기식 구태도 없다. 비전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며 서병수 시장의 러브콜을 받았다. 총선 후 불과 보름도 안됐는데 여야가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야당의 달라진 모습은 구체적인 정책제시에서도 나타난다. 민생물가와 생활물가 잡기를 20대 국회에서 해결할 최우선 과제로 잡았다.
그동안 부산의 생활물가는 높기로 악명 높았다. 하수도요금은 전국에서 가장 비싸고, 상수도요금은 7대 광역시 중 1위다. 쓰레기봉투값도 전국 1위다. 유료도로도 가장 많은데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길에 돈을 뿌리고 다닌다는 불만이 높았다.
야당은 지역을 10년 이상 훑으며 주민들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듣고 체득한 결과다. 대충 국비 따고 지역 현안 챙기면 됐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당내 경선만 거치면 당선이 보장되니 주민은 뒷전이고 중앙무대에서 놀기 바빴다. 야당은 이 부분을 적절히 잘 건드렸고 여당이 직격탄을 맞으며 지역구도가 깨지는 큰 계기가 됐다는 판단이다. 더민주 민생개선추진위원장을 맡은 전재수 당선인은 "필요한 예산 추정까지 마친 상태"라며 "필요하면 법 개정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새누리당이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뭘 하는 자리인지 성찰하고 바닥 민심과 민생을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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