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게시판적 관점이란 단어에서 이미 눈치채실 분들도 있겠지만, 제 주장은 간단합니다. 문제는 특정 게시판이 아닌 오유 시스템 자체에 있다는 것입니다.
오유는 '내부적 논의'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내부 논의에서 공감을 얻은 글은 즉각적으로 베스트, 나아가서는 베오베에 노출되죠. 보기 싫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존중하여 목소리를 낮추고 게시판 내부에서만 논의를 진행한다는 선택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게시판을 안 본 사람, 차단한 사람들은 볼 수 없고, 결론 또는 결론에 가까운 글들만 볼 수 있습니다.
운영자는 오유를 광장이라 말하지만, 회의실이나 세미나, 학회가 정제되지 못한 결론을 대중에게 노출해야 한다면 그건 서로에게 별로 유쾌하지 않겠죠. (군게가 세미나나 학회씩이나 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노출당하는 쪽은 오해받고, 그걸 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결국 여러분은 어떤 게시판이 치열한 논의로 타오를 때 그 기저의 논리를 시스템상의 이유로 보지 못하고 타오른다는 사실 자체만을 보게 됩니다.
작년에 티나 사태 때 만화게시판도 사실 이랬습니다. 정의당 통수로 시게와 약간 마찰이 있었고, 그들이 타오를 만한 일이 있었다는 점은 존중받지 못한 채 "만게는 차단합니다."라는 글만 올라왔죠. 올해는 군게입니다. 이게 내년, 내후년이라고 없어질까요? 전 절대로 아니라는 데 한 표를 던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