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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여름 유스타운에서 일어난 그 일
게시물ID : mystery_73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5
조회수 : 37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13 10: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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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세요. 안군 입니다.

공포 이야기, 호러물들은 저는 언제나 늘 즐기는 편입니다. 귀신을 본적도 없고 가위를 눌려본적도 없어서 그런지 높은 곳은 덜덜덜 떨며 고소공포증을 느끼긴 해도 귀신에 대한 공포, 어둠에 대한 공포는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 제가 별일 아닌것 같아도 그 일이 있고 난 뒤 몇 년이고 자꾸 생각이 나고 지금도 돌이켜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미문의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닭살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지금 있었던 일은 100% 실화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난생 처음으로 학우들과 수학여행이라면 수학여행일수도 있는 그러니까, 하룻밤 이상을 자고 오는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왜 있잖아요? 유스타운에 단체로 가서 캠프파이어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단합하는 시간을 갖는...그런 자리.

중학교 1학년 때니까 92년쯤이었을 겁니다.

한창 서태지와 아이들 1집 난 알아요 곡이 대히트를 하던 시절이었고 지금 처럼 무더운 여름쯤? 여름방학전에 갔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유스타운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유스타운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고 있어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었던 수동 유스타운이라는 곳이 목적지였습니다. 관광버스를 대절하며 학교의 1학년 전체 (약 400여명) 이 가게 된 것이었죠. 여느 반들이나 자기 반에 대한 애정이랄까요? 중학교 시절 우리반은 소위 단합이 참 잘 되는 반이었습니다.

물론 한창 사춘기를 겪는 남자들만 모인 남중이었고 국민학교를 거쳐 전혀 새로운 학교에서 모인 경우이다 보니 서로 니 주먹이 쎄네 내 주목이 쎄네 치고 박고 싸우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학우 들간 이지매 (따돌림) 같은 행위도 전혀 없고 단합이 잘 됐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친구였습니다. 입학 시기만 해도 몰랐던 한 친구 김 이관(가명) 이라는 이 친구는 조금 특별한 친구였습니다. 그 당시엔 유독 이상한 경우는 아니었을겁니다. 어디나 이런 친구들이 한 둘은 있었으니...

정신지체아 라고 표현을 하죠. 지능이 약간 모자른 듯한 행동을 하거나 엉뚱한 구석이 있는 그런 친구.

이관이는 그런 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말이 없다가도 학교 수업시간후 틈나는 10분간의 휴식시간이 되면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뭘 그렇게 찾는것인지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했고 말투도 말 끄트머리가 꼭 "~였똬~" 하면서 요상한 발음으로 맺음을 하곤 했습니다. 친구들이 가까히 하고 싶어도 좀 힘든게 사실이었죠. 지체아라고 해서 친구들이 이관이에게 해를 입히진 않았습니다. 물론 뒷자리에 앉아있는 녀석들을 귀찮게 해서 간혹 맞거나 구타당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원래 남학교 뒷자리에는 껄렁껄렁 하거나 학업과는 좀 거리가 있는 친구들이 앉게 되는 편인데 이 친구들이 괴롭히기 위해 이관이에게 해꼬지를 했다기 보단 이관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그 친구들의 화를 불러오는 경우였습니다. 짜증이 나는 그런 상황을 연출했던 거죠. 가령 청소 도구함의 있는 쇠로된 쓰레받이로 자고 있던 녀석들의 머리를 쿡쿡 찌르거나 내려친다던가..하는 돌발행동. 빗자루로 목 부분을 쓸어내린다거나 의자를 던진다거나 하는... 그런 행동들.

모두 우리도 14살의 사춘기 남학생들에게 이성판단이 현자같은 순 없었으니 주먹질이 나올만도 했던 시기입니다.

그랬던 이관이. 어떤 아이일지 대충 상상이 되시죠?

그랬던 이관이가 즐겁게 유스타운으로 향하던 버스안에서 가방을 꺼내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소수의 몇 명을 마치 비밀이라도 있는냥 뭘 보여주겠다는듯 모여보라고 신호를 했었지요. 그러더니 가방을 열어 슬쩍 보여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부엌칼이었습니다.





2.

그랬던 이관이가 즐겁게 유스타운으로 향하던 버스안에서 가방을 꺼내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소수의 몇 명을 마치 비밀이라도 있는냥 뭘 보여주겠다는듯 모여보라고 신호를 했었지요. 그러더니 가방을 열어 슬쩍 보여주었던것은 

다름 아닌 부엌칼이었습니다.

그걸 본 저와 친구 두 셋은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묻게 되었지요.

" 미친놈아 이 칼을 왜 가지고 왔어? "

" 어 저녁에 사과 깍아먹을려고...으흐흐허....................가쪄왔똬........... "

" 사과가 어디있어? 가방에 사과 없는거 같은데..... "

" 있어 저기 끝에 있쏘...........내가 있다 저녁에 완전히 먹어버릴꺼야......나 사과 깎는거 되게 잘해 지난번에 집에서 해본그..... (횡설수설) "

그러니까 그 부엌칼은 정말 집에서 쓰던 부엌칼이었는지 요즘 같이 세련된 디자인의 부엌칼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옛날 드라마에서나 나올것 같은 지금의 30-40대 이상 세대들이 어릴 적에 보던 손잡이 부분이 누런 황색의 나무로 되어있는 그런 구식의 칼이었습니다. 집에서 쓰던거라 그런지 여기저기 손때가 묻어있었던 칼. 보기에도 지레 겁먹게 되는 그런 부엌칼 이었습니다.

