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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스토커
게시물ID : panic_735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ackface
추천 : 7
조회수 : 160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0/14 05:18:08
-잘잤어? 날씨가 참 좋네? 오늘 하루도 화이팅! ^^ 

"개같은년.. 아침부터 문자질이네 씨발거.."

오늘도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 였다. 그녀가 내게 매일 아침마다 이런 시덥잖은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건 3개월전 쯤 이었던것같다.
나와 그녀는 대학교 동기 사이인데 나는 학기초부터 그녀를 남몰래 짝사랑 하고 있었다.
물론 고백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우리과 대표 얼굴인 그녀에게는 나 말고도 수많은 남자들의 마음이 쏠려있어 그 경쟁을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오직 마음속으로만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게 골머리를 하던중 이렇게 있어봐야 남는건 후회뿐이다 되든 안되든 부딪혀 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그녀가 사는 집앞으로 찾아갔다.

"수경아..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내가 이런말 하는게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나 사실 너 쭉 좋아했어 처음 봤을때부터.. 괜찮다면 나랑 사귀어줄래?"
집앞에 서있는 나를 보고 당황하며 여긴 어쩐 일이냐고 묻던 그녀는 내가 갑작스럽게 고백을 하자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어.. 경민아 너가 좋은 애인건 아는데 난 아직 남자친구 사귈 생각이 없어. 사실 그럴 여유도 없고.. 그냥 편하게 친구로만 지내자."
눈에 띄게 싫어하는 표정을 짓던 그녀는 '그럼 잘가' 라는 말을 남기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 였다. 그녀가 나같은놈하고 사겨줄리가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싫은게 아니라 아직 남자친구 사귈 여유가 없다고만 말했다. 그럼 아직 기회는 남아있단 소린데? 
그래 말도 별로 안나눠봤는데 나보고 좋은애라고 했잖아. 이건 평소에 날 좋게 보고 있었단거야. 아직 기회는 남았어.

역시 내 예상대로 였다. 그녀를 포기할 기회는 충분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
내가 고백을 하고 일주일후 그녀는 한 학번 위인 형과 과cc가 되었다. 그 형은 나와 다르게 얼굴도 멀끔하고 키도 훤칠했다.

그냥 내가 싫었던 거였다. 그렇게 난 그녀를 깨끗이 포기했다.

이상한일이 일어나기 시작한건 그녀와 선배가 사귄지 한달이 된 시점에서 였다.
그녀는 학교를 나오지 않기 시작했고 선배에게도 문자로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잠수를 타버렸다.

선배는 이해할수 없다고 주위사람들에게 한탄을 했고 난 그 커플의 헤어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사람은 나쁘게 살면 벌을 받게 되어있어. 키키 나 버리고 그놈한테 가더니 얼마 못가는 구만.'
혼자 알수없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집에서 게임을 하고있던그때 평소에는 잘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이 웬일로 소식을 전해왔다.

까똑

-안녕! 경민아 나야! 수경이! 잘지내지?

수경이에게 온 문자였다. 받는순간 조금 설레었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애정보단 증오만이 남아있어 나는 여자에게 내 인생 최초로 읽고 무시해버리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아주 웃기는 년이네. 내가 그리워 지기라도 했나? 키키'

수경의 문자를 무시하자 내 마음속의 쾌감은 더욱더 꿈틀거리며 고양되어갔다.

그러나 더 이상 오지 않을줄 알았던 문자는 그이후 한달동안 계속 이어져 갔다.
문자의 내용은 별 시덥지도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 이었다.
오늘도 화이팅 이나 날씨가 좋네 마네 이런 내용들 물론 난 한번도 그 문자의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복수랄까. 항상 무시하고나면 마약에 취한듯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문장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시덥지도 않은 안부인사는 계속 날라왔지만 거기에 사진이 조금씩 추가되기 시작했다.
어느날은 커피숍 어느날은 피씨방..

그랬다. 내가 오늘 하루 돌아다녔던 곳의 사진들이 나에게 전송되어 왔다. 매일 아침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게 한주가 되고 한달이되고 나니 극도로 공포감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내가 어딜가도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그런 불안감..
처음으로 수경이의 문자에 답장을 보내 왜 이러는거냐고 그만해라 신고할거다 라고 보내보았지만 내가 문자를 무시한것처럼
그녀는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웃기지만 경찰에도 신고해 보았다. 돌아오는 답변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자신들도 어떻게 해줄수 없다는 말뿐..

공포감에 집안에만 틀어박힌지 일주일째다.
내가 밖에 돌아 다니질 않으니 수경이년도 시덥잖은 안부인사만 매일 아침 내게 보내온다.
감시당하는 느낌이 줄어들자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그래 무시하면 되지. 내가 왜 이런걸로 겁을 먹어야 되지?'
문뜩 이런 생각이들었고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집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집근처 편의점에서 이러저러한 먹을걸 사고 3일동안 못핀 담배도 사서 들어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 뜻밖에도 수경이가 와 있었다.

"너.. 여기 어떻게 들어온거야? 나한테 도대체 왜 이래?"

수경이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아니 그녀의 얼굴의 반쪽만 웃고 있었다.
나머지 반쪽은 흉물스럽게 망가져 있었다.  꼭 화상을 당한것처럼..

"왜 그러긴? 너가 나 좋다며? 이제 나 좋다는 사람 너 밖에 없을것 같아"

웃기게도 그녀의 반쪽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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