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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작) Right Hearts #1
게시물ID : readers_7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그림
추천 : 0
조회수 : 2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13 18:51:01

RIGHT HEARTS #1

빗나감

 

Intro)

 

죽은 듯이 잔 것 같다. 정말 죽은 듯이 잤다. 마치 지옥에 간 느낌이었으니, 죽은 것 같이 잔 것이 맞을 것이었다. 정말 지옥 같은 꿈이었다.

 

처음 배경은 교실 같은 곳이었다. 이상하게도 책상이나 의자는 하나도 없었지만, 교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엔 어떤 녀석이 누워있었다.

 

‘은석아……. 미안해 잘못했…….’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한 녀석. 무의식적으로 그 녀석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아냐. 잠깐. 이건 아닌데.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당황하는 사이, 그 아이의 얼굴이 찌그러지며, 두 개의 얼굴로 바뀌어간다.

 

‘정말 누구 닮아서 저러는 건지…….’

‘또 그 소리야? 애초에 저런 성격은 우리 집안에 없었어!’

‘아니, 그럼 우리집안에서 저런 성격이 나왔다는 거예요?’

두 얼굴은 낯익다. 부모님의 얼굴이다. 내 발 밑에서, 그 둘은 서로 싸우고 있었다. 나는 기겁해서 발을 뗀다. 동시에, 두 얼굴은 기괴하게 찢어지며 나를 쫒아온다.

 

‘한심한 녀석.’

‘내가 왜 너 때문에…….’

‘하는 짓이 꼭 지 어미 같구먼.’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

 

나는 비명을 질렀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난 캄캄한 어딘가에 내 몸을 숨겼다. 어디인지 모른다. 무작정 도망쳤을 뿐. 어디선가 총 소리가 들리고, 다른 이의 비명소리도 들린다. 난 몇 발의 총알과 흉기들에게 사정없이 찢겼다. 다시 도망친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검은 것들은 나를 쫒아온다. 그러던 중 막다른 길에 난 다다랐다. 높은 벽이었다. 정말 높은 벽. 절대 넘을 수 없다. 그 구석에서 울음을 터뜨리듯,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됐어. 다 필요 없어.’

 

내 입이 멋대로 중얼거린다. 내 목소리가 아닌, 쉰 목소리이다. 그 때, 누군가가 높은 벽을 넘어서 튀어나왔다. 자세히 보면, 나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다. 다만 녀석은 분홍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 새, ‘나’와 ‘나’를, 어떤 녀석이 둘러쌌다. 묘하게 현실감이 없는 상황인데, 현실감 있게 보인다.

 

‘........’

 

어떤 사람이 중얼거린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위협적이다. 그러나 내 앞의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기를 들고, 생에 처음 느껴보는 섬뜩한 기운들, 살기라고 불리던가? 그런 기운을 내뿜는 자들 앞에서도 ‘나’는 당당하게 서 있었다.

 

‘.......’

 

‘나’, 그러니까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나는 무어라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나에게 빛이 나는 손을 뻗었다. 그 빛이 나를 삼킨다.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2003년 8월 14일 (木) AM 9:00]

 

평소 내 일정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로 직행. 그리고 식당알바 후에 바로 편의점 알바. 그리고 집. 친구를 만나러 갈 일도 없고, 학원이나 과외 같은, 그런 사치는 부릴 일 없다.

 

원래는 오늘도 같은 일정이었어야 했다.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이 보였어야 했고, 그나마도 낡은 집에 하나밖에 없는 세면대 겸 개수대인 곳으로 익숙하게 걸어가서 세수를 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아니었다.

 

"…….아?"

 

찝찝한 기분에, 눈을 뜨자마자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나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 아니 익숙함은 고사하고 아예 모르는 천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고 보니 더 가관이다. 가정집에서 쓸 만한 인테리어도 아닌, 오히려 고급 식당과 같은 그런 느낌의 방이었다.