분명 이관이가 제 정신은 아니기 때문에 저와 친구는 담임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버스 안에 상황이 시끌벅쩍 놀자판이었고 담임은 운전수 바로 뒷 좌석에 자고 있었는지 거기까지 갈 겨를도 없었습니다.

이관이가 정신지체아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사과 깎아먹으려고 가져온 칼인데 그것을 고자질하면 괜히 우리만 더 우스워지는 꼴만 될 수도 있으니 섣불리 말하기도 뭣하던 상황이었던 거지요.

처음에 가방에서 그 칼을 봤을 때는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그렇게 수 분이 지나고 나니 '그래 뭐 별일 있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황을 넘어가게 됐고 유스타운에 도착 후 식사를 하고 작은 실내공간에 모이더니 그곳에 강사들이 둥그런 사이키를 반짝반짝 거리며 밤을 보내던 우리들은 춤을 현란하게 추는 친구들의 장기를 보고 열광했고, 그 풍경에 취해들어 이관이가 보여줬던 칼은 그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캠프 파이어에서 어릴 적 감정에 휩슬려 모닥불속에 그 불을 보며 참회 비슷한 지난날을 떠올렸고, 그 날 프로그램은 마무리가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고 모두들 다 피곤해 하는 취침시간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죠. 하지만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이런데 놀러왔을 때의 백미는 '깊은 밤' 에 벌어지는 일들일 겁니다.

그 당시엔 참 어려워 옥외 외출을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선생들의 감시를 피해 정해진 방이 아닌 이방 저방을 돌면서 베개싸움을 한다던가 포카를 가지고 온 친구가 있어 꽝땡 돈놀이를 하거나 또 친구들 중에는 물병에 몰래 소주를 싸오기도 하고 그랬던 시절이죠.

야밤에는 유스타운 강사들이 감시 체제를 두는게 아니라 우리 학교 선생님중에 당번을 시간대로 돌아가며 감시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곳의 방은 어느 유스타운이 그랬듯 열악하기 짝이 없었고 중간에 기둥이 박혀있기도 해서 아주 불편한 텅빈 넓은 교실같은 공간에  방처럼 싸구려 장판이 깔려있고 이불과 배게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인원수에 비해서 베개나 이불은 턱없이 모자르고 그 큰 방에서 정말  많은 인원이 함께 취침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지요.

우리 반이 방 한개에서 다 잤나 2개에서 나눠졌나 그건 좀 가물가물합니다. (반 정원은 55명 내외)

대충 모든 친구들이 세면후 자리에 앉아 선생님이 인원점검을 하고 번호대로 이름을 부르는데 

이관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김이관.  김이관? "





3.

우리 반이 방 한개에서 다 잤나 2개에서 나눠졌나 그건 좀 가물가물합니다. (반 정원은 55명 내외)

대충 모든 친구들이 세면후 자리에 앉아 선생님이 인원점검을 하고 번호대로 이름을 부르는데

이관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 김이관. 김이관? "

같은 반 친구들이 서로 이관이 어디있었냐 수근수근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말하길..

" 아까 이관이 화장실쪽에 있었는데요 "

담임선생님이 가서 데려와 라고 하는데 화장실이 우리 밤 있는곳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한 두 명이 간 게 아니라 한 열댓 명이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물론 저도 거기 껴 있었지요.

화장실쪽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다 불렀죠.

" (여러명이) 이관아~ 이관아~ "

그때였습니다.

수근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화장실 안에서 목소리가 울릴 정도로 또렷하게 이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내가 안 그랬어.... 내가 안 그랬어.... "

우리는 이관이의 목소리는 맞는데 뭔 소리하나 처음에는 그 소리가 뭔소리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소리였던 겁니다.

" 내가 안 그랬어.....내가 안 그랬어..... "

화장실 소변기가 아니라 대변기가 있는 사로에 앉아서 그런 소리를 했던 겁니다.

" 내가 안 그랬어.....내가 안 그랬어..... "

우리는 괜히 쟤 또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괜히 무서워지기 시작했죠. 아이들이 동요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니가 가서 문 두드려봐라 열어봐라, 불러봐라 말하다가 제일 키가 컸던 그 친구가 앞으로 나섰죠

" 아 병신들 뭐하고 있냐 불르던가 나오라고 하믄되지 야.. 이관이 빨리 쳐나와... 애들 기다리고 있어 "

안쪽에서는 이관이 목소리가 들립니다.

" 내가 안 그랬어.....내가 안 그랬어..... "

생각해 보세요. 어딘지도 모르지만 처음 와본 그 화장실에 야밤이라 불도 환하게 켠건 아니고 열댓명이 있긴 했지만 이관이가 계속 한결 같이 저런 소리를 하니까 오금이 저렸습니다. 그당시 또 국민학교 시절에 학교마다 있는 유언비어라든지 귀신 이야기 한창 유핼하던 시절이었거든요 홍콩할매 귀신이니, 개구리소년 실종이 되었는데 그게 대한 괴담이 있기도 하고 마스크를 쓴 귀신 이야기 부터 여러가지 떠돌던 그때쯤이었을 겁니다. 원래 어릴 적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동요가 많이 되는데 그 상황자체 불쾌하고 짜증나면서도 서로 무서워지는 신경질 나는 그런 상황? 무슨 기분인지 짐작이 되시죠?

