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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먼길 떠난 내 친구.
게시물ID : humorbest_7323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쩌란말야
추천 : 66
조회수 : 3467회
댓글수 : 1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16 21:18:18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16 15:04:02
이글을 쓰는 이유는,
반려 동물을 선택하실 때 최대한 신중하게 해 주실것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고 나면 끝까지 책임을 다 하셔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작년 5월 28일...

17년동안 함께 살아 온 내 친구와 이별을 했습니다.

포비01.jpg

이름은 포비 (미래소년 코난친구 이름) 품종은 조금 믹스 된 시츄. (라사압소에 더 가깝게 생겼었습니다.)

너무 이쁘죠. 그래도 이때가 12~3살 됐을 때였어요. 할아버지. ㅎㅎ




처음 충무로에서 데려올 때는 제 손바닥 만해서 안기도 조심스러웠는데 (충무로에서 파는 개들 사지마시길;;;;)

데리고 온지 한 달도 안 돼서 피부병이 아주 심하게 번져
몇 개월 동안 병원비만 몇십만원 깨졌습니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문턱에 조그만 몸을 내밀고 꼬리 치면서 반겨주는 게 너무 좋아서 (당시에 혼자 살고 있었거든요.)
'네 병은 얼마가 들어도 내가 꼭 고쳐줄께' 라고 말하곤 했지요.





이후에도 중성화도 하고, 눈병에 걸리기도 하면서 잔병치레 하느라 경제적인 부담이 늘 있었어요.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당시엔 내 유일한 가족이었으니까.



14살이 되었을 때는 가짜 사료 때문에 간에 손상이 와서 다시 한 번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 때도 병원비가 거의 100만원 정도 들었죠.
하지만 살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운으로 살아났구요.
-당시 가짜사료 때문에 많은 애견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급성 간질환으로...




그렇게 17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냈는데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더군요.



이 아래 사진들은 작년 봄.. 떠나기 한 달 전 쯤 마지막으로 산책나갔을 때 남편이 찍은 사진들입니다.

사진 016.jpg

눈빛이 많이 흐려졌죠? 살도 많이 빠졌구요.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 눈도 멀고, 귀도 안들리고 하더군요.

나중엔 까맣던 눈동자가 거의 은색이 되어갔습니다.

사진 021.jpg

차츰차츰 먹는 것도 힘들어해서 
캔이나 죽 정도의 묽은 음식도 못먹기 시작했습니다.

떠나기 전엔 너무나 고통스러워 해서 진통제도 강력하게 놓아줬지만 소용이 별로 없었구요...


사진 027.jpg

자연스럽게 자는 듯이 마지막을 맞길 바랬었는데..
거의 3일 밤낮을 신음하는걸 지켜보자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24시간 하는 동물 병원을 한밤중에 찾아가서 안락사 시켰습니다.
나중에 후회했던 게... 고통스럽게 내버려두지 말고 좀 더 일찍 편하게 해 줄걸... 싶었습니다.



한창 건강하던 때 몸무게가 5킬로 정도 됐었는데...

마지막 떠날 때는 1.2 킬로 정도 됐습니다.






그렇게 이별의 시간이 길었던 것은.....

평생을 같이 한 저와 헤어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라고,
그렇게 헤어지기 싫었던 것이라고..





아무튼 안락사, 화장해서 유골을 돌려 받는 데 최소한의 경비가 또 약 50만원 정도 들더군요.
유난 떠는 거 싫어서 안락사 비용, 화장처리 비용만 인데도.
(이렇게 쓰는 이유는 - 반려동물 선택에 참고하시라고 씁니다.)

유골은 유골단지에 담겨져서 아직 집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남편이랑 시골가서 살 생각이라... 그때 우리 집 마당에 묻어주려구요.




지금도 사진을 보면 눈물이 울컥 할 정도로 너무 마음아팠고,
이별하는 고통 생각하면 다신 동물 못 키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설득으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서.....






이 괴물을 데리고 왔어요. ㅎㅎ

나나.jpg

데리고 온 처음 며칠은 얌전하고 눈치만 보더니...

열흘 쯤 되니... 왜 유기견이 됐는지 살짝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얌전했던 포비와는 달리 어찌나 지랄스러운지;;;
외출했다 돌아가면 현관에서 1미터씩은 펄쩍펄쩍 뛰면서 다리 할퀴어서 상처내 놓기가 다반사입니다.

첫째 신발을 현관에다 두질 못해요. 지금까지 몇켤레나 해먹었는지..... ㅠㅠ




처음엔 나일론 재질의 목줄을 해 줬는데 세상에.
하룻밤 사이에 또각또각 씹어서 토막사건을 재현했구요...
(해서 철물점에서 사온 가죽 목끈과 쇠사슬 장착;;)

1374545984104.jpg

1인형 줬더니 다 뜯어서 솜 빼놓고 즐거워 하는 중;;



산책할 때는 다른 동물만 보면 미친듯이 돌격 앞으로!! 입니다.
(사냥개 본성;;;)



사람에겐 살갑게 굴지만.... 
다른 개들한테는 어찌나 사남을 떠는지 시댁에 있는 풍산개 믹스견 (제 몸보다 덩치가 서너배는 더 큽니다)을 
물어 뜯은 적도 있어요. 같은 암컷인데도... - -;;



그리고 요즘은 매일 현관에 오줌 똥을 싸 놓아서 궁뎅이 꽤나 얻어맞고 있다는....





S2010007.JPG

그래도 예쁘긴 해요. ㅎㅎ (1 청바지는 울 남편 다리임)







결론은,
반려견과 함께 살다보면 정도 많이 들고 하지만..

반면 어마어마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사람 아이들은 어느정도 키우면 어른이 되지만.. 반려 동물은 평생 아이와 같습니다.
그만큼 끊임없이 보살피고 책임져야 해요.

책임질수 없으면 절대로 데려오지 마세요.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버려지면, 그 버려진 애들에겐 죽음의 길만 남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그만큼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뱀발-직장이라 아그들 사진이 많이 없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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