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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귤> 外
게시물ID : lovestory_732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눈
추천 : 0
조회수 : 4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17 21:43:30

  귤

봄, 귤이 물러터졌다

냉장고에 먹지 않고 내버려 둔다

엄마가 말하셨다, 귤 먹어라, 식탁 위

접시에 담긴 귤은 다 까져 있다, 멀쩡하다. 새콤하니, 맛있다



  귤2

동생이 귤을 공중으로 던지고 받으면서 논다

한참

그 귤은 다 물러 터졌다

그래도 아까워서 먹으려 까는 순간

화아 퍼지는 귤 향기

속껍질이 터져서 귤 향기가 더 향긋하다



  들판에

들판에

바람 발자국

열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았다



  시인의 반올림법

4.5를 5로 반올림한다

5를 다시 10으로 반올림한다



  사돈댁

외할머니 댁 처마 밑에 제비 한 마리

건너 옆옆옆 집에 제비 둥지에 엄마 제비와 제비 새끼들



  코스모스

꽃잎이 여덟 개가 넘었지만 관찰해본 결과, 그건 코스모스 같았네, 주황색, 겹꽃

몇 걸음 가다가 나는 주웠네

떨어트린, 누가 꺾어서 꽃잎을 여덟개만 남기고 따버린 주황색 코스모스 겹꽃을



  나비는 직선으로 날지 않는다

새는 직선으로만 날기 때문에 불규칙한 크랭크 모양의 비행을 하거나 어지럽게 방향을 바꾸며 비행을 하는 나비는 효과적으로 새에게서 도망을 갈 수 있습니다



  여우야

영남대병원 호흡기 중환자실

유원제 할아버지는

밤이면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낮이면

아우야, 아우야, 아우야, 아우야, 아우야

그렇게 애타게 누군가를 불렀다

왜인지 그게 대체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아그야, 아그야, 아그야, 아그야, 아그야

일반 병실로 옮기라는 오더가 있은 후, 가족들이 할아버지께 왔다

치매 노인, 성질 부리고 꼬집고 난리 피우는 노인네를 어떻게 감당하냐며,

중환자실에 계속 있기를 할머니는 요청했다

아들은 몇 만원을 간호사에게 찔러주려 했으나 사양당해서

다음에 뭘 사오겠다고 했다

할머니와 아들들은 가고 할아버지는 남아서 또 혼자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여우야

나는 할아버지의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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