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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의 심정
게시물ID : gomin_994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Bear
추천 : 0
조회수 : 1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2/07 00:08:24

가끔 길게나마 한번씩 먹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이가 어느새 28살이다. 시간은 언제나 나를 버리고 뛰어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멀어져만 가는 시간의 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죄라도 지은듯 온몸이 불안하다. 옥죄이는 듯한 기분에 몸서리 치지만 금새 떨쳐낸다. 잘못한건 없는 것 같은데, 가만히 있는게 죄라면 죄일까. 금새 우울해진다. 왜일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할까. 기력이 쇠하고 피부가 변해간다. 탄력이 없어지는게 눈으로 보여질 때 쯤에 늙었다는 말을 다른 사람의 입에서 들을까 두려워진다. 그 두려움에 스스로. 자조감에 먼저 말한다. 늙었다고. 그래도 아직 스스로 늙었다는 말을 입에 머금을 때 쯤이면 괜찮다. 정말 괜찮지 않을 때에는 그 말을 내뱉기 전에 한번 숨을 고르는 나를 발견 했을 때이다. 사실 변한건 별로 없는데 책임과 남의 시선이 더해간다. 조금씩 작아지고 정말 세상의 조그마한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떨쳐내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머리속에 어딘가에 가만히 자리 잡는다. 틈새가 보이면 아마 나를 잡아먹겠지. 하아.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늦었을까. 뭔가 뒤집어 내기엔 내가 갖고 있는 많은 것을 걸어야한다. 가진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했는데 막상 내려놓으려고 보면 뭘 이리도 많이 손에 쥐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토록 싫어하던 남의 시선과 시간 마저 이때는 손아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뭘 어찌 해야 할까. 마냥 고민에 빠져 있어도 답은 쉽사리 머리에 박히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손아귀에 달라붙어 간질거리며 현실을 가끔 일러줄 뿐. 나도 나를 믿지 못하는데 주변은 나를 믿는다고 말한다. 우습다가도 그 말에 휘둘리는 나를 보며 다시 자조섞인 웃음을 짓는다. 내가?


뭘 바라고 뭘 원했을까. 사실 원하고 바랬던건 없었다. 그냥 편한 마음을 갖고 마냥 어린애의 눈으로 하늘과 거리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을 뿐. 사실 그렇게 바랬을 때 이미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눈을 갖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기에 바라지 않을까. 뭐든 정작 소중한건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법이다. 쉽게 가졌다가 쉽게 버리고 어렵게 얻어내야한다. 위로 받아야하는 내 심장에 애써 다른 것을 가져다가 문대 비벼보지만 그건 내가 원하고 싶어했던 것이 아니다. 남들이 나에게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해줬던 것들. 책과 TV가 알려준 나. 그리고 부모가 정해줬던 나.


그저 지나가고 흘러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지내면 된다고 애써 다독인다. 나를. “있잖아 사실 내가 원했던건 그런게 아니었어.” 라고 다른 누군가 나에게 읊조린다. 사실 그게 진짜 내 목소리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휘감는다. 너 나 우리. 버릴 수 없던 그 모든 것에 가치가 사라진다. 가장 중요한건 나였음에도 왜 그렇게 나는 나를 챙기지 못했을까. 남들에게 해줬던 조언들과 충고가 가시가 되어 다시 가슴에 박힌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왜 그랬을까. 부끄러운 마음에 괜히 발을 세게 구른다. 발버둥이라도 치는 마냥. 


울지말라고 하는 말은 사실 울어도 된다고 뜻이야. 어느 만화책에서 봤던 글귀. 언젠가는 나에게 한번쯤 이 글귀를 떠올리면서 울 것 같은 날이 있었는데, 늘상 남에게만 해준 말. 언제쯤 솔직해 질 수 있을까. 나에게.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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