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오늘 하루종일 심장이 벌떡벌떡했습니다. 며칠 전 그녀가 그랬거든요. 살그머니 다가와서는 "선, 선배~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지금은 좀 그렇고, 금요일 저녁때 시간 괜찮으세요?" 크~~~ 그 수줍던 미소. 남자는 하마터면 "지금 말해. 아니, 뭘 기다려! 제발 바로 덤벼줘~" 말을 할 뻔 했죠.
바로 그 금요일. 이 남자 오늘, 신경 많이 썼습니다. 나름대로는요. 까만 얼굴에 당체 어울리진 않지만 나름 신경을 써서 골랐다는 파란 와이셔츠, 다니엘 헤니가 아닌 이상, 웬만해선 힘들다는 꽃무늬 넥타이, 전국 삼천만명의 여성들이 입을 모아 "싫어욧!" 외친다는 방울 달린 뱀가죽 구두, 거기다 뭘 많이도 발라놓은 그 머리카락은, 아~ 어떻게 할 거야~ 하지만 어쨌든 스스로는 최선을 다했기에 남자는 대책 없는 자신감으로 약속 장소로 향해 갑니다.
카페 문을 열자 저기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청초하니 앉아있는 그녀. '우와~ 진짜 예쁘다~' 그런데 순간, 남자의 발걸음이 멈칫합니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거죠. '아니 근데, 저렇게 예쁜 사람이 왜 나한테?' 남자의 머릿속엔 수만 가지 불길한 생각. '혹시,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좋아하나? 그래서 나한테 다리 놓아달라고 부탁하려는 건가? 그게 아니면, 혹시 돈 빌리려고?'
그때쯤 남자를 알아본 그녀가 수줍게 손을 올립니다. "여기요~" 남자가 여자 앞으로 다가가고,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두 사람이 다시 자리에 앉고, 마침내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꺼냅니다. "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크아~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마구 터져 오르는 사랑의 불꽃.
그런데요~ 그날 그 카페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날 밤 일기장에 그렇게 썼다고 합니다. '오늘 정말 신기한 커플을 봤다. 남자는 파란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완전 스머프같이 생겼고, 여자는 파란 원피스를 입었는데 우리 집 장롱 안에 물을 마시는 하마같이 생겼다. 헌데, 옆에서 보아 하니 그 두 사람 서로 좋아 죽더라. '라고...
스머프와 하마, 개구리와 쥐벼룩, 코뿔소와 쭈꾸미... 뭐, 남들이야 뭐라던... 내 눈에는 제일 예쁜 내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