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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코네일에서 상어를 낚고 싶은 아가씨
게시물ID : mabinogi_73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영혼의노래
추천 : 11
조회수 : 125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6/19 03:18:09
늦은 밤이었다.

첨벙.

그녀는 낚싯대를 들고 미끼 900개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식수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을 지나 물이 찰랑이는 나무 발판 바로 앞쪽에 낚시 의자를 폈다. 발을 아래로 쭉 뻗었을 때 물이 찰랑거리며 발가락을 간질이고 물결치는 파문이 발을 씻기게 만드는 자리였다. 
무더운 여름날에 더위를 식히기에 그만인, 의외로 괜찮은 자리라고 할 수 있으리라. 

틱.

그녀는 파라솔에 설치되어있는 전등을 켰다. 이웨카의 빛으로 밝히기엔 부족하기 그지없는 어두컴컴한 낚시터를 밝혀줄 역활을 함과 동시에, 특유의 향을 태우며 벌레들을 쫓을 귀중한 물품이었다. 그 뿐이랴, 어떠한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물고기들마저 끌어오니 떡밥이 필요없는 대단한 물품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것을 구하려고 그녀가 겪은 고생만 하더라도 소설로 쓴다면 능히 한 편의 분량이 나올, 장대한 서사시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일기라고 표현하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양이 나올 것이었다.

휙.

그녀는 찌를 멀리 보내곤 낚시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가만히 수면을 노려보았다. 
물결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찌.
그리고 몰려드는 자그마한 은붕어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은붕어에 있지 않았다. 
크나큰 몸체를 움직이며 헤엄치고 있는 붕어들에게도 있지 않았다.
그녀가 노리고 있는 것은 티르코네일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물고기, 민물 거대 육식 어류였다.
몸 길이가 사람의 크기를 넘는다는 그 물고기야말로 그녀가 노리는 목표였다.

흔들.

촤악.

찌가 움직이자 그녀는 익숙한 솜씨로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보이는 건 퍼덕이는 자그마한 은붕어 한 마리.
그녀는 약간의 실망을 얼굴에 띄운 채 다시 찌를 물에 띄웠다.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낚시의 가장 크나큰 적은 조급함이었다.
그녀는 낚시를 달인급의 경지에 올리면서 그것을 깨달았고, 인내심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오죽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녀를 기다릴 줄 아는 이라고 할까?

그리고 얼마만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끔 신호가 왔다.

흔들.

촤악.

이번에는 물고기조차 아니었다.
수면 아래에서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기던 쓰레기 하나가 찌에 걸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웨카는 낚시의자를 설치할 때와는 다르게 많이 이동해있었고, 조금 있으면 동이 터 올 것만 같았다.

"후우. 그 시간동안 겨우 두 번이라니. 오늘은 잡힐 운이 아닌가보구나."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은 인내심이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운이 없을 때조차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낚시는 운이 크게 좌우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전등불을 끄고 주섬주섬 미끼통들을 가방 안에 챙겨넣었다.

부스럭부스럭.

그녀가 그렇게 쓰다 만 미끼통들을 주섬주섬 챙겨넣고 있을 때, 윗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곧 동이 터오를 시간이긴 하지만 동 트기 바로 직전이라 가장 어두운 시간대에 낚시터에 기웃거리는 사람이라니?
그녀는 살짝 의문을 띄우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억! 귀신이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들자마자 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온갖 소란을 피우며 도망갔다.

"귀신?"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쳐다보았다.
하얀색이 많은, 소복이나 다름 없는 옷.
귀신으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하지만 이성으론 이해해도, 감정으론 이해하기 힘들었다.

"귀...신이라."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운 없는 날인거 같네."

그리고 그 날부터, 티르코네일 낚시터엔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그 소문을 들을때마다 그녀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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