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더불어 민주당이 잡음없이 전당대회를 치룬다거나 하는 일도 현재로서는 요원합니다.
저도 그런게 가능했으면 좋겠고, 여러분들의 바램도 대체로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지금으로서는 가능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품고있는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넓기 때문입니다.
스펙트럼 안에서 좌우로 두드러지는 각 인물들의 행보는 각각 해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반대쪽 지지자들의 지지를 꺼트립니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는 상식입니다. 총선 후, 논공행상(전당대회 논란을 포함하여)에 잡음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구조적 이유 때문입니다. 일단 승리하고 나면 당내 헤게머니 장악을 위해 반대편의 공을 깍아내리는 겁니다. 경제론이 먹혔다느니, 선명지지자들의 지지율이 깍였다느니 하는 거지요.
오유 여러분들과 같은 비교적 선명한 지지자들은(아마 가장 큰 비율이 아닐까 합니다.) 김종인에 대해 용인할 수 있는 선이 '선거용', '집권 후 경제수반용' 정도까지입니다. 다시말해 중도유권자들에 어필하기 위한 '말'일 뿐이라는 겁니다. 절대 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공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부'를 구성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이런 사고방식은 대놓고 공당이 취해선 안될 사고방식입니다. 정체성에 착시를 주는 거니까요.
여러분들에게는 '단지 선거전략일 뿐, 선명야당으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다르다'라는 거겠지만 중도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수권정당을 기대하고 찍었는데 이야기가 다르다'가 됩니다.
하지만 어떤 유권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더민주가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비노세력이 당을 빠져나갈 때, 문재인 대표는 충분히 강성야당, 선명야당의 모습을 가져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총선에서 표 확장을 이루어내는 데 반드시 김종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전에 없는 감동으로 기적을 이루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수없는 마타도어에 시달리고 프레임싸움에 휘말려 패배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그런 도박을 하진 않았습니다. 대권후보로서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이미지를 보이지 못하면 힘들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의 처음과 끝을 목도한 문재인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당의 부작용을 몰랐을 리도 없습니다. 그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이미 19대총선 전, 새로 당을 만들지 않고, 비노가 주축이 되어있는 민주당에 입당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이득만 가져오고 부작용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 오유에서 비토하는 다양한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있었다면 문재인이 김종인을 영입하지 않고 선명한 노선을 견지하여 국민들에게 시험을 받아 비노들을 공천탈락/ 혹은 죄다 선거에서 떨어뜨리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보셨겠지만 그들 대부분이 별 무리없이 당선된 이상 그들을 배제시킬 명분도 없습니다. 비노들이 지도부가 되면 그 과정이 민주적이었든 아니든, 선명지지층에서는 끝없이 비토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지금 더민주의 지지율은 어느 쪽으로든 빠집니다. 국민의 당이나 새누리당으로 빠지던가, 아니면 야당지지층이 빠지던가요.(17대 대선 때 정동영처럼) 하지만 제가 보기에 지금 문재인은 노선투쟁을 하고있는게 아니라, 상식상의 워딩만을 보여주면서 지지율 관리, 더민주 강성지지층의 심리적 방파제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네요. 저는 강성 문재인보다는 이길 수 있는 문재인이 좋습니다. 그는 타락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앞으로 더민주는 점점 보수화되어 갈 것입니다. 능력은 있어도 야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시게 될 지 눈에 선하고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국민의 당이나 새누리당이 가 있는 위치를 더 민주가 빼앗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지금 꼴보기 싫을 때, 원외 진보정당에 슬슬 관심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더민주가 일정정도 이상 오른쪽으로 가면,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의 원내입성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