 

"잠시만……."

 

순간적으로 멍한 느낌이 싹 가시며 등골이 오싹해진다. 머릿속에 지나가는 납치, 유괴, 감금 따위의 단어들……. 요즘 들어 장기밀매가 유행이라던데……. 그런 건가? 가만 보면, 분명 길을 걸어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 설마 진짜로?

 

"젠장!"

 

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상태를 냉정하게 살펴봤다. 난 그제야 전혀 움직이는 팔을 발견하고 낭패감에 빠져.......

 

"…… 잠깐. 전혀 움직인다는 건 뭔 소리지……."

 

한껏 긴장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난 완전히 자유의 몸이었다. 냉정하게 살피고 자시고간에 팔은 물론이고 다리도 묶여있지 않았다. 행동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걸 보니 기둥이나 그런 곳에 묶여있지도 않았다. 납치한 것 치고는 대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 정도. 그렇다면, 상대는 날 여기에 가둬놓고 뭘 할 속셈일까?

 

"설마 영화에서 보던 탈출물이라던가……."

 

사실 밀폐된 공간에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탈출구. 탈출구의 유무다.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눈길이 갔다. 나는 황급히 문 쪽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아당겨보았다. 예상했다시피, 문은 꼼짝했고, 난 절망감에 젖어…….

 

"…… 꼼짝하더니, 열리네."

 

…… 이번에도 문은 예상과는 달리 작은 자물쇠하나 달려있지 않았다. 멍청한 것. 냉정해지자면서 오히려 더 흥분해 버린 나를 질책한다. 흠흠. 자중하자.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김이 팍 샌다.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더 알 수가 없어지는 것……. 날 데려온 목적도, 경유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어야 할 판이다.

 

"애초에 잡혀오기나 한 건지……."

 

방 안에서 있어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일단 나가보고 상황을 파악하던지 뭘 하던지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꼼짝’하고 움직여서 나한테 무안을 준 문을 힘주어 밀어보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더니 꽤 멋들어진 탁자 몇 개가 먼저 눈앞에 보였다. 내부 디자인과 거의 비슷한 테마의 인테리어다. 역시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 되는 곳인 걸까? 하지만 레스토랑이건 어디건 여기는 생판 모르는 공간이다.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냉정, 냉정을 중얼거리며 혹시나, 혹시나 하는 선에서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방 안에서 몸을 꺼냈다. 그 순간. 난 엄청나게 당황했다. 방 밖으로 나갔더니 어디선가 엄청난 미녀가…….

 

"후우……. 이제 영화 같은 상황은 됐어……. 그런 상황이 있을 리가……."

 

튀어나왔다.

 

녹색의 긴 생머리. 그 아래 뽀얀 얼굴. 각이 제대로 잡힌 코와 턱. 뚜렷한 이목구비. 몸매는……. 흐흠. 이런 말하면 좀 이상하겠지만 슬림하다. 부담스러운 s라인보다는 운동선수같이 날렵해 보인 몸이라 해야 하나? 와이셔츠를 입고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막 두드러진 부분은 없는, 그런 몸이었다.

 

"감상은 언제 끝나?"

"잠깐만요. 아직 다리 쪽을……. 흐이이익!"

 

내가 관찰(?)하던 상대에게서 나온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난 소스라치게 놀라 문 뒤쪽으로 다시 몸을 집어넣었다. 문 밖으로 고개만 삐쭉 내민 모습이 우스운지, 여성분(?)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푸훗. 보기보다 꽤 귀여운데? 안 잡아먹으니깐 나와도 돼."

"아……. 아 그럼 실례……. 가 아니고!"

 

후……. 후아……. 목소리도 좋잖아……. 하마터면 상냥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넘어갈 뻔했다. 사실 유괴범 같은 인상은 아니지만 만약에 맞다면, 날 어떻게 할 지 모르는 사람이다. 난 다시 한 번 ‘침착’을 속으로 되뇌며 녹색 여자(??)에게 발악하듯 외쳤다.

