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야당에 부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보수언론조차 이번 20대 총선 결과는 여당의 패배·야당의 승리이며, 실제 선거결과와 많이 차이가 나는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유독 정치 팟캐스트는 여전히 정확도가 낮은 것으로 판명난 총선 전 여론조사를 가지고 열심히 분석을 하고 있는데다, 그걸 토대로 이번 총선 결과는 무조건 이길 수 밖에 없는 선거를 진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 팟캐스트의 이런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팟캐스트가 여론조사를 분석하는 방식은 너무 편파적입니다. 정당을 이끌어나가다 보면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데 팟캐스트는 주로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이 떨어진 국면만 집중분석합니다. 떨어진 국면에는 자신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요인을 전부 다 갖다붙혀 지도부 책임이라고 떠넘기더군요. 지지율이 오른 국면은 제대로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데다, 언급하더라도 전부 지도부가 아닌 문재인 혹은 진보 성향 정치인의 공이라고 합니다.  

팟캐스트만 들으면 김종인 체제로 인해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오히려 여론조사 상으로는 문재인 체제 말기에 10%대 후반이었던 지지율이, 총선 직전에는 20%대 후반으로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였습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호남과 같은 특정 지역 여론조사만 떼어다 분석하는 방식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전국이나 수도권은 표본이 충분하지만 호남·충청·TK 등 지방은 단독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는 표본이 부족합니다. 특정 지역 여론조사는 오차범위가 10%에 달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지지율 격차가 20% 가량은 나야 어느 정당이 앞서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거든요. 국민의당 탈당파가 문재인의 호남 대선후보 지지율이 한두번 한자릿수대가 나온 적이 있다고 트집 잡아서 호남이 문재인을 버렸다는 것을 탈당 명분을 삼았었는데, 그것과 유사한 행동을 팟캐스트가 반복하니까 좀 안타까웠습니다.  

팟캐스트에서 인용하는 여론조사들은 조사 기관마다 서로 상충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이해찬·정청래 컷오프 이후 지지율이 폭등했다면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폭락하는 식으로 같은 기간에 조사한 결과값인데도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었거든요. 같은 팟캐스트 방송에서 인용한 것인데도 이러한 모순에 대한 설명은 없더군요. 결과적으로 해당 팟캐스트 방송에서 채택한 결론은 자신의 입맛에 맞은 이해찬·정청래 컷오프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 뿐이었고요. 

팟캐스트에서 김종인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여론조사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객관적인 비판이라고 포장하려 드는 이유는 이런 것 같습니다. 김종인 체제는 평소 팟캐스트가 추구하던 선명야당과 전혀 다른 전략을 취했지만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거든요. 팟캐스트는 선명야당으로 선거를 치뤄야 무조건 이긴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선명야당성 강조가 팟캐스트의 인기 동력이라고 생각해서 현실을 부정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명야당은 여러 전략 중 하나일 뿐이지, 유일한 수단이 되면 안 됩니다. 이번 총선 전처럼 민심이 어디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에서는 잠시 자신의 색깔을 죽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약 민심이 여전히 박근혜 정부 편에 있었다면, 정부와 각을 세우는 선명야당 전략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여느 언론인, 정치인이 그렇듯이 팟캐스트 진행자들도 아무 댓가없이 순수하게 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팟캐스트도 건당 수십만~수백만원하는 광고의 갯수, 이러한 광고 수입을 뒷받침해주는 팬덤과 다운로드수, 정보를 따내기 위한 정치권 특정계파 줄대기 등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할 수 밖에 없죠. 우리가 흔히 비판하는 거대언론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역시 현실에 안주하고, 기득권화되는 것을 경계해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