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재자투표 내부고발자 이지문 중위가 본 ‘김용판 무죄판결’
- 권은희의 '호루라기' 함께 불어줄 경찰이 이토록 없단 말인가? -
(... 전반부 대거 생략합니다...)
김용판 무죄선고의 판결문을 접하면서 20년도 더 지난 필자의 내부고발 사건 당시 국방부 발표가 떠올랐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군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여당 지지 정신교육과 공개투표 행위 등을 기자회견을 통해 증언했을 때, 국방부는 필자 소속 부대원 500명 장사병들이 “우리 부대는 공명정대하게 투표했다. 이지문 중위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고 했다면서 부정선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문제가 있다고 폭로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해당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부인하는 것이 내부고발 사건의 일상적인 유형임에도 자신의 신분상 불이익과 보복을 무릅쓰고 나선 내부고발자 한 명보다는 공범자일 수 있는 이들을 포함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단지 수적으로 많다는 단순 숫자놀음에 빠져 권 과장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이러한 내부고발의 특성을 간과하였거나 아니면 그 특성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수용하게 될 경우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릴 수 없게 될 것이고 그 경우 후폭풍이 어디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게 하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
9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리서치뷰)에서는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한 불신 탓인지 특검 도입 찬성 의견이 반대한다는 30.9%보다 22.9%나 높은 53.8%로 나타났고 판결 이후 야당 및 시민단체에서는 국가기관 부정선거 의혹 특검을 도입하자고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필자 역시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검을 하더라도 권 과장의 증언에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보탤 수 있는 동료 경찰관의 양심고백이 없다면 그 진실을 밝혀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필자가 국방부 발표 결과로 결국 이등병으로 강제전역 후 파면취소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필자의 증언을 부인했던 이들 중 몇 명이 재판정에 나와 선거부정이라는 진실을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내부고발의 영어 표현인 호루라기 불기(whistleblowing)는 바로 영국 경찰관이 동료의 위법이나 시민의 잘못된 행위를 경고하는 의미에서 호루라기를 분 것에서 유래한다. 당당하게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판단에 의해 하루 아침에 천하의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권 과장을 그냥 내버려두는 대한민국 경찰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권 과장이 불어제쳤던 호루라기를 함께 불 이들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