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미노 요루' 작가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2. 타이틀 올라오기 전까지 내 느낌 : 아 얏빠리 일본 영화구나...
3. 끝까지 보고 느낀 점 : 아 얏빠리 일본 영화구나......
4. 책과 영화의 느낌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다름. 일단 주인공.
남자주인공은 내성적인 성격에 반 친구들하고도 잘 대화하지 않는 '아싸'임. 그런데 뭐랄까.. 책에서 읽었을 땐 되게 애가 쉬크한 성격같이 느껴졌음. 조용하고 얌전하면서도 뭔가 염세적인 느낌 같은 게 좀 있었는데, 이게 영화로 각색되면서 애가 약간 '소심'해짐. 나쁘게 말하면 '찌질'해짐. 애가 왜 이렇게 쭈뼛대? 그냥 툭툭 던지듯이 말하고 사쿠라가 뭐라 말하면 '아 그러냐? ㅎ' 이런 식으로 맞받아치는 게 소설에서의 남주 느낌이라면 영화에서는 너무 착해져서...
여자주인공 얘기를 하자면,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이렇게 예쁜 여자 아이'라고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영상으로 봤을 때도 음, 꽤나 예쁜 여배우로 캐스팅을 했구나...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사실 처음에 여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얘는 안 웃는 게 좀 더 이쁜 것 같다..'였음... 뭐랄까 너무 '작위적'으로 웃는 느낌? 어거지로 미소 지으려고 미소 짓는 느낌? 뭐 각본에 그렇게 나와있으니까 그렇게 했겠지만서도... 얼굴은 참하게 이쁘게 생겼는데 웃으면 이상하게 늙어보이는... 그래도 예쁘긴 예뻤음. 연기도 잘 했음.
사실 이건 그냥 되게 주관적인 평이기 때문에 '그저 내가 보면서 느낀 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5. 역시 하나의 원작이 2차, 3차 창작물로 각색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 중 하나. 예를 들면 소설에서 문장과 문장 사이의 간극, 그 간극에서 느낄 수 있는 주인공들의 깊은 심리, 갈등,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즐거움 같은 요소들이 영상(영화든 드라마든)으로 옮기는 순간 약해지거나 사라짐. 근데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인게 소설은 '언어'를,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을 매채로 하기 때문에, 서로 쓰는 방법(작법, 문법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벌어지는 것인듯.
6.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 그리고 주인공의 대사. 이 하나의 말 속에 담겨진 그 무수한 감정의 깊이를 영상으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 책으로 읽었을 때는 이 한 문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 이 한 마디의 말이 사쿠라로 하여금 뱉어져 다시 하루키에게로 닿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무게감, 분위기, 심리 이런 것들이 영화 내적으로 너무 빈약하게 표현됨. 눈물 쏟아야 하는 장면인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감성을 건드리는데 실패했기 때문임. (물론 내 감성을 건드린다는 기준이 절대적인 건 절대 아님).
7. 그냥 아쉬움. 별 다섯 개 기준으로 한다면 나는 3.5점 정도 주고 싶음. 소설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대했었음. 물론 개봉한지 꽤 오래 됐고 나는 계속 보기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보게 된 건데,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다소 큰 법...
8. 만약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조금 비추.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강추. 아, 영화 말고 소설책을 읽으세요. 영화는 소설 읽고 봐도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