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신세를 지고 있는 상사분이 있습니다.
워낙에 엘리트 분이라서 작업하는데 있어 필요한 노하우나 작업 방식 등 자기 시간 쪼개 가면서까지
정말 이거저거 다 알려주시는 분이라서 저도 기대에 부응하려고 점심 시간도 줄여가며 연습을 합니다.
노력의 결과인지, 인턴기간을 마치고 정규직 계약까지 성공해서 칭찬받고 밥도 사주셔서
식사 하면서 이야기를 해 보니 취향도 저하고 비슷하고 자세히 보니 조금 귀여운 모습도 보여서 두근거렸습니다.
이후로도 종종 밖에서 따로 만나 여기저기 같이 놀러도 다니고 이거저거 하며 친해지기도 많이 친해졌죠,
저도 그분 마음에 들고 그분도 저 마음에 들어하셔서 진지하게 이번 크리스마스 때 제대로 고백하기로 작정까지 했습니다.
여기까진 좋은데...그분 일베 합니다. 멀쩡하고 예쁜 여자가 일베 한단 소리는 무슨 중간계사우론이 간달프랑 미트스핀 돌리는 소린줄로 알았는데
중간중간 고 노무현 대통령 얼굴 보면서 피식피식 웃고 너무너무를 노무노무라고 말하는 것부터 조금 느낌이 들더니
귀여운 동물 짤방 줄까 라고 묻길레 예 하고 대답 했더니 일베 링크로 동물 움짤모음글을 보내주는 겁니다.
상사분한테 일베 하냐고 묻기도 좀 그랬는데 마침 일베하는 여자는 싫냐고 묻더라구요,
당연히 예 라고 말하면 그동안의 추억이 쓰레기통 직행인지라 최대한 얼버무리면서 그런거 무슨상관이냐고 괜찮다고, 신경 안쓴다고 말해서
겨우 넘기긴 했는데 뭔가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져서 글을 씁니다.
사실상 집안이 보수집안이라 저도 어느 정도는 보수 마인드긴 한데 일베는 진짜 북두의 권 모히칸 머리 깡패들 집합소 같애서
양민 중에서도 리얼 양민인 저는 부들부들 떨면서 도망칠수밖에 없죠,
그분이 요즘도 가끔씩 재밌는거 좀 보고 쉬면서 하라고 보내주는 링크들이 다 일베 글입니다.
다 재밌는 글들지만 가끔 이래도 돼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왜 그,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 히로인 네이티리랑 친해지면서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인류의 배반자로 거듭나는 것처럼, 저도 그분이랑 같이 지내고, 더 가까워지고 결국 본심을 잊고 벌레화되서
운지운지 땅크홍어 파개한다 거릴거 같애서 두렵습니다. 다행히 그 분이 일베 별로 안 좋아하면 그거 이야기는 안 하겠다고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그분을 기쁘게 해 주고 싶단 생각 때문에 발을 끊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걸쳐 있습니다.
젠장 좀 살려주세요. 어찌하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