그걸 못 견디겠는지 아까 앞섰던 키 큰 친구가 열이 뻗친 채로 사로 문을 발로 쾅쾅 차더니 확 열어버렸는데...

그 순간 똥을 누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관이는 바지와 팬티를 볼일 볼 때처럼 종다리로 내린 채 대변기에 걸쳐앉아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귀가 찢어질것 같은 괴음을 냈습니다. 정확히 묘사를 하자면 조금 전처럼 같은 톤으로 " 내가 안 그랬어.....내가 안 그랬어....." 라고 하다가 문이 열리는 그 찰나 말의 맺음쯤에 " 써어~~~~~~~~~~~!!!!!!!!!!!!!!!!!!!!!!!!!!!!!!!!!!!!!! " 하면서 눈동자는 하늘 쪽으로 치켜뜨고 목에 힘줄이 선채 또 눈가 주변이 벌개진 채 입은 있는대로 크게 벌리며 문을 걷어찬 녀석을 저주라도 하겠다는 마냥 소름돋는 괴성과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을 우리는 다같이 봤습니다.


" 내가 안 그랬어.....내가 안 그랬...(쾅!!!) 써어어어어어어~~~~억컥억컥!!!!!!!!!!!!!!!!!!!!!!!!!!!!!!!!!!!!!!!!!! "






4.

눈동자는 하늘 쪽으로 치켜뜨고 눈가는 벌겋게 달아오른 채. 목에 힘줄이 선채 또 눈가 주변이 벌개 진채 입은 있는대로 크게 벌리며 문을 걷어찬 녀석을 저주라도 하겠다는 마냥 소름 돋는 괴성과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의 비명 우리는 다같이 봤습니다.

" 내가 안 그랬어.....내가 안 그랬...(쾅!!) 써어이어어어어어----------------------------!!!!!! "

그 자리에 그 광경을 지켜봤던 친구들은 아마 잊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 표정과 그 소리 하필 늦은 밤에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지레 겁을 다 먹고 있었습니다. 가장 선두에 있던 키가 컸던 그 친구는 뒷걸음질로 타일바닥에 이미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상태였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마냥 한 마디를 던졌죠.

" 왜 그....래?!!! 개새끼야......!!! "

그때쯤에 그 괴성을 듣고는 바로 옆방에 있던 담임선생님과 학우들이 대거 우르르 몰려왔지요.

"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지금 누가 소리지른 거냐? "

담임선생님은 사고라도 난 줄 알고 허겁지겁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관이면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표정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마냥 바지를 끌어올리더니 변기의 물을 내리곤 한 마디 했습니다.

" 어? 니들 뭐해 빨리 가야지. "

참 온전하고 차분한 톤의 그 한 마디였습니다. 방금 전에 그 괴성을 지르던 그 이관이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해서 우리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던 하지만 이 넋이 나간 것은 단순히 어이가 없었다기 보다는 방금 봤던 그 광경은 그 시절엔 공포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일이고 나이가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극도의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담임과 뒤늦게 달려온 학우들은 화장실 입구 쪽에서 있었지만 우리는 당연히 큰 화장살 안쪽에 있었지요.

" 저 씨발새끼 장난깐 거 아냐? 개씨발 "

넘어져 있던 녀석이 분에 차 있던 건지 겁에 질렸던 건지 씩씩 거리며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장난이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관이는 정신지체아라 저것이 장난으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본능에 의해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오히려 넘어져 있던 그 친구가 이관이를 괴롭히려다가 이렇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쪽을 쳐다봤습니다. 그리곤 한 마디 했죠.

" 니들이 이관이 괴롭혔어? "

우리는 참 억울했습니다. 방금 전에 상황을 선생님을 비롯하여 뒤늦게 온 학우들이 봤어야 하는데 우리도 열 명 이상의 이들이 그 장면을 봤기 때문에 한 목소리로 거들었지요.

" 아니요. 이관이를 괴롭힌 게 아니라 이관이가 혼자서 저랬어요! "

" 이관이가 완전히 이상해요. 선생님! "

" 우리가 아니라 쟤 혼자 그랬어요! "

억울한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하소연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선생은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마냥,

" 이관이가 좀 모자르다고 니들이 단체로 괴롭히고 그런 거 아니야? "

그런 소리가 나올 만도 한 게 넘어져있던 키 큰 그 녀석이 불량학생으로 낙인이 찍힌 듯 말썽을 자주 폈기 때문에 선생입장에서는 그런 의심을 보낼 만 한 상황이었습니다. 

" 아니에요. 선생님이 찾으라고 해서 온 거고 바로 옆방인데 우리가 뭐 하러 괴롭혀요.. "

넘어져 있던 그 친구가 아니라 옆에 다른 학우들이 항변을 했습니다.

