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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나에게 보내는 편지.
게시물ID : gomin_990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심히
추천 : 0
조회수 : 1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03 12:47:00
아버지에게 그리고 나에게.

아빠. 안녕하세요.
아빠의 자랑스러운 작은 아들 상경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이곳은 이미 추워져 눈도 몇번 내리고 했어요.

아빠. 떠나신지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요. 맞아요. 가을이었는 데 이제 겨울이에요.
이제 한 계절이 흘렀어요. 그만큼 시간이 지난만큼 아빠 조금 잊어가는 것만 같았어요.

근데요. 참 신기하게도요. 겨울을 지내다보니 겨울에 아빠가 저에게 선사해주셨던 따뜻하고
포근한 추억들이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선명해져요.

우리 시골에 살았을때요. 아빠가 손수 만들어주셨던 썰매로 집 뒤에 있던 연못에서 신나게
타고 놀았던 기억이 생각나구요. 또 최근에 쉬는 날 시간내서 아빠 보러갔을 적에
아빠가 처음보는 잠바 하나를 입고 계셨었잖아요.

그때 제가 아빠께 물었었죠.
"아빠? 이렇게 빨간 잠바 어디서 났어?
누가 사줬어? 이 색 너무 젋은 애들 입는거 같지 않아?" 그러자 아빠는
"저기 어딘가에서 주워왔어. 그래도 따뜻하고 좋더라" 하셨죠.
그 당시 전 아빠께 하나 사입으시라고 내가 당장 사드리겠다고 호언장담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결국 아버지께 그 겨울 내내 아무것도 못해 드렸었잖아요. 괜찮다고. 뭐가 됬든 따뜻하면
됬지. 그 돈 아껴서 너 사고 싶은거 사라고. 하셨던거. 이제 아빠가 안계시는 첫 겨울을
보내는 이 시점에서 나는 참 후회되고 한이 된것만 같네요.

우리가족 엄마, 형, 그리고 나. 이사가요. 그 동안 내가 모아논 거. 어머니 모아논 거.
그리고 외할머니께서 평생 벌어놓으신 걸로 정말 우리 집이 생겨요.

아빠. 생전에 그 말씀 정말 많이 하셨죠. 우리 가족 나중에 돈 모아서 시골 고향집
자리에 집 지어서 네 가족 다 모여서 꼭 같이 살자고. 아빠. 숨이 점점 꺼져가실때
형이 기운내시라고 아빠가 이런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살아야한다고 아빠에게 화내면서
용기 잃지 말라고 했을 때 아빠는

이제 모든 게 희망사항이 되어버렸다고 이야기하셨다 해서 지금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와요.

그 동안 그나마 미운 정. 고운 정 다들었던 수원 원룸. 투룸의 집을 정리하면서
아빠 생각 많이 났어요. 왜 살아생전 아빠가 소망하던 시골 집은 아니더라도
월세. 전세에서 벗어나 우리집이 생기는데 왜 아빠는 지금 내 곁에 계시지 않을까.

아빠. 형이 아빠 사진 찍었던 거 다 모아놨는데 그거 아직도 못보고 있어요. 아빠한테 좀 더
떳떳해진다음에 그때 꼭 볼게요. 미안해요. 아빠가 보고싶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지금 아빠가 이리도 보고싶은 데

수십장의 아빠의 사진을 보면 난 눈물만 쏟아질 거 같아요.

남들은 가족이 떠나고 49일이 지나면 영정사진도 이제 감추고 그런다는 데
엄마께서 그 말씀 하시더라구요. 이제 아버지 사진 넣어야한다구요.
그것이 예의라고 하더라구요.

어머니에게 죄송하지만 화 냈어요. 아빠 그렇게 답답하셨을텐데
아빠 마지막 사진 감추면 아빠 또 답답해지실거 같다구.. 이사가고 나면 그때 우리 정식으로
찍은 사진 뽑아서 걸어놓자구요.

다행히 어머니께서 그리해주신다해서 정말 감사했어요.

아빠. 아빠를 생각하다보면 나는 끝없는 공허함의 극으로 치닫지만
이제 이제 아빠께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겁니다.

아빠는 한 줌의 재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뿌려졌지만 아빠가 바람이
되어 내 곁에 항상 계시다는 거 함께 하고 있다는 거 잊지않고 명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보고싶어요.
내가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께.
그리고 그의 아들 나에게.

2013년 12월 21일.

추신
아빠. 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봄의 아빠가 생각나겠죠?
또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수십번 반복되도
난 아빠를 아버지를 그리워할게요.
그곳에서 아프지말고 잘지내세요.
그리고 우리 가족을 지켜주세요.
또 쓸게요.
 
-
 
새해.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

아빠가 안계시는 첫 신년이 밝았다.
시간이 갈수록 참 이상하게도 아빠께
죄송한 마음만 쌓여간다.

정작 쌓여야 할것들은 아빠와의 추억들인데
아빠 어깨위에 쌓여져 있던 눈이 생각난다.
이번 겨울 아빠와 눈을 맞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 데.

아빠 사진을 볼때마다 이리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지 모르겠다.

내가 강해지는 방법이 아빠의 존재를
조금씩 희석시키며 잊어가는 것이라면
난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다.

강해지지 않아도 좋다,
조금씩 우울하고 더 슬퍼져도 내 마음속
가장 앞자리에 아빠를 모시고 싶다.

그것이 못다한 나의 의무이자.
살아 생전 해드리지 못한 효라 생각한다.

아빠가 안계시는 나의 첫 겨울.
그리고 첫 새해가 이렇게 참
쓸쓸하고 외롭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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