 

"다……. 당신 뭐야? 뭐하는 사람이냐고?"

"나야 뭐……. 이 가게 주인정도? 시르……. 아니지. 현애. 그쪽이 편하겠다. 현애라고 불러줘."

 

내 긴장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여자, 현애 씨는 오히려 태평스럽게 그런 말을 늘어놓았다. 그 태도에 나도 말려 들어가는지 더불어 흥분이 가라앉았다. 난 약간은 누그러진 말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후우……. 그럼 현애 씨. 일단 전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무섭고 부담스럽거든요? 우선 제가 그 쪽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가질만한, 뭔가를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애 씨는 웃음 띤 표정으로 못 말린다는 표정을 같이 짓는 신기를 보여주며 내 쪽으로 양 손을 펼쳐들었다.

 

"자. 비무장 여성 한 명. 그리고 그 쪽은 다 큰 남자 한명. 어때? 이 정도면 내가 뭔 짓을 하려 해도 그 쪽이 유리한 것 같은데?"

"헛소리! 그 몸을 보면 분명 운동을 한 몸……. 아차."

 

나는 무의식중에 혼자서 신나게 지껄이는 입을 틀어막듯 막으며 상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 띤 얼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보였다.

 

"흐음~ 내 몸매에 대한 평이라면 달게 받을게. 다른건..... 널 가두지 않았다는 점? 이 점에서도 꽤 믿을 만 하다고 생각되는데……."

 

저쪽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애초에 내가 자고 있을 때(혹은 반 강제로 의식이 없을 때)라면 처리(?)하기 더 쉬울 텐데, 이제 와서 정면승부라? 그런 건 진짜 영화에서나 액션 신 분량 늘리기로 써먹기 좋은 상황이겠지. 헛수고를 할 필요는 없는 거다. 난 슬그머니 문에서 몸을 빼고, 하지만 현애 씨한테 다가가지는 않은 채로 약간의 대치 상황을 만들었다.

 

"좋아요. 당장의 악의는 없다 칩시다. 하지만 아직 그 쪽의 의도를 전 모르니까, 제 쪽에서 이러는 것도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딱딱하네. 원래 그런 말투야?"

"아 씨! 말투가 문제가 아니잖아! 그니까 내가 왜 여기있냐고요?! 내가 내 발로 들어 온 것도 아니고! 분명 그 쪽이랑 관련 있는 거 아니냐니까?"

 

난 결국 조곤조곤 말하는 것을 실패하고 거의 악을 쓰듯 말했다. 상대의 태도가 완전 ‘너만 심각한데? 여긴 별 일 없는데?’ 정도의 수준이라 그런지 이런 문답이 쓸데없는 것 같고 답답할 정도..... 아예 사람을 어린애 다루듯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어쨌든 악을 쓰니 왠지 한편은 안정된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말이다.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간만에 동생이 생겼다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내 멋대로 해 버린 것 같네. 진짜 아무 짓도 할 생각 없으니까 나와. 천천히 설명해 줄테니까. 약속한다니까?”

“아, 아니..... 에이 씨.....”

 

현애 씨는 아예 나한테서 등을 돌려서 어디론가 들어갔다. 사과는 했다지만 ‘애 취급’을 그만 둘 생각은 없는지 여전히 달래는 어투다. 허탈하다. 쉽게 뒤돌아서는걸 보고 있자니, 이쪽에서 있는 대로 경계하고 했던 것이 한심해질 정도다. 나는 맥이 탁 풀려서 뭐라 더 쏘아붙이려다가 관두었다. 대신에 난 현애 씨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후우..... 그럼 이정도는 먼저 말해줘요. 여긴 어디고, 내가 왜 여기있는지.”