" 정말이야? 믿어도 돼? "

선생의 마지막 그 의혹의 다짐이랄까요? 믿기지 않지만 한번 용서해주겠다. 라는 뉘앙스의 그 말에 우리는 한결같이 대답했습니다.

" 네!!! "

일단 그렇게 화장실에서의 상황이 일어난 후 바로 옆 우리가 취침할 방으로 다시 복귀를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화장실에서의 그 일은 겨우 초석에 불과했던 겁니다.





5.

선생의 마지막 그 의혹의 다짐이랄까요? 믿기지 않지만 한번 용서해주겠다. 라는 뉘앙스의 그 말에 우리는 한결같이 대답했습니다.

" 네!!! "

일단 그렇게 화장실에서의 상황이 일어난 후 바로 옆 우리가 취침할 방으로 다시 복귀를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화장실에서의 그 일은 겨우 초석에 불과했던 겁니다.

화장실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담임에게 괜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는 억울함이 아니라 지금 일어났던 이 일은 짧았지만 14년 동안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도 나이가 서른 줄이 넘지만 그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 있었으니) 사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눈으로 보는 공포는 TV 속에서 보여주는 전설의 고향 시리즈 정도가 전부였는데 매체가 아닌 현실에서 실제로 그런 장면을 목격했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던 거죠.

다시 방안의 입구를 들어서면서 아이들과는 조금 동 떨어진 곳에 언제 그랬냐는 듯 앉아있는 이관이를 보았을 때 이관이는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눈의 초점은 넋이 나가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어쩌면 졸려하는 모습을 내가 착각했을 수도 있다 싶지만 앞서 일을 겪어보니 곱게만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도 심장이 쿵쾅거리던 그 두근거리는 가시질 않았던 상태였고 내심 바로 몇 분점에 보았던 그 모습은 쉽게 잊혀질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의 인원점검이 끝나고 소등 후 빨리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기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담임선생은 우리 방에서 퇴실했고 소변을 아주 누지 못했던 아이, 이불을 가지러 가는 아이, 자기 소지품 중 무언가를 꺼내려던 아이들은 한쪽에 모아 두었던 가방 더미 쪽으로 달려가는 듯 각자 볼일을 보며 잘 준비를 했습니다.

유철이는 (가명 / 화장실에서 소스라치며 넘어졌던 키가 큰 친구) 아직 분을 삭이지 못했다는 마냥 담임선생이 나가길 기다렸다는 듯 이관이쪽으로 다가가더니 위협적으로 말했습니다.

" 야이 개새끼야 아까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너 때문에 지금 손목이 삐끗했어. 미친 새끼야 "

이관이는 그냥 멀뚱하게 뭘 그런 것을 따지냐는 듯이 유철이를 쳐다보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 내가 뭘..........? "

유철이는 당연히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죠.

" 내가 뭘?? 내가 뭘??? 이거 또라이 새끼네, 씨팔놈아 니가 아까 소리 쳤잖아...개새끼 해보겠다는 거냐!!! 어? "

이관이는 눈 하나 꿈쩍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했죠.

" 자빠져 자......... "

당연히 이 말을 들은 유철이는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니었죠. 

" 이 개새끼가!!!!!!!! "

그 욕과 동시에 앉아있던 이관이의 가슴팍을 발로 있는 힘껏 걷어차 올렸습니다. 

' 퍽!! '

하는 소리와 함께 이관이의 호흡이 턱 막히는 듯 '흡'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졌지요. 유철이가 넘어진 이관에게 덮치려고 할 때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개입을 하여 모두 유철이를 말렸습니다.

" 야! 하지마 하지마... 왜 그래? 얘가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 거 알잖아? "

" 담임 오면 우리 전부 좆된다. 하지마..... 유철이 니가 참아...!!! "

유철이는 말리던 무리 저편에는 두 세 명의 아이들이 이관이를 부축해주고 있었습니다. 이관이는 가격을 당한 탓에 숨을 아주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 흐흡...헉...후......허.....컥........후......흡....허............흐흡............허...........흐흡......... '

말리는 그 사이에도 유철이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고요.

" 너 개새끼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런 개지랄 하면 아주 죽여 버린다...씨발새끼야......!!! "

요상하게끔 대치 상황처럼 구도가 된 우리는 일단 담임이 오면 일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여 소등을 하고 준비되어 있던 이불, 배게를 대충 깔아두고 이관이와 유철이는 각 방 가장 먼 거리로 위치하게 했습니다.

" 이관아 괜히 그러지 말고 너 오늘 조용히 자. 많이 아프냐? "

그러자 이관이는 거칠었던 호흡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는지 숨은 서서히 돌아왔고 우리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 좆같은 새끼 "
 




6.

요상하게끔 대치 상황처럼 구도가 된 우리는 일단 담임이 오면 일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여 소등을 하고 준비되어 있던 이불, 배게를 대충 깔아두고 이관이와 유철이는 각 방 가장 먼 거리로 위치하게 했습니다.

" 이관아 괜히 그러지 말고 너 오늘 조용히 자. 많이 아프냐? "

그러자 이관이는 거칠었던 호흡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는지 숨은 서서히 돌아왔고 우리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 좆같은 새끼 "

아무리 좀 모자란 녀석이라고 하지만 저렇게 욕지거리를 내뱉을 때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리가 없지요.

