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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죄송합니다.
게시물ID : gomin_7368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멍청이
추천 : 5
조회수 : 45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6/15 15:15:37
어디서 부터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볼게요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하고 있는데
오늘 어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아버지가 또 병원에 계시대요.

우리 아버지.
9남매 중 5째, 장남으로 태어나  위로 누나 4명, 아래도 여동생 3, 남동생 하나.
그 마을에서 땅부자집 아들로 태어나 잘 살았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이 되고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큰집 한지 공장으로 들어가 여동생들과 남동생을 위해 집으로 돈을 벌어 왔다고 해요...

고모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삼촌 연세대 법대 보내고 행정고시 뒷바라지도 다 해주고...

그러다 형이 태어나고
누나들도 태어나고 마지막엔 제가 태어났고
할머니, 부모님, 우리 사남매 알콩달콩 잘 살다가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사남매들도 다 흩어져 살고

그러다가 저는 군대에서 희귀병 판정 받고 오고...
한창 희귀병에 불치병에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 때문에 힘들때
부모님께 기대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었고...

아버지도 어릴때부터 공장에서 일한 탓에
일찍 술을 배우고 담배를 배워 췌장에 심한 무리가 와
당뇨를 앓으셨는데
동생과 자식들 뒷바라지 떄문에 당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버티다가 당뇨 망막증이 오고
신장에도 무리가 와 일주일에 몇번씩 큰 병원으로 가서 투석도 받고...
심장에도 무리가 오고

이젠 아버지가 내 얼굴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안남았대요.
당뇨 망막증 떄문에 앞이 아예 안보일 수도 있대요...
현재 차차 속도를 늦추고 있는데
결국에는 앞이 안보인다고 하더라구요

모르겠어요.
나도 심장병 진단을 받고 내가 살 수 있는 날까지 살아보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 아부지가 안좋게 되면 더 우울해질것 같아요.

아픈 아버지 모습 보기 싫어서 집에는 잘 안가요
저희 집은 전북이고 저는 부산에 사는데
만약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내 모습을 못본다면
정말 슬플것 같아서 집에는 못갈것 같아요

아 두서도 없고
나도 내가 뭔말 하는지도 모르겠고
죄송해요
그냥 투덜거리고 싶었어요

저 되게 하고 싶은거 많은데
대학원도 가고 싶고 
다시 군대도 가고 싶고
스튜어드도 되고 싶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래 사귀고 싶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고
제가 쓴 시들 책으로도 출판하고 싶고
내가 작사한 곡들 정말 유명한 가수가 불러줬으면 좋겠고
드라마 제목도 캘리그라피 하고 싶고
연기도 하고 싶고
춤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도 다시 올라가고 싶고
오랜만에 북도 치고 싶고

하고 싶은거 정말 많은데...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우울하네요.

그래도 다시 시험공부하러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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