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전남 담양군 용면 추성리 들판을 가로지르는 지방도 897호선. 이 도로를 따라 16m 높이 전봇대가 50m 간격으로 셀 수 없이 늘어서 있다. 이들 전봇대에는 2만2900V를 나르는 고압선 3개가 이어져 있다. 전봇대 아래에 진한 청색 작업복을 입은 전기노동자 8명이 작업차량 3대에서 내렸다. 이들은 이날 하루 동안 노후화된 전선 900m를 교체하는 일을 했다. 전봇대 18개 구간이다. 곧바로 2명이 한 차로를 막고 차량을 통제하면서 공사 시작을 알렸다. 2명은 검은 피복의 굵은 전선을 전봇대 사이를 오가며 길게 펼쳐놓았다.
1시간여 만에 일을 마치고 땀범벅이 된 채 내려온 김모씨(57)는 “예전에는 ‘대체전선’을 따로 연결하고 전봇대에 전기가 흐르지 않게 한 후 작업을 하도록 해 사람이 다칠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21년째 전봇대를 타는 박모씨(44)도 “고압선을 만질 때마다 차마 인간으로선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어서 어쩔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이들의 이날 전선교체 작업 방법은 한전이 2001년부터 새 공법이라며 도입한 ‘활선(活線)공법’이다. 한전이 예전 공법은 잠시라도 정전을 해야 하고, 인원도 더 많이 동원된다면서 한 민간업체가 개발한 이 공법을 보급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백혈병 등을 부르는 공법이라며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2014년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이 공법으로 작업하던 중 13명이 감전사고로 사망했다. 또 140명이 화상, 손목과 팔 절단 등의 사고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