옆의 친구들도 반 포기 상태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관이가 이렇게 날카로운 적은 없었는데 참 의아했습니다.

환경이 바뀐 탓이었을까요? 도무지 얘가 왜 이러는건지 모르겠고 ' 설령 무슨일이 있겠어? '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정신지체아니까 ' 혹시 ' 라는 편견과 조금 전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나니 무서웠습니다.

그 때가 밤 12시를 넘었을까. 아니면 새벽 1시? 뭐 어쨌든 그 정도쯤의 시간대였을 겁니다.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 때문에 방안의 분위기가 싸할 것만 같아도 철부지 같은 이제 중학생 입학한 친구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이 밤의 추억 그냥 놓칠 순 없었겠죠.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해서 포커 놀음을 하는 아이들, 건넌방을 베개를 움켜주고 뛰어다니면서 베개 싸움을 하거나 장난 하는 아이들, 몰래 술을 마시는 아이들, 그 자리에서 각자의 놀거리가 달랐을 뿐 그 안은 제법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새벽 2시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이제 하나둘 정말 지쳐가기 시작했죠. 물론 그 이전부터 골아 떨어진 녀석들도 이미 과반수를 넘은 상태입니다. 실내는 어느덧 조용해 졌고 취침을 방해할만한 요소들은 없었습니다. 복도의 조명도 계단으로 내려가는 앞 형광등 말고는 전부 꺼졌습니다.

저도 졸리웠습니다. 취침을 했던 자리는 이관이가 있는 곳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날이 더웠기 때문에 누군가가 옆에 찰싹 붙어있기 보다는 좀 떨어진 곳에서 편히 자고 싶어서 였었죠.

저 역시 언제였는지 그 기억 이후로는 잠이 들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잠은 곤히 자지도 그리 오래가지도 못했습니다.

특별히 잠귀가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주위에서 소리가 나면 깨는 편입니다. 칠흑 같이 어두워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실내에서 누가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는 발 뒷꿈치로 바닥을 쿵쿵 거리는 소리인것 같기도 했고 주먹으로 벽을 치는 소리인것 같기도 했고 어쨌든 상당히 둔탁하면서도 묵직했던 그 소리가 쿵. 쿵. 거리는것 같았습니다.

소리의 간격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였죠. 조금 느린 템포였다면 그렇다랄까?

' 쿵 ' 하는 소리가 나오고 한박자 두 박자쯤 쉬고 다는 소리 ' 쿵 ' 

다른 친구녀석들은 안 들리는가 봅니다. 처음에는 나만 들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우리방이 아니라 다른 방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조용한 가운데 어느덧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됐는데 옆방의 소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 쿵 ' 
.
.
.
' 쿵 '
.
.
.
' 쿵 '
.
.
.

드디어 누군가가 아주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 으음.......야 뭐야.... 이거 무슨 소리야.....? "

" 그러게  뭔 소리야 "

" 야. 발 두드리지마 좀 자자 이제.....아흠..... "

잠시 조용했던 탓에 누군가의 장난인 줄 알고 잠들려고 하는 찰나 다시 그 소리가 또 들려왔습니다.


' 쿵 ' 
.
.
.
' 쿵 '
.
.
.
' 쿵 '
.
.
.

이제 하나 둘 잠이 달아날 것만 같습니다. 반대 편에서 친구 한 놈이 말문을 엽니다.

" 야, 이제 좀 자자......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하는데 아직도 장난질이야 고만해. "

그러다가 구석 쪽에 있던 녀석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나즈막했지만 절도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야....! 뭐야? 뭐야 뭐야.......이거 뭐야?...?? "



이관이가 잠이 들었던 바로 그쪽이었습니다.


 


7.

이제 하나 둘 잠이 달아날것 만 같습니다. 반대 편에서 친구 한놈이 말문을 엽니다.

" 야, 이제 좀 자자......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하는데 아직도 장난질이야 고만해. "

그러다가 구석 쪽에 있던 녀석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나즈막 했지만 절도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야....! 뭐야? 뭐야 뭐야.......이거 뭐야?...?? "

이관이가 잠이 들었던 바로 그쪽이었습니다.


" 야 뭔데! 뭔데?? 불켜 봐 "


처음에는 몇 명의 녀석들만 수군거렸지만 방안의 조명을 점등하고선 그 반응은 바이러스처럼 순식간 그리고 동시에 터져나왔습니다.

18년이 지났지만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니까요.

불을 켜고 목격한 그 상황을 그대로 적어보면 이관이가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일 처음 우리가 보는 시선에서는 이관이의 등판만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던 건 이관이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지만 보는 시선의 방향은 누런 벽쪽에 찰싹 붙어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 알 수 없었으나 대단히 묵직한 힘으로 머리의 이마를 벽을 향해 쿵, 쿵 거리며 부딪히고 있었던 그 충격적인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 쿵 ' 
.
.
.
' 쿵 '
.
.
.
' 쿵 '
.
.
.

당연한 반응이 이어졌겠죠?


