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에서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저보다 어머니가 더 궁금해 하십니다.
저번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함께 개봉했습니다. 상자가 제법 묵직한 것이 아마 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네 책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번처럼 '축하해 병신아' 같은 오해를 살만한 문구는 없었지만 그것보다 큰 충격을 받을만한 물건이 들어있었습니다.
가운데 놓여 있는 저것은... 저 크기! 저 질감! 저 색깔! 온가족의 화목한 점심시간에 어울리지 않은 물건을 발견한 저는 당황해서 급하게 주머니에
쑤셔 넣은채로 내 방으로 달아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절묘한 위치로 보아 절 당황시키기 위해 일부러 저기에 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당신은
성공하셨습니다. 이런 재간둥이 같으니..
방에 앉아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과연 무슨 의미일까부터 시작해 내가 쓴 글때문에 보낸걸까.
아니면 추운 날씨에 나의 소중이가 걱정된 발송자의 따뜻한 배려일까.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설마 이것도 착샷을 찍어야 하는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다가 다시한번 정확히 물건을 확인하기로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 녹차네? 녹차여!
사쿠라급 반전에 저는 어안이 벙벙해 졌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나니 나를 짐승보듯 보던 가족들의 눈빛이 떠올랐습니다.
당당히 문을 열고 나가 이건 단지 녹차일 뿐이라고 해명하였으나 날 향한건 비웃음 뿐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니가 콘돔을 쓸데가 있기나 하겠냐며 날 향해 조소하는 어머니의 얼굴에 발끈한 나는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아냐며 당장이라도 쓸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나에게 크리스토프 건강원 차리는 소리하지 말고 앉아서 밥이나 마저 처먹으라는 어머니의 일침은 저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상품이 하나 둘 도착할수록 마음의 상처는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보내신 책들을 살펴보니 버릴것 없는 유익한 책들인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부분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전 주인이 적어놓은 듯한 저 '구멍을 뚜른다' 라는 답을 보고 피식했습니다. 저런 초등학생이나 할만한 발상을 하다니..
... 저는 초등학생보다 못한 인간인가 봅니다.
모자란 저에게 주신 상품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직 상품이 좀 남은 것 같은데 나머지는 다 받은 후 한꺼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번 후기에 적은 글씨체가 설마 평소 제 글씨체냐고 물으신 분이 계셨는데 물론 아닙니다.
장난식으로 적은 글이기에 그런거고 진지하게 적으면 저것보단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지한 필체로 적은 진지한 글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올리고 보니 저번에 쓴거랑 별 차이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