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드디어 새정치를 몸소 실천하는군요
여태껏 전라도를 공략하면서 "반 지역주의"를 기치로 내건 것은 최소한 제가 알기로는 안철수가 최초입니다.
지금까지 전라도에 대고 지역주의를 깨라고 주장한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몰표 현상에 대한 비판 혹은 비아냥은 있었으나)
그 용기에 탄복하기는 개뿔,
전라도에 지역주의 타파를 요구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경북의 지역주의, 경남의 지역주의, 전라도의 지역주의는 그 성격이 다 다릅니다.(충청도는 구도 설명에 중요하지 않으므로 생략)
1. 경북의 지역주의 - 패권주의
지역주의라는 게 애초에 박정희 (혹은 그 꼬붕이) 고안한 프레임입니다.
박정희의 최대 정적은 김대중이었죠.
그 김대중을 고립시키기 위해 지역주의를 들고 나왔고, 이게 성공적으로 먹혀서
인구가 많고 잘 사는 경상도를 위시한 비 전라도 vs 인구가 적고 못 사는 전라도 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김대중은 이 틀에 갇히고 맙니다.
2. 경남의 지역주의 - 변절
사실 부산은 박정희 독재정권 내내 야도였습니다. (야구의 도시라는 뜻이 아님)
사실, 김재규가 박정희 정권이 막장까지 왔다고 느낀 결정적 계기가 부마사태이기도 했죠
첫 직선제 선거에서 PK는 땡삼이를 지지했고, 노태우, 김대중에 이어 3등을 합니다.
땡삼이는 노태우 이후에도 김대중을 이길 확신이 없어지자, 3당 야합을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PK는 TK에 합류(이라고 쓰고 항복이라고 읽는다)하게 됩니다.
이렇게 전통적 야도에서 시체라도 수구꼴통이라면 찍어주는 곳으로 바뀌게 됩니다.
3. 전라도의 지역주의 - 방어적 지역주의
앞서 봤듯이 지역주의라는 것이 애초에 TK와 PK가 김대중, 더 나아가 전라도를 포위하기 위해 고안된 틀입니다.
여기에 맞서 전라도는 작은 힘이나마 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한국에 야당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겠죠.
게다가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학살당한 일이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부모, 형제, 친지, 친구, 동료, 이웃사람을 죽인 무리들이 아직까지도 사과를 하고 있지 않은데 무슨 수로 표를 줍니까?
결론적으로 전라도는 현재의 지역주의 구도를 바라지 않습니다. 경상도 vs 전라도 구도는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에는 전라도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선택을 이미 한 바가 있죠
이런대도, 전라도에 대고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요?
지역주의 타파가 주 정치적 목적인 친노를 구태로 몰더니, 이제는 전라도를 무장해제시키려고 하네요.
순진한 건지, 몰상식한 것인지, 음흉한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