" 으아아아아~ 악!!!!!!! "

" 뭐야......엄마............................!!!!!!! "

" 어어어어어어어.................... "


불을 켰을 때는 벽 쪽에 이미 핏자국이 있엇습니다. 대체 얼마의 시간동안이나 이러고 있었던 것이길래 벽에 핏자국이 난 건지 그 핏자국은 인위적인 창작물에서 보던 것처럼 점성이 있는 피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런 장면이 아니라 마치 물에 흠뻑 젖은 테니공의 물을 털어내고 말리기 위해 어린시절 벽에다 그 공을 튕겼을 때 나게 되는 자국들처럼 진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분포된 자국들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본 그런 장면.

혼자가 아니라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함께 있었음에도 모두 하나 같이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불이 환하게 켜지고 아이들의 반응이 달아오르며 순간 방내는 아수라장이 된 듯 했지만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이성을 잃진 않았지만 제한적이면서도 그 한계를 드러내지 않은 자제한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정말 놀랐을 때 " 으악!! " 이라고 있는 힘껏 소리칠 수도 있지만 살인자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 그 소리를 최대한 억누르며 콧소리가 석힌 작지만 극한의 정도를 알리는 그런 비명과 반응.

오한이 들린 것 같이 몸이 떨리며 정말 무서웠습니다. 진심으로.

한참동안을 이관이는 우리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듯 계속 머리를 벽에 박아댔습니다. 우리가 불을 켜고 주위에 있다는 그 사실을 망각하기라도 한 듯.

더 놀라운 건 그 정도의 묵직함으로 머리를 내리치며 피가 흐를 정도면 고통스러운 통증을 수반했을텐데도 불구하고 이관이는 신음은 커녕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한 그 모습 자체가 제겐 그로데스크한 장면의 기억 그대로 남아버렸습니다.


그러던 이관이의 동작이 거짓말처럼 멈춰버렸습니다.


그 자세로 한 몇 초쯤이나 지났을까. 10여초? 20여초? 가만히 앉아있던 이관이가 스윽 하고 일어나더니 학우들이 메고 왔던 가방을 모아 정리해 둔 벽쪽 한켠으로 갑니다. 


벽쪽으로...


벽쪽으로...?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 성큼성큼 옮기는 발걸음 그게 가방이 있었던 바로 그 방향이었던 겁니다.


기억....하십니까?


기억나시죠?


저는 어찌할바를 몰랐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저와 2명만이 ' 그 '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 사실을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머리속에서 혼란이 가중됐고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저도 어린나이의 중학생 1학년일 뿐이었으니까요.

몹시 겁이 났기 때문에 이관이의 행동을 말릴 용기는 커녕 말한마디 낼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떡하겠습니까? 그땐 지금까지 겪어본 일들 중에 가장 무서운 일이으니까.

그러는 찰나에 다른 친구가 소리지듯 명령조로 말했죠.


" 야..! 저자식 말려...!!! 빨리 말려!!! 지 가방에 손대면 안 돼!! "


영문을 모르는 녀석들은 당연히 반문을 했습니다.


" 왜?왜?왜..... "


그리고 그 친구가 크게 외쳤죠.


" 저 자식 오늘 여기 올 때 가방속에 칼 가져 왔단 말이야!!!! "


" 뭐-------?!!!!!! "


당연히 모두가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놀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런 소리 몇 자 외칠 겨를 없이 이미 이관이의 행동은 가방을 만지기 시작하고 있었을 때였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이관이는 자기 가방의 자크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차안에서 봤던 그 가방말입니다.


' 지이이이이이이-----------------익우우우우.......욱. '


지퍼를 올릴 때 나는 그 특유의 소리가 들렸고 이관이는 가방을 뒤적뒤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누군가 섣불리 막아서질 못하는 때였죠. 뭘 열심히 찾는와중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칼을 꺼내면 어떡하지? 아닐 거야 이런 초초한 맘으로 지켜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녀석이라도 담임이나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꼴에 알게 모르게 본능적으로 나오는 수컷의 존심이었는지 이관에게 홀렸는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선생에게 달려간 녀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 부스럭 부스럭 '


가장 그 시간에 겁을 먹었던 녀석이 유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불과 두어 시간 전 화장실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 야, 니들 이쪽으로 와. 다 떨어져! "


그렇지 않아도 이미 머리를 쿵쿵 찧을 때부터 부채꼴 대열처럼 반 호기심 반 겁에 질린 친구들은 이미 방 반대편 입구 (그 곳 방의 입구가 2개가 있었습니다.) 앞쪽에 더 많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의지와 관계없이.

멀찍이 있었고 이관이가 가방속에서 뭘 꺼내는지 식별되지 않은 채 등짝만 보였습니다.

한참 부스럭 거리던 놈이 뭔가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조용하면서도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뭘 씹는 소리가 났습니다.


' 부스럭 부스럭 사각 사각.....쩝쩝... '


몇몇 아이들이 이런 대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 저새끼 뭐하는 거야? 칼 꺼냈어?? "

" 쟤 뭐 먹는 거 같은데... "

잠시 후, 우측으로 몸을 살짝 비틀어 바닥에 다리를 비대칭으로 둥그렇게 하고 편히 앉던 이관이는 허무하게도 과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기억 납니다. '롯데 빠다 코코낫' 당시 포장지 색상은 물론 디자인이 특이했던 과자였기 때문에 멀리서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었죠.


