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친노, 운동권 색깔을 빼기 위해 단행한 정청래·이해찬 컷오프에 실망한 사람들이, 운동권식 낡은진보 청산을 외친 안철수가 대표로 있는 국민의당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정치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정당은 정의당일텐데, 정의당 지역구 득표율은 1.7%, 비례대표 7%로 이전 총선에 비해 딱히 높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청래·이해찬 컷오프는 박근혜 정부 심판 분위기와 맞물려 국민의당 지지자가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을 찍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됐을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득표율은 저조했지만, 전국 지역구 득표율은 호남 지역 득표율이 반토막 난 상황 속에서도 37%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야당 지지자 중에는 정의당 지지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지지자만 존재하는게 아니고 새누리당은 싫지만 운동권 문화에 반감있는 사람, 호남 출신 국민의당 지지자 등 다른 정치성향도 존재합니다. 호남향우회가 막판 투표 권유하면서 지역구는 이길 수 있는 후보(사실상 더민주),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찍으라고 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 지역구 득표율은 1.7%입니다. 출구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에 50% 가량 교차투표했다고 하는 정의당 지지자의 전략 투표 성향을 감한한다 해도 정의당 실제 지지율은 4~5% 정도 밖에 안 될거라고 봅니다. 정의당 비례대표 득표에는 전통적으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진보정당을 찍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도 분명히 어느정도 섞여있을 것입니다.
결국 정청래, 이해찬 컷오프 등 우클릭에 실망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사이를 이동하는 층은 3~5% 정도가 아닌가 싶세요. 무시할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전체 대세를 바꿀만큼은 아닌데, 오유·SNS·팟캐스트는 자신들과 정치성향이 비슷한 이런 유권자 입장에 과다하게 몰입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선거 이후에도 친노·운동권 청산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총선 전에 어쩔 수 없이 잠깐 실행한 임시 방편이었지, 그런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정 지지층 자체가 붕괴되서 사라질 것입니다. 선거 직전에는 부동층·중도층을 잡고, 평소에는 고정 지지층을 다지는게 원칙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