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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잘해주는 것도 답은 아닌 썰
게시물ID : military_379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했엌
추천 : 12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2/01 15:37:22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밑에 세줄요약도 있어요 ㅎㅎ

뭐 언제는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여전히 없으므로 음슴체... OTL

본인은 상말쯤에 분대장을 달았음. 분대장을 달고나서 분대 운영금이라고 한달에 2만원 조금 더 나오는 돈이 있다는걸 알았음. 상말에야 분대 운영금의 존재를 알았다는건, 그동안의 분대 운영금은 내 선임들이 알아서들 잘 해먹었다는 이야기임. 내 선임이 한 반년 분대장을 했으니 한 십만원은 해먹었을듯 ㅋㅋ

아무튼 여전히 내 후임들은 분대 운영금이란걸 몰랐기 때문에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해먹는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으나, 알량한 양심에 찔려서... 라기보다는 그냥 나중에 나한테 안좋은 건수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름 투명하게 쓰기로 마음먹음.

그래서 애들한테 이러이러한 돈이 있으니 내 나름대로 분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겠다고 말했음. 그리고는 진급한 애들 A급 오버로크 비용 대주고, 내무실에 바르는 구두약 사다놓고 남는 돈은 PX에서 이거저거 사서 먹는데 보태는 식으로 그달 그달 다 써버림.

그렇게 두어달쯤 지나서 애들한테 뭐 필요한거 있누? 물어보니 한 녀석이 보드게임을 살 수 있냐고 물어봄. 중대장님한테 보고해서 구입 허락맡은 것 까진 좋았는데... 가격이 배송료까지 거의 5만원이 나옴... 분대 운영금 두달치에 육박하는 돈이었지만, 다음달까지 미루기도 뭐해서 내 돈으로 땡겨서 구입했음.

보드게임 사주고나니 애들은 쉬는시간에 이래저래 재미있게들 해서 좋았음. 그리고 한달뒤 나온 분대 운영금은 저번달에 땡겨쓴 내 돈에 충당했음. 한 3천원정도 부족하긴 했지만 그것까지 쪼잔하게 그 다음달 거에서 까지는 않고 이번달 걸로 충당하고 끗...  그리고 그달은 애들 PX에서 사먹는데 한 푼도 못 보태줌.

그런데...... 다음달쯤? 갑자기 중대장님이 날 찾으심. 뭔 일인가 싶어서 갔더니 중대장님이 이거 읽어보라고 쪽지를 하나 던져줌. 읽어보니 내용이 참 가관이었는데, 한마디로 내무실 이병 한 놈이 내가 저번달 분대 운영금을 횡령했다고 투서를 써서 중대장님에게 직접 찌른거임.

중대장님은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날 부른거였고, 나는 보드게임 산거 영주증 보여드리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렸음. 그러고나니 중대장님도 나도 그렇고 ㅋㅋ 거리면서 헛웃음밖에 안나옴. ㅋㅋㅋㅋ 그러다 중대장님은 애들한테 잘해주는건 좋은데, 그렇게 계속 잘해주다보면 호의를 권리로 안다고, 적당히 잘해주라고 조언해주고 가라고하심.

내무실에 돌아와서(애들은 작업 나갔음) 나 찌른새퀴 관물대 보고 있자니 뭐 형언할 수가 없는 기분이었음. 아무튼 중대장님고 가서 쉬라고 했고, 나도 굳이 작업하는데 따라가서 작업할 기분도 아니어서 그냥 내무실에서 한숨 푹 자다보니 애들이 들어옴. 그래서 애들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음.

내가 분대장 되고나서 분대 운영금 나름대로 모두한테 쓰이는 식으로 썼는데, 이번에 보드게임 사느라 OX#*DBAD 했는데, 그걸 분대 운영금 횡령했다고 찌른 놈이 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사실 알았지만) 내가 말 안한것도 아니고 내 돈 땡겨서 산거 다들 알텐데 그런거 생각 안하고, 내가 PX 돈셔틀인줄 아나보다. 낮에 쭉~ 생각해봤는데 이제부터 분대 운영금은 한 푼도 안쓰고 모아놨다가,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에 우리 분대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불만있는 놈은 지금 말해라. 나중에 또 횡령했다고 찌르지 말고.

그리고 정말로 석달치 분대 운영금 연말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내라고 공문 내려오자마자 몽땅 기부하고 분대장 넘겨버림. ㅋ

오유 글들 보다가, 호의도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는 문구를 보고 이 일이 생각나서 끄적거려봤음. 


세줄 요약
1.분대장 되고나서 선임들이 몰래 해먹었던 분대 운영금을 분대원들을 위해 썼음.
2.보드게임도 사달래서 사줬는데, 그게 운영금 두달치여서 내 돈 땡겨 사주고 다음달 운영금으로 매꿨음.
3.근데 PX갈 때 돈 안보태줬다고 한 놈이 횡령으로 찌름. 빡쳐서 이후 분대운영금은 모두 모아다가 불우이웃 돕기에 투척 ㅋ

결론 : 남들 해달라는대로 다 해줘봤자, 결국 내게 돌아오는건 비뚤어진 시각과 원망뿐임. 나중에는 호의가 권리인줄 알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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