" 뭐야 저새끼? "


그리고 조금전까지와는 달리 이관이의 표정은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이가 없었죠. 쿵쿵 거리며 이 반의 모든 아이들을 공포에 도가니로 몰아놓고서는 지혼자 과자를 먹고 있다니요.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입니까.


" 이관아! 너 괜찮어? "


반장녀석이 이관이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그러자 동문서답 하는 이관이.


" 아니 배고파..(그러면 냠냠쩝쩝거리면 여전히 열심히 빠다코코낫을 씹고 있었습니다) "


아주 조심스레 반장은 다시 물었습니다.


" 야.... 너 칼가져 왔다며?......정말이야? "


이관이는 과자 먹는 일에 열중했고 쉽게 답했습니다.


" 아니 "


그걸 들은 저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저와 함께 그 칼을 본 2명의 친구가 있었으니 우리는 그제서야 말했습니다.


" 김이관! 너 칼 가져왔잖아. 가방에.......! "


이관이는 대답도 반응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 태연하게 빠다코코낫에 이어 목이 매였는지 무슨 음료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과일 깡통음료를 하나 따서 마십니다. 이마에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있는데 대단히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서 이관이 가방을 낚아채다시피하여 뺐었죠. 그리고 뒤졌습니다. 

가방을 뒤진 녀석들 왈,


" 칼은 개뿔....칼이 어딨어? 칼 없는데! 구라치고 자빠졌네...괜히 쫄았네. 옷하고 세면도구구만...아.....진짜..... "


유철이가 한 마디 거들 듯 우리쪽을 보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 야이 개새끼야, 칼...? 칼?!!! 어? "


다른 친구들은 이게 안심거리가 될지 몰라도 저는 전혀 안심되지 않았고 순간 기가 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찾아온 진정은 다시 깨지고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죠. 아마 나머지 2명도 저와 같은 기분이지 않았을까요? 이건 말도 안 되거니와 동시에 정말 소름끼치는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칼 없다고???!!! "





8.(完)

다른 친구들은 이게 안심거리가 될지 몰라도 저는 전혀 안심되지 않았고 순간 기가 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찾아온 진정은 깨지고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죠. 아마 나머지 2명도 저와 같은 기분이지 않았을까요? 이건 말도 안 되거니와 동시에 정말 소름끼치는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칼 없다고???!!! "


들고 있던 가방속을 저도 면밀히 관찰하였습니다. 가방을 뒤집어 그 안에 있던 내용물들을 샅샅이 바닥으로 흐트러뜨렸죠. 말그대로였습니다. 그 속엔 분면 이 유스타운에 올때 버스안에서 이관이가 보여주었던 그 칼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혼자 들었다면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별의별 상상이 다 되었지요. 나 혼자였으면 내가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됐을런지 아니면 정말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지... 그러나 나를 포함한 우리 셋은 그것을 똑같이 봤기에 거짓일리가 없었지요.

이관이는 이 일에 전혀 무관심하게 과자만 으적으적 씹어대고 있었습니다.

다른 데 숨겼던 걸까요? 아니면 누가 훔쳐간 걸까요? 이관이는 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답을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아니" 라고 했죠. 재차 그 칼의 행방을 이관이게 묻는 것도 겁이 났고 그렇다고 묻지 말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찝찝함으로 죽을 때까지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쯤 소식을 접한 담임선생이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 야 이자식들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우리반의 담임선생은 머리가 희끗희끗 50대 중반을 넘긴 미술과목을 담당하는 선생이셨는데 과거 군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는지 요상한 공수무도 같은 (일명 칼침 놓는다라고 우리는 표현을 했습니다.) 액션을 취하면서 체벌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에야 보기 힘들지만 그 당시에도 학교에는 체벌이나 교사폭력이 은연중에 사랑의 매로 통하던 시절이었는데 유별나게 우리 담임은 인자하다가도 갑자기 성질이 뻗치거나 학우들의 문제가 생길 경우 욕설과 함께 그 체벌을 했습니다. 그 모션은 오른손을 기왓장을 격파할 때의 모션처럼 날을 세우고 그 날로 학우들의 좌우 목을 내려치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해야 할까. 소위 말하는 귓방망이를 맞았을 때 저리가라 할 정도 아니 그 이상의 폭력 체벌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관이에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본 담임은 순간 돌아버리며 주변에 있던 아이들에게 추궁을 시작했고 문제가 있었던 유철이와 몇몇의 학우들을 일렬로 세워놓더니 순서대로 그 특유의 공수무도 모션 으로 아이들을 불 같이 내려찍기 시작했습니다.

선생의 화가 좀 가라앉았는지 그제서야 이관이를 살피며 의무실로 데려간다고 데려갔는데 의무실로 간 건지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는지는 모르겠고 그 날 밤 이관이는 그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유스타운에서 귀가할 때 버스 차량에서도 이관이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친구들 사이에선 이관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정말로 칼을 봤느냐?

니들 말이 사실이라면 왜 가방 안에 칼이 없느냐?

다른 데로 숨긴 것이냐?

그외 화장실에서 있었던 괴기스러운 일들과 자다 말고 자학을 했던 끔찍했던 일들은 단순히 정신지체아라서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병은 아닐까?


