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엄마 젖을 때자마자 강원도 할머니댁에 살았어요 철원이라함은 눈이 허리까지 내리고 야산에서 맷돼지가 내려오기도 했어요 산에 가면 그때 그시절 지뢰묻어놓은 곳이 많았고 표시된곳은 들어가면 안됬어요 제가 살던 마을 에는 어린아이가 저와 이웃집 새댁의 삼남매가 전부인곳이었죠 그렇게 작은마을에도 작은군부대가 있을정도로 휴전선과 아주가까운곳에 살았어요 동네슈퍼에는 계란과자 초코파이 요구르트 를 팔았어요 아마 군부대가 있었기때문에 장사가 됬을거라고 봐요 이런 제 어린시절 덕분에 편식같은건 꿈에도 못꿧죠 가끔 할머니가 해주시는 계란찜이 최고의 반찬이었어요 이야기는 십오년전 제가 서너살쯤 됬을때에서 시작해요 그날은 이웃집 남매가 늦잠을 자던날이었어요 할머니는 고추를 따고계셨으니 여름인지 가을인지 였을거에요 마당에 밤나무고목밑에서 작은실뱀을 발견했어요 겁도없고 워낙에 고슴도치 산노루 등 작은 산짐승들을 좋아했어서 실뱀과도 친해지려 했나봐요 이리와 이리와 하다가 말을 안들어서 돌로 쳤습니다. 꼬마의 심술이라기엔 악마같았죠 아이가 잔인한건지 제가 잔인한건지..그때부터 전 뱀만보면 돌로 쳤어요 큰뱀 작은뱀 가릴것없이 그나이때 제가 생각하기엔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했나봐요 그리고 그때부터 전 가위에 눌리고 쥐가 나기시작했어요 새벽이면 어김없이 가위에 눌렸어요 그 가위라는게 뭔가 보이는게 아니고 가만히 누워있다보면 이불속으로 빨아드려지는것 같더니 움직일수가 없었죠 그리고 쥐가 나기시작해요 오른발 오른다리에, 제가 깨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목소리도 안나오고 움직여지지도 않아요 그러면 때마침 할머니가 절 깨워서 제가 다시잠들때까지 한없이 그 흙냄새 나는 고소한 손으로 다리랑 팔을 주물러주셨죠... 제가 여덟살이 되면서 저는 경기도로 올라와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할머니는 시골에 계시구요 할머니와 떨어져도 가위는 계속 눌리고 쥐는 계속 났어요 새벽에 눈뜰때마다 언니한테 다리좀 주물러달라고 징징거렸지만 언니는 해줄리가 없었죠 고작 8살 먹은 꼬맹이가 잠도 못자고 밤마다 앓는소릴 내니 할머니 손을 타서 그런다고 결국 할머니가 올라오셨죠 할머닌 호랑이 띠세요 그것도 시월호랑이 끼가 넘치셨죠 자기세상인듯 그런데 도시로 올라오시니 슬퍼하시는게 눈에 보였어요 밤에 가위를 풀어주시고 제가 잠이들때까지 주물러주시면서 본인은 잠이 안오시는지 시골의 밭 얘길하셨죠 그러다가 육이오얘기도 하시고요..그렇게 그렇게 전 중학교 이학년이 됬어요 여전히 가위랑 쥐가 났고 작은집 아일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저랑 다시 방을 쓴지 한..이년됬을거에요 아파서 돌아가신게 아니에요 교통사고..그리고 마취에서 깨어나질 못하셨어요 전 한번도 그렇게 가실꺼라 생각치도 못했고 공부한답시고 병원에 한번 안갔어요 다시올거라 굳게 믿고 엄마가 전화로 할머니 속옷이랑 옷가지를 챙기랄때 할머니가 가장 아끼시는 속옷 신발 외투 그리고 장롱속에 있는 지갑까지 챙겨서 현관에 두고 학교를 갔다왔죠 그날은 수학여행 대비해서 강당에서 조를 짜는 날이었어요 선생님이 절 부르셨고 전 실내화도 갈아신지않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꿈이길 바랬어요 꿈이길 바랬고 거짓말이길 빌었어요 그게 끝이에요 전 개띠에요 할머닐보면 안된데요 그리고 할머니가 날 제일 사랑해서 날 데리고 갈꺼래요 어른들이 되게 웃기는소리죠 난 할머니 손도 못잡고 할머니 관도 못봤고 할머니 묘소에 들어가는것도 못봤어요 난 보면안된데요 그렇게 할머닐 보내고 전 힘들게 살았어요 공부는 포기하고 학교에선 왕따였죠 가위랑 쥐는 더심해져서밤에는 잠을 못잤어요 학교에서 잘때도 쥐는 났어요 할머니랑 같이쓰던 그침대에서 잘수가 없어서 바닥에서 자면 침대밑 어두운곳에서 노란불 두개가 날 똑바로 쳐다보다가 그게 네개 여덟개 열여섯개 식으로 제곱으로 늘어나는거에요 이젠 가위가 풀리지도 않아서 정신을 잃고 일어나보면 엄마가 깨웠어요 넌왜 이불을 온몸에 돌돌말고 자냐구요 그러던 어느날이에요 피곤한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잠을 자고싶었고 그날따라 딱딱한 바닥이 몸에 배겼어요 돌침대도 딱딱했지만 그날따라 돌침대에서 그날따라 벽쪽이아닌 가운데어서 그날따라 할머니생각이나면서요 또 어김없이 가위가 눌렸어요 쥐가 나기시작했고 전 체념했죠 그런데 제가 체념하니까 감은 눈앞에 노란불이 훽훽 날아다니더라구요 그때 할머니가 팔다리를 주물러주셨어요 할머니..하고 부르니까 할머니가 코자라고 아기다루듯 부르셨어요 그리고 옛날얘길 시작하셨어요 고추밭 얘기며 전쟁통 얘기 옛날얘기... 저도 눈을 감고 할머니 있잖아 내가 옛날에 밤나무 밑에 뱀을... 하자 할머니가 알아, 들었어 하시곤 자라며 계속 계속 주물러주셨죠 그리고 아침이 됬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없단걸 한참지나서 깨달았어요 그리고 한참을 울었어요 왜 눈을 안떳을까 왜 할머닐 안봤을까 하고요 진짜 보고싶었거든요 그리고 그뒤로 가위나 쥐같은건 나지않았어요 제얘긴 이걸로 끝이에요 이건진짜 제얘기에요 어디서 비슷한글을 보신다면 제게 말해주세요 할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을 글로 쓰는건 제가 잊을까봐서에요 각색하지마시고 바꾸지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