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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래된 할아버지 (스압주의, 똥차주의)
게시물ID : car_406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wanhearts
추천 : 24
조회수 : 2151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4/02/03 22:49:41
 
차량 등록증에는 1994년 제조라고 되어 있습니다. 1995년식이라고 등록되어 있구요. 울산 현대 자동차 공장에서 만들어져 
이 땅의 빛을 본지 어언 20년이 된 제 애마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94년 이후에 태어나신 분들도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제가 이 차를 샀던 2007년 정도만 됐어도 그냥 중년 아저씨 정도로 봐줄 수 있는 연식이었는데, 이젠 짤없이
할아버지 입니다.
 
그러고보면 저도 참 징합니다. 신차를 샀어도 이제 슬슬 차가 바꾸고 싶어서 난리를 칠텐데..13년된 차를 끌고 와서 6년/20만km를
타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타고 다닙니다.
 
사진 찍는게 취미라서 이 할아버지는 저를 태우고 대한민국 방방곡곡 거칠고 모진 길만 골라서 숱하게 달려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큰 사고 한 번 없이, 큰 말썽 한 번 없이-진짜 단 한 번도 퍼져서 길가에 서서 렉카 차를 기다려 본 적이 없습니다- 숱한 추억을
제게 만들어 준 고마운 어르신입니다.
 
여자친구도 만들어 줬습니다.
 
차01.jpg
 
속도계에 160km/h까지 찍혀있는데, 평지에서 신경써서 꼼꼼히 밟으면 140km/h는 나가고 내리막 버프 받아서 157km/h까지는
밟아봤습니다. 게다가 제 차는 희한하게 속도계랑 GPS랑 속도 차이가 전혀 없어서 그 속도감은 실로 무시무시합니다.
(일반 승용차로 따지면 거의 165km 정도 ㄷㄷㄷㄷ)
 
 
사람이 다니는 길 비슷한 흔적만 나 있으면 못 가는데가 없습니다. 튼튼하고 야뭅니다. 에어백도 없습니다. 사고 나면 그냥
맨몸뚱아리로 버텨내야 합니다. 전자장비라곤.. 라디오랑 시계 밖에 없습니다. 죄다 기계식입니다. 고장나도 부품만 있으면
뚝딱뚝딱 금방 고치고 수리비도 크게 안 비쌉니다.
 
다만.. 고속도로 1차선은 금단의 영역이고, 왠만한 근성으로는 3-4시간 장거리 못 뜁니다. 오디오 튜닝을 해놨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실내에서 들리는 자잘한 잡소리가 바람 소리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입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부품 수급이 힘들어집니다. 그나마 품번도쿄핫이라도 알면 몇 일 기다려서라도 받아볼 수 있던 부품들이,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캠핑 열풍에 따라서 오래된 갤로퍼들을 헐값에 사들여서 복원 작업을 하시는 분들 때문인지, 씨가 말라
갑니다.
 
차02.JPG
 
바라건대.. 조금만 더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더 저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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