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막장 파벌의 최대 피해자로 알려지면서 러시아로 귀화한 상태에서 더 우리나라에 응원을 받는 희한한 케이스인 안현수. 근데 안현수를 보면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미지 메이킹이 성공하면 사실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라는 걸 너무나 잘 느끼고 있습니다.
분명 안현수는 쇼트트랙 파벌의 피해자 맞습니다. 근데 피해자임과 동시에 수혜자입니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내용보다는 수혜를 받은 내용이 훨씬 큽니다. 그 풀 히스토리를 보면 지금 피해자로서 언플하는게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근데 왜 피해자로 여겨지냐고요? 밑에 설명하겠는데 기량도 좋고(이게 꽤 중요) 시기를 기가막히게 탄 것도 큽니다.
사실 파벌의 진짜 피해자라면 진선유, 이승재 같은 선수죠.
안현수는 한체대 출신입니다. 사실 안현수 출신 대학과 비인기 종목이 돌아가는 상황을 조금만 아시는 분이라면 안현수가 파벌 피해자라는데 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체대는 비인기 종목의 서울대입니다. 성골이라는 이야기죠. 항상 이런 쪽으로 이야기많이 나오는 유도의 용인대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리고 쇼트트랙도 한체대가 주류인게 맞습니다.
안현수 히스토리의 시작은 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에서 시작됩니다. 사실 이 대회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지금까지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 역대 최강이었을 수 있었습니다. 오노, 리자준 이딴 애들에게 태클 걸릴 레벨이 아니었습니다. 월드컵 랭킹 1위 김동성, 2위 이승재, 4위 민룡(3위가 오노)에 세선 우승자 민룡. 게다가 청대를 싹쓸이하던 최고 유망주 이호석까지. 당시 한국이 실수만 안 하면 모든 종목을 싹쓸이한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근데 김동성, 이호석은 몰라도 이승재, 민룡은 들어본 분 계시나요?
저 때까지 쇼트트랙은 전명규 전 국가대표 감독의 독재 체제입니다. 워낙 능력있는 사람인 건 맞는데 상당히 장기간 독재를 하고 게다가 자신이 나온 한체대 선수들을 밀어주는 것 때문에 말이 꽤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주로 쓰는 한 명이 끌고 다른 한 명이 치고 나가기는 이 끌어주는 한 명의 희생이 필요한데 무조건 비 한체대 선수가 희생하고 한체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98 나가노 때만 해도 국대는 젤 잘하는 애들만 뽑아서 문제가 없었는데 02년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원래 국대 멤버는 김동성, 이승재, 민룡은 확실하고 이호석이 포함됐나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선발전에서 저렇게 나왔었습니다. 안현수는 이호석보다 1살 아래인 덕분에 동 나이에서는 최고 유망주였지만 이호석보다는 아래였었던 시절입니다.(어릴 땐 나이가 깡패) 문제는 전명규가 독단으로 대표팀 선발전을 뒤엎고 안현수를 밀어넣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4위에게 주어지는 단체전만 참가하는 선수가 아닌 상위 3명인 개인전 참가자로 뽑힙니다. 당시 어마어마하게 반발이 컸는데요, 전명규가 자기가 책임지겠다면서 밀어넣습니다.
이건 2010년 문제가 됐던 국대 선발전보다도 더 막장으로 안현수가 여기 최대 수혜자입니다. 즉 안현수는 주류에서 룰도 다 깨면서 엄청나게 밀어주는 선수로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 날아간 선수가 랭킹 2위 이승재. 김동성이 없으면 얘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데 김동성 믿고 벌인 짓거리입니다. 그 결과는 오노의 장난질과 함께 노메달.
