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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의]꿈이 현실이 된걸까요?
게시물ID : panic_639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니양~콩
추천 : 13
조회수 : 514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2/09 15:14:21
저는 개인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병원이고, 주변에 병원들도 워낙많은 동네라 환자수가 제한적이여서 늘 다니시는 분들이 다녀가시죠.
이 이야기는 2년째 변함없이 병원을 다니시는 할아버지에 관한 꿈 이야기입니다.

저는 원래 꿈을 잘 꾸지 않습니다. 많아야 한달에 한번정도 꾸고 꿈 내용들 또한 굉장히 잔인하거나 무서운꿈들이 많아요. 워낙 그런꿈만 꾸다보니 꿈내용이 어떻든 그냥 그려려니 하는게 일상이 되었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꿈이기에 이야기를 해 볼까합니다.



꿈은 위에서 말한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시작됩니다. 요즘처럼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게아니라 시골집에서 장례를 지내고 있었죠. 음식준비하랴 뭐하랴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실제로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께서도 꿈에서만큼은 건강하시네요. 입술은 굳게 닫혀있고 눈에는 이채가 서린채로 부뚜막에서 무언갈 하십니다. 할아버지 마지막 음식은 할머니가 하시려나 봅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할아버지를 묻기 위해 유가족들과 저는 대형버스를 타고 산길을 오릅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잠시 딴생각에 빠지죠. 나 어렸을때 시골에선 꽃상여에 태워서 묏자리까지 가던데, 지금은 꽃상여가 사라졌구나 하면서 말이죠.

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서 앞으로 나와 버스에 타고 계신 분들께 무언가를 하나씩 건냅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로 하나하나 하얀색 한지로 싸여있네요. 그리곤 할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확인들 하시고 발이면 꼭 드시게"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발이면 먹으라니? 할머니가 치매가 나으신게 아니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정신을 아주 놓으신거구나. 아니면 내가 잘못들었나? 이건 뭐지? 전 그냥 제 무릎에 놓인 그것을 보고만 있습니다.
옆에 앉아계신분이 말씀 하시네요. "뭐해? 확인안해? 얼른열어봐"
이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뭐긴, 할아버지 고기잖아"

제 무릎에 있는게 할아버지의 시체의 일부랍니다. 한지를 펼쳐 발이면 그것을 먹어야 한답니다. 옆에 앉은 분이 설명을 이어갑니다. "이 마을엔 이 마을만의 장례문화가 있어. 망자의 육신이 땅으로 돌아갈지라도 발만은 저승으로 돌아가야하고, 그 발로 저승길을 밟고 가신다고 생각을 해. 발을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은 마음속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먹어서 없애는 거야.
몇년전까지만 해도 발만 먹은게 아니라 전부 다 먹었어. 그래야 온전한 모습이 저승으로 돌아가고 온전히 저승길을 밟는다고 생각했거든.
시신을 토막내고 적당히 조리해. 그리고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한토막씩을 건네받고 그중에 발을 건네받은 사람은 그걸 꼭 먹어야해. 발을 먹어 없애지 않으면 망자의 발이 저승으로 못가고 망자는 발이 없어 저승길을 못밟지. 그러면 이승에 남아 헤매면서 그 사람에게 해코지를 해. 다른 사람이 먹어줄수도 없어. 누군가가 먹기를 거부한다는건 망자의 명복을 빌지 않는다는 뜻으로 통하니까...그리고 더 좋은 모습으로 저승길 가시라고 다른 부위여도 드시는 분들도 많고. 그러니 너도 빨리 확인해봐"

제 무릎위를 봅니다. 한지로 싸여있는 모양새가 왠지 납작합니다. 그리고 딱딱하네요. 근육이 많이 없는 부위인가 봅니다. 왠지 발일거 같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한지를 펼쳐봅니다. 역시 발입니다. 젠장!!!!!!!!!!!!!

삶아져 물기가 빠져있는 발이 있네요. 부뚜막에 계시던 할머니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이걸 삶으시느라 계속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셨나 봅니다.

"발은 아니네요"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고 한지로 덮어버립니다. "예전에 이런일이 있었어. 발을 먹지 않은 사람이 생긴거야. 물론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거지. 근데 그것때문인지 망자가 계속 꿈에 나타나서 괴롭히는거야. 그리고 그 유족들은 어떻게 안건진 몰라도 그 사람때문에 망자가 저승길을 편히 못갔다며 그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했지. 결국 그 사람 죽었어. 다시한번 말하지만 발을 먹어 없애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이승에 남아 괴롭힐거야. 그리고 마찬가지로 할머니도 너를 괴롭히겠지. 그러니 거짓말은 그만하고 먹는게 좋을거야. 이건 널 위한것이기도 하고"

이걸 먹는다는건 제 상식선에선 상상도 할수 없습니다. 쳐다보기도 싫으네요. 옆에 앉은 분이 한지를 펴고 손수 발가락을 하나하나 떼어줍니다. "괜찮아. 생각보다 먹을만해. 족발같달까?"

몇차례의 카데바 실습과 교수님들 귀찮게 하면서 얻어낸 해부학 영상자료들 덕분인진 모르겠으나 발톱부터 신경, 근육, 인대들이 너무 상세하게 보였던지라 입을 막고 난 절대 못먹는다고 버럭해버렸죠. 버럭하는 소리에 주변사람들의 눈은 우리에게 쏠렸고 할머니 마저 저를 쳐다보기에 이릅니다.
할머니가 눈을 부릅뜹니다.
어서 먹으라는 무언의 뜻이겠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할머니는 점점 저에게로 다가오네요.
의자에 앉은 터라 전 꼼짝도 할수가 없어요. 그리고 옆에분은 저의 팔을 꽉 잡네요.
할머닌 발가락 하나를 집어들고는
제입을 우악스럽게 벌립니다.
"먹어 !! 이년아!! 먹어!! 우리 영감 편히 가게 어서 먹어 이년아!!!!"
소릴 지으며 벌떡 일어납니다.
아 다행이네요. 꿈이었어요.

"휴, 별꿈을 다꾸는구나"



병원에 출근을 합니다.
9시, 아니 8시 50분이면 오셔서 커피를 드시던 그 할아버지가 오늘은 오지 않으셨네요. 보통은 일주일에 네,다섯번 오시고 안오시는 날도 있으니 크게 신경 쓰이진 않네요. 내일은 토요일이니 내일은 꼭 오실겁니나. 2년동안 변함없이 월요일과 토요일엔 꼭 오시니까요.

피곤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또다시 잠자리에 듭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 그다지 꿈에 연연하지 않기에 벌써 전날 꾼 꿈은 잊은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전 잠에 들죠.


 
untitled.png
내 다리 내놔!!!!!!!!
니년 때문에 내가 저승엘 갈수가 없다!!!!!!
내 다리 내놔!!!! 내놔!!!!!!


또 할아버지 꿈이네요.
평소 반달모양으로 싱긋웃으며 내일또보세.하며 인사를 하고 가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에요. 휴.



그리고 근무시작.
그리고 오후근무까지 끝.
토요일인데 할아버지는 오늘도 안오시네요. 이년동안 늘 토요일과 월요일은 오셨는데 말이죠. 꿈때문인지 괜시리 신경이 쓰이네요.



그렇게 월요일, 화요일 ... 그리고 다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설연휴, 월요일, 그리고 어제 토요일....
여전히 할아버지는 오지 않으시네요...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어요.
의료보험공단 조회만 계속 해보게 되네요.



 
*중간에 첨부된 그림은 네이버 웹툰 2013 전설의고향의 에피소드 중 박찬호 작가님의 망태할아버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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