그렇지만 아직 의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착한 사람이 날 데려온 것도 엄연히 말하자면 납치인 것. 애초에 내가 왜 여기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여기’라고 말은 하지만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인지도 궁금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잠시 지나가는 동안 내 앞에 유리잔이 하나 놓였다.

 

“자. 마시면서 들어. 자세한건 사정상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물어본 것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현애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도 텀블러 속의 액체를 컵에 따라서 자기 앞에 두었다. 난 무심코 컵에 손을 가져가려다가 흠칫,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최대한 인상을 쓰며 무겁게 말했다.

 

“수면제.”

“약속한다니깐.”

 

현애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보란 듯이 그 노란빛의 액체를 한 모금 마셨다. 저렇게까지 하는데, 아직 낼름 음료를 받아 마시기에는 뭔가 염치없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어정쩡하게 손을 거두었다.

 

“일단, 뭐부터 얘기해줄까? 여기의 어딘지? 아니면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니면 이 음료수의 레시피? 아, 마지막 건 조금 무리겠다. 사업기밀이라.”

“마지막 건 됐거든요? 일단 여기가 어딘지 부터 알려줘요.”

“쳇, 그래도 나름 자신 작인데 너무하네.”

 

현애 씨는 툴툴거리면서 아까의 텀블러를 가져다가 내 눈 앞에 가져다 댔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것을 보니, 차가운 음료를 만들기엔 딱 좋을 것 같았다.

 

“자, 여기서 문제? 미모의 바텐더와 술병들. 그리고 탁자가 있는 이곳은?”

“……. 칵테일 바네. 지금 보니까.”

 

그 말을 듣고 보니 현애 씨가 서 있는 곳은 바(바에서 높은 의자에서 걸쳐 앉는 자리)와 비슷한 형태였다. 불투명한 유리 장을 자세히 보니, 술병 같은 윤곽이 어릿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조명도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닌, 은은한 느낌의 불빛. 어쩌다가 사정상 몇 번 들어가 본 술집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는 비슷했지만 이쪽이 더 깔끔하고 정갈해 보였다. 뭐, 그래봐야 술집이지만.

 

“그렇지! 여긴 칵테일 바야. 원래는 학생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그런 곳이라고. 뭐, 분위기야 이 주변하고 비교했을 때엔 제일 깨끗하고 깔끔한 곳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법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지.”

“뭐, 나이로 따지자면 상관없지만요. 들어갈 수 있다 해도 원래 이런 데는 거의 안 들어가 봤지만.”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까 손대지 않은 잔을 입에 대었다. 달콤한 향이 입에 퍼진다. 칵테일이라. 분위기도 좋고, 장사 잘 되겠다. 분위기도 좋고 바텐더도 이쁘…….고. 하지만 이런 곳이라도 낮에는 오히려 한산하겠지.

 

“잠깐.”

 

난 음료수를 한 모금 넘기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눈치 챘어야 됐을지 모른다. 무려 ‘학생’인 나에게 베푸는 호의. ‘술집’에 ‘손님’이 없다 그럼 애초에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걸 나한테 먹이는 게 목적일게 분명한걸.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이거…….”

 

난 원망에 원망을 담아, 날 속인 여자, 현애 씨를 쳐다보았다. 날 속이고, 계획이 맞아 떨어짐에도 한 치의 표정 변화가 없다 이 여자는 프로다. 그것도…….

 

“……. 음료수잖아. 진짜로 애 취급 하는 거였나?”

“뭐야, 학생은 애 아냐? 미성년자한텐 파인애플 스파클링이 딱이지.”

“현애 씨. 내가 진짜 살면서 이 말을 벌써 하게 될지 몰랐는데……. 민증 까볼까?”

 

애보기의 프로 말이다.

 

-

 

최대한 통수를 쳐서 웃기고 싶었는데.... 무리인걸까요? 앞으로 천천히 연재해보겠습니다.

 

사과박스에서 동시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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