이 때 이 막장 짓거리의 책임을 지고 전명규가 날아갑니다. 그리고 파벌 싸움이 시작됩니다. 전명규가 날아간 후 국대 감독은 김기훈. 쇼트트랙 레전드이긴 한데 김기훈도 한체대 주류였습니다. 그래서 아예 비 한체대에서 똘똘 뭉쳐서 반체제를 구축하는데요, 이 때부터가 한체대와 비 한체대의 파벌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안현수가 다른 파벌 선배들 때문에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에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한 시기가 바로 이 때부터인데요, 그래도 주류 파벌이 밀어줬습니다. 06년 토리노 대회에서 다른 파벌의 리더인 이호석이 안현수에게 우승 양보할 수 없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호석의 개드립이긴 한데 실제로 압력은 있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안현수가 원탑인 건 사실이라서 잘하는 선수 밀어줘라라는 건 늘 하던 식이긴 한데 비주류 파벌이었다면 반대로 잘하더라도 밀리는 경우가 분명 있었다고 하니 손해본 건 사실 없습니다. 물론 왕따였던 건 맞긴 한데 이 때는 서로 왕따 시키던 시절이라서 여자부는 반대로 안현수쪽 파벌에서 왕따 시키고 있었죠.(남녀 모두 에이스를 왕따 시키는데 잘한게 신기...)
그리고 10년 국대 선발전은 엉망이었던 건 맞는데 이 때는 안현수가 워낙 못할 때였습니다. 워낙 큰 부상을 당한 후유증으로 부상 전 몸으로 어느 정도 돌아온게 12년이니 사실 제대로 국대 선발전을 했어도 떨어지는 건 아주 유력했고(결승에 간 종목 자체가 없을 정도로 몸상태가 개판) 국대로 뽑혔다면 대참사가 날 경기력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때 가장 개피본 건 안현수의 반대 파벌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부 진선유.(토리노 때 남자부는 한체대 쪽이 왕따였다면 여자부는 비 한체대가 왕따) 1500인가는 아예 우승까지 하면서 전성기 기량이 거의 돌아왔는데 탈락해서 더 억울한 케이스. 사실 파벌 이야기할 건덕지도 없는데도 이 때도 안현수 아버지가 파벌 드립을 하면서 또 난리가 났었죠.
안현수는 그래도 파벌의 수혜도 꽤 받아서(물론 기량도 워낙 출중했고...) 전성기 시절 어려움없이 국대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문제는 안현수 때문에 파벌에서 밀려서 전성기 때 국대 커리어를 망친 선수들과(이승재, 민룡. 둘다 올림픽 금메달 후보급이었는데 안현수에 밀려나감) 안현수 아버지의 언플에 동조했다가 커리어 망친 선수(벤쿠버 2연패 이정수)도 있는데도 안현수 혼자서만 모든 파벌의 피해자라는 식으로 이미지가 쌓였다는 겁니다.
이게 가능해진 건 김동성 이후 쇼트트랙 간판이라서 가장 알려진 선수이고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기에 파벌 싸움이 벌어지다보니 그 정보가 많이 알려졌다는 거죠. 토리노 때 솔트레이크 때처럼 국대 선발전도 안 하고 국대에 뽑혔으면 욕부터 바가지로 먹고 시작했을 건데 정작 그 때는 인터넷이 활발하기 전인 터라 아는 사람이 없다보니 그냥 패스. 그리고 파벌로 서로 투탁거리거나 고생하던 시기에는 간판을 파벌 때문에 왕따시킨다라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오다보니 파벌의 피해자의 상징이 되버린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그걸 언플로 정말 잘 이용하고요.
사실 안현수가 러시아 귀화한 건 심정적으로 이해도 가고 빙엿 엿 좀 먹여라라는 생각도 있어서 응원도 꽤 했습니다.
근데 자신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지독할 정도로 해대면서 언플하는 꼬라지를 차마 보지 못하겠습니다. 먼저 죽어라 패놓은 다음에 몇 대 맞으니까 너가 나 때렸으니 너 폭행범하고 경찰서에서 난리치는 양아치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세부적인 내용은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그냥 안현수의 이미지에 그냥 더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일에 이렇다는 게 참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