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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가 왜 문제일까.
게시물ID : soccer_73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트카치야
추천 : 1
조회수 : 2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04 22:21:31

저는 원래 일본 대표팀을 더 좋아하는지라 - 사실 대표팀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잘하면 잘하는 거고 못하면 못하는 거고. - 한국 대표팀 일에는 무심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니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이 사건은 자칫 대표팀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째서 감독이 지시를 하고 선수가 이에 응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선수-감독 사이의 관계는 사실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연공서열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선수나 감독이나 모두 구단에 고용되어 돈 받고 일하는 노동자거든요. 업무상의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사실 감독이 선수의 훈련이나 플레이에 깊숙히 관여할 이유는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잘 알고 있지요. 그랬다간 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없다는 걸 말예요.

그러나 선수가 감독에게 무작정 복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레몽 도메네크 - 남아공 월드컵 프랑스 시망(...)에 한 몫을 보탠 - 감독처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감독의 명령에 복종만 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계약은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선수와 감독 사이에는 어떠한 종류의 심적인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감독을 존중하여 그 지시를 따른다면, 감독은 나를 지도하여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반대로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렇겠죠. "내가 선수를 존중하여 합리적인 지시를 한다면, 선수의 존중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선수와 감독 관계에는 상호 존중이라는 형태의 무언의 계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수가 감독의 지시에 따르고, 감독이 선수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구단 축구 - 요컨대 클럽 축구 - 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감독과 선수 모두 클럽에 고용된 - 또는 소속된 - '임금 노동자'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표팀은 사정이 다릅니다. 대표팀 감독은 축구협회에 소속된 일종의 피고용인이지만 선수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죠. 따라서 대표팀에서 클럽에서와 같은 감독-선수 관계가 성립되기는 어렵습니다. 감독이야 축협에 고용된 몸이기 때문에 소속 국가 (의 축협) 의 명예를 위해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지시를 내리겠지만 정작 대표팀에 차출되는 선수들에게 월급 주는 건 국가가 아니라 구단이니까요.

여기서 개입하는 요소가 바로 '애국심' 또는 '명예'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대표팀에 불려가는 일은 최고의 영예로서 설정되어 있지요. 프로 선수들에게 돈이라는 요소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대표팀은 이렇게 명예, 애국심 등의 요소로 선수들의 모티베이션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모티베이션 위에 선수들은 클럽에서와 비슷한 상호 존중의 원칙을 인식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서로가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선수 선발과 전술, 전략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번 사태가 문제되는 것은 파벌의 형성이 아닙니다. 파벌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파벌에 속한 선수들이 감독과 선수가 지켜야 할 상호 존중의 원칙을 어긴 것입니다. 이는 전술과 전략을 따지기 이전에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근간을 무시한 행위이며, 이러한 망가진 근본 위에 세워진 전술, 전략은 결국 불안할 수밖에 없지요. 또한 전술과 마찬가지로 팀의 전력을 유지시키는, '팀 케미스트리'를 완벽하게 망쳤습니다. 더한 것은 기성용이 실력과 새 감독의 선수 기용 등의 이유로 계속 기용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좋든 싫든 해외파는 한국 선수 중에서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이런 선수들이 멘탈에 문제가 있어 위험한 발언 등을 일삼고 다닐 경우 감독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그 선수를 배제할 가능성 역시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전례가 있다면? 해외파 선수들은 더욱 제지할 수 없는 실제 파벌로서 기능하겠죠. 프랑스 대표팀의 그것처럼 한국 대표팀은 완벽하게 갈리는 겁니다. 해외파와 국내파 한쪽이 전멸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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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대표팀이든 클럽팀이든 감독과 선수는 상호 존중이라는 계약관계 하에서 최상의 전력을 낼 수 있음.


2. 기성용 (또는 해외파) 은 이를 어겼음. 이로 인해 전력은 실제로 감소됐으며, 팀 케미스트리에도 해가 됐음.


3. 진짜 문제 : 만약 이번 사태가 어물쩍 넘어가면 해외파의 방종에 제동을 걸 방법이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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