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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후임. 전입 일주일 간의 기록.
게시물ID : military_73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잔디맛사탕
추천 : 5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4/28 17: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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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염색체와의 인연이 없으므로 음슴체갑니다.

**

전입 당일.

진지보수 끝내고 오니 신병이 있었음. 본인과는 2개월 차이. 처음 받는 후임이라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고대하던 첫 대면. 범상치 않은 모습에 뭔가 쎄했지만 그래, 서로서로 배려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거니까. 하고 이야기를 좀 나눴음.
본인의 맞선임은 어두운 얼굴로 '좆된거 같다'라는 말을 남긴 체 고참들 심부름하러 갔고 본인 포함 소대 동기 셋은 맞후임 짐을 정리해줌.
본인이 복무했던 중대에서는 신병이 오면 빨래 싹 한번 다 돌리고 정리해주는 그런 관행이 있었고, 주로 맞선임들이 그 역할을 했음.
한 오분 걸렸나. 짐정리 하고 있으라고 한 뒤 세탁장 가서 빨래돌리고 돌아옴.

근데 없네?

본인 : 얘 어디갔어?

맞후임 동기 : 위에 있습니다....

??
이층 침대를 올려다보니 위에서 쿨쿨자고 있음.

......?
아, 많이 피곤했나 보구나.....깨워서 조근조근 조심해야할 점을 말해줌.

**

전입 2일차.

이날은 비가왔던가 해서 대검 및 통신장비 등을 정비하기로 함.
소대 전원이 한 생활관에 모여서 면봉으로 쑤시고 빼고 하는데 소대 투고가 맞후임을 부름.

xx야. 이리 와봐.

본인 및 동기들 초긴장. 당시 소대 투고는 어마어마한 사람이었음. 역대급 에이스인데다 대대 간부들과도 두루두루 친한, 그런 사람.
영향력도 영향력이거니와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라 한번 욕을 시작하면 혼백이 빠져나가는 듯했음.

한 눈 판 사이에 맞후임이 사고를 쳤나? 하는 생각이 시공의 폭풍처럼 몰아치는 가운데 소대 투고는 점잖은 표정으로 맞후임을 앞에 앉힌 다음 
정비하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함.
후에 알았는데, 오자마자 특급 관심 병사로 분류되어 있는 맞후임을 위해 소대 투고가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한 것이었음.

그리고 수호천사 프로젝트는 시작 오분만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음.

투고 : 허허....야 이새끼 잔다.

.......? 
아직도 피곤했나 보구나.....휴식시간에 선임들이 다 빠져나간 후에 조근조근 조심해야할 점을 말해줌.
어제와 달리 이번에는 미1친놈이라는 서두가 붙었음.
어떻게 그 상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는지는 지금도 피라미드급 불가사의.

**

전입 3일 차.

본인의 맞선임이 신병 전입과자를 사주겠다고 px에 데려감. 맞후임과는 4개월 차이. 
맞후임, 망설임없이 4만원이 넘는 과자를 쓸어담은 후 생활관으로 입성함.

본인 : ......너무 많이 고른거 아니냐? 

맞후임 : 남으면 버리면 됩니다.

......?
다음 날 아침, 본인은 맞후임이 새벽까지 과자를 흡입하다 불침번을 서던 타 소대 고참에게 걸렸다는 사실을 들음.
물론 욕과 함께.  
정말 잘해주고 싶었는데.....본인의 조근조근한 말투가 벌써 거칠어지기 시작함.

**

전입 4일 차.

본인의 소대동기-이하 Y가 맞후임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눔. 이하 전문.

Y : 너 일산 산다고 했나?

맞후임 : 예. 맞습니다.

Y : 그럼 라페스타 자주 가봤겠네. 난 인천 살아서 거기 한번도 못가봤어. 어디어디가 좋아?

맞후임 : (과자를 처먹으며) 그건 **이가 더 잘 알 겁니다.

Y : .....?

여기서 맞후임이 말한 **은 본인의 이름임. 
......?
본인의 조근조근한 말투는 이미 오래전 기억임. 말실수를 했건 뭐건간에 두시간을 갈궜고 처음으로 소대 동기에게 담배를 빌림.

**

전입 5일차.

진지보수라 전날 소대 부식을 구입했음. 1,2,3,본부 총 네 봉다리를 만든 다음 소대동기, 그리고 맞후임까지 하나씩 챙기니까 딱 떨어짐.
지금 생각해보면 왜 맡겼는지 미스테리한데, 아직 감을 못잡았던 것 같음.
아침 식사 후 물건챙겨서 집함했는데 맞후임만 빈손임.

본인 : **아 부식 가져와야지.

맞후임 : 어떤거 말씀입니까?

본인 : 부식. 어제 산거. 이따 점심먹고 먹을거니까 잘 챙겨놓으라고 줬던 거 있잖아.

맞후임 : ......

......?
맞후임은 머뭇거리기만 하고, 본인의 소대동기는 맞후임의 이빨사이에 낀 초코를 발견함. 
부식중에 초코파이가 있긴 했는데.....설마. 아무리그래도 그걸 먹었을까봐.

소대동기 : 먹었냐?

맞후임 : 예.

.......?

일동 : 왜 먹었냐?

맞후임 : 배가 고파서 먹었습니다.

.......?
아니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상황인데.
삼각파도와 같은 내리갈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난파선 조각 같은 의문만 듬성듬성 남아있을 뿐임.
당시 나는 화가 난다기 보다는 그냥 궁금했음. 이건 뭘까. 왜 그랬을까. 하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의문.

본인 : 내가 진짜 이해가 잘 안가서 그러는데. 왜 먹었어?

맞후임이 대답했음.

맞후임 : 새벽에 배가 고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빈 껍데기만 있었습니다.

......?

쓰다보니 그때 그 감정이 생각나서 더 이상 못쓰겠음. 우선 담배 한 대 피고 나중에 더 쓰던지 할게요..

출처 잊고싶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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