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선산에 일이 있어 엊그제 호남에 갔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서울이고 선산은 전라남도 화순에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친지분들이 사는 광주로 갔죠.
이번 총선에 호남민심의 핵심이라는 광주에 간 김에 그간 궁금한 것을 알아보려고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이번 총선 호남 결과가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서울의 호남민심은 그래도 후보는 민주당을 대다수가 찍었는데 어째서 정작 호남에서는 그렇지 않은 걸까? 하는 궁금증을 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친지분들과 그 주변에 한정되었지만 물어보았죠.
그리고...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정말 서울에서 느끼는 것과는 사뭇 아니, 아주 다르더라구요.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50대 이상은 확실히 민주당에 반감이 있으셨어요.
심지어는 지난 대통령 선거때 박근혜를 찍은 분도 있으셨죠. (저희 외할머니가 그 당사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왜 박근혜를 찍으셨냐고 여쭸더니 글쎄.... 박근혜가 두 손을 꼭 잡고 굽실거리면서 한 표 달라고 했더래요. 그게 불쌍해서 뽑아줬다는... 비단 우리 외할머니 뿐 아니라 호남에서 박근혜 표가 나온 것은 그런 감정이 작용했을 겁니다. 이번에 또 놀랐는데 광주에서 어르신들 사이에는 박정희에대한 반감은 별로 없더라구요. 전두환은 때려죽일 놈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는데.)
물론 지난 대선에 호남이 압도적으로 문재인후보를 밀었지만 아무튼 나이 많은 분들한테 박근혜는 확실히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대는 세 가지로 결론이 나더라구요.
1. 지난 대선에서 몰표를 줬는데도 문재인이 딱히 보여준 것이 없는 것에 실망.
(비록 당에서 흔들더라도 그걸 이겨내는 것이 능력이라고 호남분들은 생각하는 모양이었어요. 아마도 김대중, 노무현의 과감한 결단에 익숙해진 까닭이겠죠;)
2.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층이 호남인데도 민주당 중심에 호남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점.
(이 당이 우리당이다, 하는 마음이 안 생긴다는 것이죠. 친노패권이라는 말은 다른 의미로 비호남 패권과 맞닿는 뜻으로 느껴졌습니다.)
3. 앞선 두 이유보다 이번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다들 그러시더군요. 바로 "공천 실패', 비례대표에서 실망한데다 호남공천도 정말 크게 반감을 갖고 계시더라구요.
(그 역효과가 광산구에서 이용섭씨가 떨어진 이유라고들 말씀하셨습니다. 권은희는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죠. 광산구에 외가댁이 있는데 분위기가 다 그렇게 넘어갔다고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이번 국민의당 싹쓸이에대해서 친지분들도 깜짝 놀랐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이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더군요. 그리고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합쳐야 할 당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국민의 당이 헛발질을 할 때마다 지지도는 틀림없이 빠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종편의 영향권에 들어가버린 어르신들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론은...
호남에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남인재에 기회를 조금 더 열어주어야하죠. 어차피 정치는 내 능력을 바탕으로 서야하니
누가 누구를 키워준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호남의 특수성이 있으니 그것을 고려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호남을
존중해준다면 다시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추신.
이 모든 생각은 제 주변 친지분들과 대화를 하며 느낀 것들이니 사실과는 다를 수 있으며.
절대 국민의 당을 비하할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님을 밝히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