학식이 아직 쌓이지 않은 우들이 고작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몽유병 정도였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돌고 돌던 무서운 괴담이나 이야기를 읽어보면 몽유병이 걸린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다고 하는데 이관이가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에 입이 모아지곤 했었죠. 물론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런 과학적인 증거도 하나 없는 어디까지나 중학교에 갓 입학한 또래들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추측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미스터리한 일은 유스타운을 다녀오고나서 벌여졌습니다.

유철이 옆에 붙어다니던 꼬봉 같은 녀석 중에 민국(가명)이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전학을 갔습니다. 게다가 전학을 보낼 때 환송인사도 없이 급작스럽게 소리 소문없이 전학을 가버리게 되었는데 전학 바로 직전에 벌어졌던 그 일이 지금까지도 의문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냐 하면, 

우리 학교는 교실과 매점/식당이 있는 거리가 꽤 됩니다. 본교 건물이 3층식으로 되어있는데 그 중 2층이 교내 강당이나 별관과 이어지는 지상으로 연결이 되고 그곳을 약 100m를 지나면 다시 하부로 내려갈 수 있는 넓은 계단과 교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학생식당이 따로따로 있고 매점은 식당과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학교가 중고등학교가 붙어있고 서울시에서 둘째가라 하면 서러울만큼 부지는 물론 시설이 다양했습니다.

어쨌든 그 매점과 식당은 점심시간때 대단히 많이 붐비게 되기도 하지만 한창 간식에 목숨 거는 철일 때인만큼 수업시간이 끝나고 쉬는시간 10분 동안에도 많은 학생들이 그 곳을 이용하지요. 그런데 3교시 끝나고였을 겁니다. (보통 아이들이 2교시 되기 전에 도시락 다 까먹고 점심시간에는 노는 녀석들도 수두룩 합니다.) 
아미 2교시 끝나고 밥을 다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관이가 민국이와 매점가는 걸 목격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민국이 녀석은 이관이에게 삥을 뜯듯 몇 푼씩을 갈취하거나 빵을 훔쳐먹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물론 유철이의 꼬봉이지만 그 무리에 섞이다 보니 가능한 일. 어느정도 이런 일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그 날도 그런 날인가 보다 했었지만 달랐습니다. 쉬는 시간 5-6분이나 지났을 무렵에 강당뒷편 쪽에서 어느 한 녀석이 민국이가 엄청난 피를 흘리면서 다쳤다며 고레고레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친구들은 우르르 달려갔는데 민국이가 교실 복도 1층 의무실 쪽으로 달려가다 마주쳐서 봤는데 오른팔뚝 손바닥을 하늘로 향했다고 했을 경우 보이는 그곳 관절과 손목 사이가 족히 10cm 이상은 깊게 베여서 피가 낭자한 상태였습니다.

통증이 있었는지 왼팔로 그곳을 감싸쥐지 않았기에 또렷히 볼 수 있었고 우리는 같이 의무대로 달려갔으나 수업종 때문에 일단 복귀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민국이는 종례시간까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종례시간 때 담임선생에게서 민국이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장난을 치다 사고가 났는데 유리에 깊게 베여 크게 다쳤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 봉합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세세히 설명을 해주었는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유리병를 가지고 반지를 만드는 걸 재미로 하는 일이 제법 있었습니다. 다 마신 유리로 된 음료수병 2개 양손에 쥐고 주둥이 부분을 서로 교차시켜(홈을 서로 맞대어) 빙글빙글 돌리다가 순간 힘을 가해 양팔 바깥 쪽으로 확 당기면 유리 주둥이 부분이 유리 반지처럼 덩그러니 부러지며 남게 됩니다. 물론 실패를 하게 되면 병이 전체 박살다거나 파편에 위험해질 수 있는데 그 행동을 하다가 유리병에 베여서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 사실을 믿었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 병원에 입원 관계로 민국이는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고 일주일, 열흘, 보름이 지나도 학교에 등교하지 않던 민국이는 소리 소문도 없이 전학을 가버렸고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유철이는 물론 아무도 민국이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는데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고 공포감이 조성되며 팔뚝에 뉘인 털들이 설 정도 입니다.

민국이가 분명 이관이랑 매점으로 간 걸 본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4교시 때 이관이는 교실에 있었습니다. 병을 가지고 그러다 사고 났다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관이도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관이는 빵을 사러 간 건 맞지만 병가지고 장난한 건 못 봤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민국이는 인사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전학을 갔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떠올랐죠. 유스타운에서 함께봤던 그 낡은 부엌칼. 없어졌다는 그 부엌칼.

증거는 전혀 없지만 이관이가 칼로 민국이를 해했을 것이라는 상상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입밖으로 꺼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3년을 졸업할 때까지 이관이에겐 큰 변화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왜 민국이는 그렇게 급하게 전학을 갔는지, 그리고 유스타운에서 분명히 있었던 그 칼은 어디갔는지 지금까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듣고 보는 여러분이야 "이게 뭐 무서운 것이냐?" 라고 쉽게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직접 경험하고 봤던 이것이 특히 중학교 때의 일이라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건 보통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지금까지도 또렷할 정도니까요.
출처 http://tpholic.com/ ahngun 님

http://tpholic.com/xe/?mid=ibmboard2&act=IS&search_target=title&is_keyword=%EC%9C%A0%EC%8A%A4%ED%83%80%EC%9A%B4&x=4&y=16&where=document&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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