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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저는 군대가 싫어요..
게시물ID : humorstory_1678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라장사쿠우
추천 : 10
조회수 : 612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09/07/03 12:25:34
미안합니다.
저는 여자 사람입니다.
그동안 눈팅만 몇년째 하고 있어요.
저는요 군대식 사고(思考, thought, thinking)가 싫어요.
나는 사람인데 
마치 동물의 왕국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금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여기는 여자사람 남자사람 합쳐서 10명이 넘어요.
게다가 나이차이도 한 두살 밖에 안나요.
그 중에 남자사람들이 절반인데,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은 장교 출신이거든요.

한 번은 장교 출신이 자기한테 싸바싸바 잘 하는 남자 아이 불러다가 니가 랩짱 하거라 했대요.
그리고 니가 서열 잘 잡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 아이는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쌔삥이었어요.
군대용어 잘 모르지만 이등병에게 '니가 나의 말을 잘 들으니 니가 병장해라.' 
뭐 이런거?

그래서 모두들 뒤에서 수근대기 바빴었죠.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나서서 얘기할 사람은 없었어요.
장교출신이라서?
나이가 오지게 많아서?
뭐, 저도 이 곳에 소속된지 얼마 안된 쌔삥이므로 입 닫고 있었어요.

전 신입생이므로 주로 청소를 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하기 전에 먼저 했죠
사실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어요. 그저 남들보다는 더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일까요..
저는 이걸가지고 내세우려고 한건 아니예요.
지금에 와서야 내가 더 했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한동안은 실험이 없어서 청소를 안하던 때가 있었어요.
실험실에 갈 일이 없었죠.
그랬더니 선배가 날아와서 왜 청소 안하냐고 하더라구요.
동갑이거든요. 암튼 조금은 서운했지만 얼른 달려가서 하고 왔어요.

뭐, 이건 넘어가고..

그제는 예비군 동갑내기가 있는데 그넘도 선배죠.
갑자기 안하던 청소를 하길래 또 신입생인 저는 달려가서 도왔어요
싱크대 청소를 하는데 퐁퐁으로 닦고는 걸레로 닦아내기만 하는거예요.
저는 깔끔한 여자사람이므로 그런식으로는 맘에 들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 하냐고 했더니 이래야 세제냄새도 나고 좋지 않냐고 하는거예요.
퐁퐁냄새가 뭐가 좋다고..
됐으니까 물로 행구겠다고 했더니,
평소에는 청소도 안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라는 말을 했어요.

아... 그동안의 내 땀방울은 어디 갔나요.
그동안의 내 가쁘게 몰아쉬던 숨들은 어디 있나요.
그동안의 굴욕들은 다 어디서 숨어 있는건가요..

난 화가 났어요.
그런데 아무 말도 안나왔어요. 그냥 혼자 자리로 돌아가서 훌쩍이기만 했어요.
왜 그렇게 븅신 같았을까요.

다음 날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큰 쓰레기통을 끌고 오는 걸 보더니
갑자기 비워둔 쓰레기통을 물로 씻어두더라구요.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요..

동물의 왕국처럼 서열 정하는 것도 웃기고,
군대 생활을 못 잊어서 그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퐁퐁냄새에 취해 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럼 한 번 더 가는 건 어떨지 물어보고 싶네요.
거기서 못밖고 살아.
나오지 말아, 이 사람아.

뭐 그렇다구요..
군대를 나쁘게 보는 건 아니예요.
그저 그 기억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이 답답해서 그래요.
여길 군대처럼 꾸미고 싶은가봐요.
저는 싫거든요.
 
바보 같은 서열 정하기 놀이.
장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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