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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정신적 고립"
게시물ID : freeboard_3481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ueRose
추천 : 5
조회수 : 38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9/07/02 22:58:45
2009년 7월 2일

콰콰쾅-------------!

미칠 듯한 굉음 덕분에 밤새 잠들어 있던 눈을 떴다.

'뭐야, 전쟁이라도 났나?!'

정신이 없어서였을까? 일어나자 마자 창문 밖을 내다 보았다.

건물이 쓰러져 있는 모습도, 공습 경보도
미사일이 날아다니거나 무언가 폭발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저 미칠 듯한 기세로 내리는 장대비와
미사일이라도 떨어져 내린 듯 고막을 울리는 천둥 소리 만이
암울한 회색 빛 하늘을 가득 매웠다.

출근 길, 집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그 짧은 시간에 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지면을 때려 튀어오르는 비에 바지가 무릎까지 젖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그치는 비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저번주 말 하드코어한 일정의 워크샵을 처절하게 끝 마치고
월요일에는 언제와 같이 새벽 4시에 취침,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하였고 5시에 취침하였다.

수요일에는 12시에 출근했지만 약속도 없던 미팅이 잡혀 준비가 안된 차림 때문에
옷을 갈아 입으러 집으로 돌아가 정장으로 갈아입고 외근을 나갔고
2시간이 넘는 미팅을 마치고 쉬어빠진 파김치 마냥 회사로 돌아가
보고를 마치고 퇴근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을 맞이 하였다.

완벽한 게릴라성 폭우의 침투로 하루가 시작되었고
유체이탈을 경험 할 듯한 바쁜 시간이 지나 이내 점심시간을 맞이 하였다.

밥맛도 입맛도 없어 반공기도 먹지 않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아니나 다를까 식당으로 향하기 전에는 잠잠하던 비가
식사를 마치고 나니 미칠듯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아침 출근길의 그것 처럼 무릎까지 바지를 적셔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종일 머리속에서 지울 수 없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170Cm 가량의 키
아주 조금 통통한 몸매
지극히 평범한 얼굴
암갈색으로 물들여진 어깨까지 내려오는 평범한 단발 머리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칠부청바지를 입고 있던 그녀.

그녀는
그 미칠듯한 폭우 속에서
극도로 무미건조하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내 쪽을 향하여 걸어왔다.

뚜벅 뚜벅

한걸음 한걸음 정확히 걸어왔다.

폭우는 우산을 썼음에도 나의 바지를 다시한번 무릎까지 적셔왔고
그녀는 그 어느곳도 젖어 있지 않았다.

물이 묻는다면 100% 어두운 색으로 물들 그녀의 보라색 티셔츠도
방금 드라이를 마친 듯한 암갈색 단발 머리도
지극히 보통 한국인의 피부 빛을 지닌 그녀의 얼굴과 노출된 팔도

결코 젖어있지 않았다.

우산 하나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초라도 우산 없이 서있는다면 
방금 빨래를 마친 옷처럼 젖을 뻔한 그런 폭우속에서
보통 사람이 빗속을 걸을때면 충분히 짓고도 남을 법한 찌푸린 표정 하나 없이
심지어 눈의 깜빡임 한번 없이...

그렇게 나를 한번 쳐다 보고는 결코 젖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

나의 시선을 지나
나의 어깨를 넘어
나의 등 뒤로

그렇게 지나갔다.

분명 그 순간에는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그렇게 지나치고 5초정도
내가 방금 본 광경을 정리해보고 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바로 옆에 걷고 있던 부장님께 물어 봤다.

"부장님, 아까 그여자 비에 젖지 않았었죠?"
"응? 그러네?"

너무도 부자연 스러운 상황에서 부장님은 지극히 태연했다.

너무나도 부자연 스러운 상황을 도저히 정리 할 수 없던
나는 그녀가 발길을 옮긴 골목길을 뒤쫓았고.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나는 회사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모두들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부장님도 함께 목격하였다며 거들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저 비에 젖지 않았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

그정도로 비정상 적인 광경에 대한 경이로움이나 두려움은 조금도 내비추지 않았다.

빌어먹을...

엄청난 정신적 고립감을 경험한 하루였다.

그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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