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화와 9화의 핵심주제는 불멸의 징표와 반 이상민 연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실제로 모든 생존자가 불멸의 징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놓고 이상민을 적대하고 있죠.
그러니 당연히 많은 시청자들이 이 대립에 몰입해서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상민 하나 못이긴다’, ‘연합을 위해 희생하려는 정신도 없다’, ‘연합을 믿지 못해서 게임을 망친다’라는 식의 비판이 넘쳐나고 있죠. 사실상 이상민과 유정현 외엔 다 까이는 중입니다.
하지만 저 인식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반 이상민 연합은 존재하지 않아요. 불멸의 징표에 대한 반감이 존재할 뿐이지.
힘을 합쳐서 이상민을 떨어뜨려야 겠다고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불멸의 징표를 까고 싶어하는 것 뿐이지. 그게 그거 아니냐구요? 아뇨. 완전 달라요.
불멸의 징표에 대한 반감과 그로 인한 공동행동은 ‘불멸의 징표가 있음으로서 내 생존율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5명이 남아있다면 당연히 탈락확률은 20%가 되는건데(게임과 상관없이 단순계산입니다), 불멸의 징표로 인해 한명이 빠지고 탈락확률이 25%로 상승하는 것이 원인이란 거죠.
다시말해서, 반 불멸의 징표라는 대의는 어디까지나 내 생존률을 올리기 위함일 뿐입니다.
그런데 불멸의 징표를 까보려다가 자신이 데스매치에 가게된다면? 그건 그냥 자멸일 뿐이죠.
이준석이 사장듀오를 굶겨죽이면서 말했던 그대로, 연합을 위해 희생할 이유 따윈 없습니다. 초반이었다면 이후의 게임과 친목데매를 고려해서 희생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지만, 이젠 그런 유대관계 따윈 어쩔 수 없이 깨지는 후반이죠. 데스매치도 개인전 게임으로 나오기 시작했고요.
즉 이상민을 제외한 각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선 - 이상민 탈락 및 징표 소모. 자신은 생존의 징표 획득.
차선 - 이상민 생징 획득. 자신도 생징 획득.
차악 - 이상민 탈락 및 징표 소모. 자신은 생징 획득 실패.
최악 - 자신이 탈락 후보.
다시말해서, 이상민의 불징을 까는 건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부가적 목표이며 최우선 목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존이라는 겁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 더 이상의 부가설명은 필요치 않을거라고 봅니다. 지니어스는 자신이 살아남아서 우승하는 게임이지, 맘에 안드는 사람을 잡으려고 장렬히 산화하는 열사게임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료화면 보시죠.
임요환을 뺀 3인생존을 도모하는 은지원.jpg
저게 얍삽한게 아닙니다. 프로그램에 맞는 타당한 플레이지. 이유는 간단해요.
4인생존에 이상민도 생존
- 생징 없어지고 모두가 데매가능.
4인 생존에 이상민 탈락
- 생징 없어지고 모두가 데매가능. 이상민 불징 소모확정. 4인중 2명이 데매.
즉 4인 연합이라는 건 처음부터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포기한 멍청한 플레이라는 겁니다.
5화 끝나고 연예인 연합 깔때 ‘징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저 연합을 하는거냐’고 깠죠? 지금 4인 연합은 그거랑 다를바 없는겁니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도 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되죠. 그떄는 데매가도 친목데매빨로 살아날 수 있으니 연합에 들러붙는 거였지만, 후반에 다다른 지금은 1:1 데매가 나올 확률이 굉장히 높으니까요.
이걸 이해하고 보면 9화에서 각 플레이어가 보여준 행동이 이해가 됩니다.
유정현은 왜 1라운드에 아무도 해고하지않고 있다가 해고됐는가
- 이상민이 상무가 맞다면 탈락확정.
- 자신이 탈락할 경우, 징표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냥 탈락자가 많아질 수록 좋음. (데매확률 감소를 위해)
- 결국 유정현의 답은 하나뿐. 저게 정말 상무라면 그냥 얌전히 먹힘으로서 다른 3인이 탈락할 가능성을 높이자.
만약 선달이라면 당연히 이상민부터 붙여서 탈락자를 늘리는게 최우선이다. 즉... 이상민 외에 스티커를 붙여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지원은 왜 임요환을 배제한 연합을 제시했는가.
- 4인 생존시 이상민 탈락 여부와 상관없이, 생명의 징표 소멸.
- 그러니 4인 연합은 애초부터 헛소리. 최소한 한명은 탈락시켜야만 함.
- 조유영과는 뽑기운으로 인해 팀플이 강제됐으며, 유정현은 자신의 생존률 상승을 위해 필요함.
- 결국 임요환을 배제해야만 함. 그가 사장이건 선달이건 간에.
임요환은 왜 반 이상민 그룹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숨겼는가.
- 유정현의 입장에서 생각했을때, 유정현이 승리한다면 생징을 지키기 위해 탈락자 두명을 만들 필요가 있음.
- 그러나 적대멤버는 오직 이상민 한명뿐. 즉 이상민이 탈락하던 말던 결국 유정현은 이빨을 드러내고 그룹원을 팽할 가능성이 높음.
- 또한 임요환의 입장에서도 은지원/조유영과의 공동행동은 무의미함. 그들과 함께 행동하면 이상민/유정현이 탈락해야 생존한다는 소리니까.
- 결국 자신이 사장이라고 주장해 유정현의 팽을 대비함과 동시에, 은지원/조유영이 팽당하거나 알아서 죽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있음.
즉 반 불징 그룹의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는 불징 소모의 대의를 얘기하지만,
뒤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중 누군가는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서 행동했다는 겁니다.
4인 연합의 신뢰? 그런건 애초에 없었어요.
내가 생존하려면 연합원중 누군가가 죽어야만 하는 거짓된 연합인데, 그걸 신뢰하는게 진짜 호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